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만 연세대 교수의 신간 '조세와 재정의 미래'. 문우사 제공국민의힘 김종인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이 차기 정부의 '예산운영 혁신'을 주장하며 사실상 '증세론'을 꺼내 들고 나서 대선을 앞두고 조세정책을 둘러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당면한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증세를 하지 않을 경우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가올 재정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하는 책이 새로 나왔다.
신간 '조세와 재정의 미래'(문우사)의 저자인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홍순만 교수는 "우리나라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OECD회원국 가장 약한 편에 속한다"고 진단하며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부자증세'가 아닌 '보편증세'로 나아가야 하고, 많은 국민들이 조세부담을 나누어 짊어지는 제도 하에서만 복지국가가 실현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홍 교수는 "저출산으로 앞으로 고령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면 복지지출도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증세는 피할 수 없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제도는 감면제도 등이 지나치게 많아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일부 고소득층에게 집중된 '부자증세' 보다는 조세부담이 넓고 고르게 분포되는 '보편증세'의 방향에서 '부가가치세' 증세를 주장한다. 초고령사회에서 연금 혜택을 받는 노인들과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이 더욱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러한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국민이 조세부담을 나누어 갖는 부가가치세 증세가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처럼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며 그 세수 증가분을 복지 재원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홍 교수는 설명한다.
부가가치세는 역진적(逆進的)이기 때문에 많은 정치인들은 부가가치세 증세를 반대한다. 부자는 소득의 일부 만을 소비하고, 가난한 사람은 소득을 전부 소비하기 때문에 소득 대비 조세부담을 비교해보면 부자가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 교수는 "부가가치세야 말로 많은 국민들이 그 부담을 나눠 짊어지는 세금"이라며 "과거 선진국 사례를 보면, 부가가치세율을 높이고 복지지출을 높일 경우 소득재분배 기능이 크게 강화됐다"고 주장한다. 부가가치세 수입 규모가 클수록, 재정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강한 경향이 매우 뚜렷하다는 것이다.
[그림 6.10]부가가치세와 재정의 소득재분배 효과(2018년) 239쪽. 문우사 제공홍 교수는 복지국가로 이름이 높은 스웨덴의 예를 든다. "스웨덴 조세제도의 특징은 많은 국민들이 조세 부담을 나눠 짊어지는 '보편과세'"라며 "세금을 많이 걷는 주요 선진국의 조세제도를 보면 세율이 결코 누진적이지 않다. 즉 조세부담이 일부 고소득층에게 집중돼 있지 않는, 많은 국민들이 조세부담을 조금씩 나눠 짊어지는 '보편과세' 하에서만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충분한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웨덴의 경우, 상속증여세가 재정수입 증대에 기여하지 못하면서, 자본을 해외로 유출시키기 때문에 폐지했다"며 "부유세 등 부자세금으로 재정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상속증여세, 부유세 등 소위 말하는 부자세금의 재정수입 기여도는 극히 초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는 전체 조세수입의 1.6% 수준에 불과하지만 OECD회원국 중에서는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더불어 홍 교수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조세수입 확보 목적이 아닌 부자 증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대단히 비효율적인 제도가 된다고 지적하면서, 소득세의 누진성을 어느 정도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충분한 수입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복잡한 조세와 재정문제를 다뤘지만 비교적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읽히는 책이다.
홍 교수는 "이 책은 대한민국 재정의 현재를 이해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정부의 조세정책을 바라보는 한편 가까운 미래의 정책변화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인 홍순만 교수는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하버드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고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신간 '조세와 재정의 미래'의 저자 홍순만 연세대 교수. 문우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