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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만에 의식불명'…텐트 속 난방기구 사용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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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부산소방재난본부·부경대, 캠핑용 난방기구 사용 위험성 실험
밀폐 텐트서 참숯 17분, 차콜 2분 만에 일산화탄소 '의식 불명' 농도
산소 농도 안전한계 이하까지 무시동히터·등유난로 10분, 가스버너 30분
소방당국 "밀폐 공간서 난방기구 사용 시 환기 필수…숯은 사용 말아야"

7일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캠핑용 난방기구 일산화탄소 중독 실험 현장에 각종 난방기구가 놓여 있다. 박진홍 기자7일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캠핑용 난방기구 일산화탄소 중독 실험 현장에 각종 난방기구가 놓여 있다. 박진홍 기자최근 캠핑이나 '차박'을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겨울철 각종 난방기구를 잘못 사용하면 질식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7일 오후 부산 부경대학교 장영실관 앞에는 텐트 4대가 세워졌다. 
 
텐트 앞에는 주로 캠핑을 할 때 야외에서 난방 용도로 쓰는 숯, 무시동히터, 등유 난로, 가스 히터 등이 놓였다. 
 
소방대원이 차콜 숯에 불을 붙인 뒤,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설치된 텐트 안에 넣고 문을 닫았다. 
 
약 15초가 지나자, 텐트 안에서 '삐-삐-'하는 요란한 경보음이 울렸다. 
 
텐트 내부 일산화탄소 농도가 사람이 두통을 느끼는 수치인 300ppm을 넘어 섰다는 의미였다. 
 
7일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캠핑용 난방기구 일산화탄소 중독 실험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숯에 불을 붙이고 있다. 박진홍 기자7일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캠핑용 난방기구 일산화탄소 중독 실험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숯에 불을 붙이고 있다. 박진홍 기자실험 시작 2분이 지나자, 실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의식 불명에 빠질 수 있는 수치인 2천ppm을 돌파했다.
 
실험이 끝난 뒤 소방대원들이 텐트 문을 열자, 안에서는 시커먼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다음으로 최근 차박 필수용품으로 꼽히는 무시동히터 실험이 이어졌다. 
 
실내에서는 무시동히터의 배기구를 밖으로 빼낸 상태로 사용해야 한다. 
 
이날 실험은 배기구를 제대로 조이지 않았거나, 차량 운행으로 배기구가 흔들려 배기가스가 누출된 상황을 가정해 배기구를 텐트 안에 놓고 진행했다. 
 
7일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캠핑용 난방기구 일산화탄소 중독 실험 현장에 무시동히터가 일산화탄소 감지기와 함께 설치돼 있다. 박진홍 기자7일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캠핑용 난방기구 일산화탄소 중독 실험 현장에 무시동히터가 일산화탄소 감지기와 함께 설치돼 있다. 박진홍 기자무시동히터를 가동한 지 9분 만에 텐트 내부 산소 농도가 안전한계치인 18% 아래로 떨어졌다.
 
산소 농도가 18% 아래로 떨어지면 산소결핍이 시작되며, 10% 이하면 의식 불명에 빠지는 등 건강에 치명적이다.
 
이날 실험은 부산소방재난본부가 부경대학교 공동실험실습관과 함께 캠핑장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준비했다.
 
이들은 지난 3일부터 3일간 텐트를 밀폐시킨 공간에서 난방기구 4종(숯, 무시동히터, 이동식 부탄연소기, 등유난로)을 사용했을 때, 시간대별 유해가스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숯을 사용한 화로의 경우 일산화탄소 농도가 참숯은 17분, 차콜은 2분 만에 사람이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는 2천ppm을 넘어섰다.
 
무시동히터는 10분이 지나자 산소 농도가 안전한계치인 18% 이하로 떨어졌고, 2구형 가스버너는 30분 만에 산소 농도가 안전한계치 이하로 낮아졌다.
 
등유난로는 10분 만에 산소 농도가 17.7%를 기록했고, 50분 뒤 14.7%까지 떨어졌다. 
 
실험을 주관한 부경대학교 공동실험실습관 서용수 책임연구원은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해 매우 위험한 중독성 높은 물질이며, 장시간 노출되면 심장이나 근육 등에 산소를 전달하지 못해 질식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시동히터의 경우 일산화탄소 농도는 다소 낮더라도, 실내 이산화탄소가 높아지면서 산소 농도가 급격히 낮아지기 때문에 뇌나 근육에 마비를 일으켜 질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7일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캠핑용 난방기구 일산화탄소 중독 실험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텐트 안에 무시동히터를 설치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7일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캠핑용 난방기구 일산화탄소 중독 실험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텐트 안에 무시동히터를 설치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국내 캠핑 인구가 2019년 600만 명에서 최근 700만 명으로 급증한 가운데, 난방기기나 취사도구를 이용하다 안전사고를 당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달 경남 합천군에서 캠핑객 2명이 LP가스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목숨을 잃었고, 지난 5월 강원 횡성군 캠핑장에서도 일가족 3명이 일산화탄소 질식으로 숨졌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 최근 5년간 발생한 캠핑장 발생사고 195건 중 난방기기나 취사도구 이용 중 발생한 위해 증상은 60건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빈번했다. 
 
소방당국은 겨울철 캠핑이나 차박을 할 때 건강이나 생명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난방기구 사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방호조사과 이재혁 조정관은 "'괜찮겠지'하는 생각으로 텐트 안에 난방기구를 놓고 잠을 자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한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차박이 유행하면서 사고 건수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가스를 사용하는 온열기구는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할 때 충분히 환기가 이뤄지도록 해야 하며, 숯의 경우 환기가 되더라도 일산화탄소 중독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는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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