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북한의 무역규모가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보다도 더 악화됐으나 원유·비료의 수입 등 경제기반이 다르기 때문에 산업이 마비되는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고, 따라서 북한의 '그러저럭 버티기' 정책 기조의 변화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과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전문가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10년 경제성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내다봤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 국경 봉쇄로 2020년 북한의 대외 수입은 7억 7400만 달러, 수출 8천 900만 달러로,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8년 수입 8억 8300만 달러, 수출 5억 5900만 달러 보다 더 악화됐다. 김정은 집권 이후 도입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와 농장책임관리제 등 실용적인 산업정책으로 북한은 2016년 1%대의 플러스 성장을 했지만, 국경봉쇄 속에 지난해에는 성장률이 -4.5%까지 추락했다.
그럼에도 북한의 경제악화가 전반적인 산업 붕괴 위기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이유는 제조업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원유가 제재와는 무관하게 수입되고 있고, 농사에 절대적인 비료도 해상을 통해 적극 수입되는 등 경제기반이 고난의 행군 시기와는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지영 연구위원은 "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원유 등 원자재 수입 감소가 제조업 전반의 가동률 저하를 가져왔고, 비료 공급 감소와 자연재해가 식량 감소로 이어졌으나, 지금은 수입이 80%이상 감소했음에도 원유는 제재와 무관하게 수입되고 있고 비료 공급도 더 늘었다"며, "북한의 산업 전반이 무너질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영 연구위원은 "코로나 19와 제재의 지속으로 경제가 전반적으로 악화되겠지만, 산업이 마비되는 경제 위기로 단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북한은 제재와 코로나 19 방역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최대한 그럭저럭 버티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운영할 걸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은주 연구위원도 "북한의 수입 중단이 오래가면 그만큼 경제상황이 어려워지겠지만 이런 문제로 북한이 대외적인 정책 전환이나 변화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은주 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제상황이 정책전환을 모색하도록 하는 수준까지 악화된다면 90년대 수준을 예상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지금 북한의 경제 기반이 그 때와 다르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단기간에 초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