LG 케이시 켈리. LG 트윈스 제공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는 2021시즌 LG 트윈스에게 에이스 이상의 존재였다.
LG가 치열하게 정규리그 상위권 순위 경쟁을 펼치던 작년 9월 켈리의 아내는 미국에서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 그런데 켈리는 미국에 다녀오지 않았다. 외국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일보다 가족을 우선으로 여긴다. 켈리의 결정은 의외였다.
켈리는 가족의 양해를 구하고 팀을 먼저 생각했다. 그는 3일 구단을 통해 "팀이 중요한 상황이었고 미국에 다녀오면 자가 격리를 해야 해서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게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다"고 당시 결정에 대해 설명했다.
대신 켈리는 포스트시즌 기간에 뜻깊은 경험을 했다. 두산 베어스를 상대한 준플레이오프 기간에 서울 잠실구장을 찾은 아버지 팻 켈리가 지켜보는 앞에서 2차전 승리투수가 됐고 3차전을 앞두고는 부친과 함께 시구·시포를 했다.
켈리는 "우리 부자에게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다. 커리어 내내 아버지와 함께 있을 수 있던 시간이 드물었는데 아버지 앞에서 선발투수로 던진 것도 기뻤고 또한 함께 시구·시포 행사를 한 것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구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LG와 깊은 인연을 맺어가고 있는 켈리는 올해에도 잠실 마운드를 누빈다.
LG는 지난달 켈리와 총액 150만 달러에 2022시즌 계약을 맺었다. 켈리는 4시즌 연속 LG와 동행하게 됐다.
켈리는 2019년부터 작년까지 세 시즌동안 통산 42승27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또 그는 가을에 유독 강했다. LG는 켈리가 등판한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켈리는 "LG에서 4년차를 맞이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이제는 서울이 고향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열심히 훈련 중인 케이시 켈리. LG 트윈스 제공
켈리는 KBO 리그에서 쉽게 깨기 힘든 진기록을 남겼다. 작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57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 기록을 세운 것"이라고 답한 켈리는 "꾸준한 건강과 경기력, 약간의 행운이 종합적으로 잘 맞아서 멋진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켈리의 목표는 오직 하나, 바로 LG의 우승이다. LG는 지난해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쳤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잠실 라이벌 두산에 패해 우승 도전 기회를 놓쳤다.
켈리는 "우리가 원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하게 돼 아쉬움이 많지만 우리 팀이 전보다 더 강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는 우리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우승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 바칠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켈리는 LG 팬들에게 "지난 3년간 보내주신 응원과 사랑에 정말 감사드린다. 네 번째 시즌을 팬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하루 빨리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