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대유행으로 글로벌 OTT 플랫폼의 콘텐츠 저작권 수익 독점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징수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한번 나왔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6일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대한 입법 및 정책적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글로벌 OTT는 국내에서 시장지배력을 통해 초과수익을 얻고 있음에도 국내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한 기금과 같은 공공재원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방발기금은 방송·통신 산업 진흥과 콘텐츠 제작 등을 목적으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 통신사 등이 내는 부담금이다. 방송사의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 중 일정 비율과 통신사의 주파수 할당 대가, 영화 입장권의 5% 이하로 매기는 부과금 등이 방발기금의 재원으로 사용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연합뉴스'오징어게임'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부담하고 국내 외주업체가 제작을 담당하지만 추후 저작권에 따른 모든 수익을 넷플릭스가 독점한다. 글로벌 OTT는 방발기금 납부 대상자가 아니어서 OTT의 경제적 수익은 공공재원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방송시장이 온라인으로 재편되고, 영화와 방송 콘텐츠 등이 OTT와 같은 플랫폼에서 상업적으로 유통되면서 OTT 업체에도 방발기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논의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이용자와 매출액이 일정 기준에 달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일정 분담금을 징수해 방발기금을 조성하자며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나아가 명시적으로 OTT 사업자에게 이용자로부터 징수한 부과금을 영화진흥위원회에 납부하고 영화발전기금 조성에 사용하도록 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
연합뉴스해외에서는 프랑스가 영상물지원기금(FSA)을 조성해 영화지원, 영상물지원, 신규 서비스 지원 등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상물지원기금 중 OTT 매출액의 2%에 해당하는 비디오세를 부과한다. 2016년에는 유튜브 등 무료 OTT의 광고 매출에, 2018년에는 넷플릭스와 아마존프라임 같은 유료 OTT의 자국내 매출액에 대해 비디오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입법조사처는 먼저 정치적 측면에서 "오징어게임의 전세계적 흥행에서 보는 것처럼 글로벌 OTT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를 엔터테인먼트강국으로 변모하는 데 일정 역할을 담당했다"며 "소프트파워 관점의 정치적 이익을 고려한다면 법적 규제보다는 상생방안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더욱 강화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제적 측면에서는 "국내 콘텐츠 산업의 육성 관점에세 규제 설계를 검토할 수 있다"며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 기반의 초국적기업의 경우 국민경제에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들 플랫폼에 대한 국가 차원의 규제는 타당성이 있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특히 오징어게임의 흥행에서 불거진 저작재산권 논란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시장 자율 원칙을 존중하면서 해외 자본의 국내 콘텐츠 제작 투자확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해외 투자와 국내 산업과의 선순환을 위해 국내 콘텐츠 제작자가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추가 수익을 보장하는 방안을 입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OTT를 포함한 부가통신사업자로 방발기금 징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현행 방발기금 징수는 기본적으로 제한적 경쟁 하에서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방송사업자 및 기간통신사업자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진입장벽 없이 자유로운 경쟁시장 하에 있는 부가통신사업자의 경우 일정 기준 이상의 업체를 기금 징수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 법적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