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청와대 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이 2일 오후 중국 톈진의 한 호텔에서 회담하는 모습. 베이징 특파원단 공동취재단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2일 중국 톈진을 방문해 중국 외교의 사령탑인 양제츠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과 회담과 만찬을 이어가며 한중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 양국 공동 관심사를 폭넓게 논의했다.
서훈 실장은 톈진을 떠나기 앞서 3일 오전 베이징 특파원단 공동취재단을 만나 자신의 이번 방중이 지난해 8월 양 위원 방한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양 위원 초청에 따라 이뤄졌으며 한중간 고위급 차원의 전략적 소통을 지속해 나간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양 위원과 고위급 교류 및 실질협력 등 한중 양자관계, 한반도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 지역·국제 문제 등 폭넓은 이슈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화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대만 문제 등으로 갈등이 계속되고 서방 국가들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정 수준의 규모와 국력, 역량을 갖춘 이웃 국가 한국과 협력하는 모양새를 보여줌으로써 세계 여론를 환기시키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서-양 회담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이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서 실장이 종전선언을 제안한 과정을 설명했고, 양 위원은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 베이징 특파원단 공동취재단
하지만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어떤 내용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1일 류사오밍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화상 회담할 때도 종전선언 등에서 건설적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과 중국 간에 종전선언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특정 시기를 겨냥해서 종전선언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비슷한 얘기를 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임기를 6개월 여 앞둔 문재인 정부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겨냥해 종전선언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관계자는 "종전선언이 됐든 남북대화 재개가 됐든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대화 국면을 열고 다음 정부가 그 연장선상에서 순조롭게 한반도 문제에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목표를 갖고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훈 실장과 양제츠 위원은 코로나19 등으로 지연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이전이라도 필요한 정상간 소통은 추진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발표한 서훈 실장과 양제츠 위원 간 회담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양 측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제반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그 이전이라도 정상간 필요한 소통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언제든 필요하면 정상 간에 통화가 됐든 다른 방식의 대화가 됐든 비대면 방식으로 얼마든 할 수 있다"며 "코로나 때문에 직접 대면은 못하더라도 그건 하나도 이상할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 방한 이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간에 화상으로 정상회담이 열렸 듯이 한중 정상 간에도 화상회의나 화상통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중 관계와 관련해서 또 하나 관심사는 내년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할지 여부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시기적으로 빠르다며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