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독립의 깃발을 들 수 있을까? 대부분의 대만인들은 통일도 독립도 아닌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다. SCMP 캡처중화권 매체와 주요 외신에서 중국과 대만 사이를 뜻하는 양안관계가 연일 주요 뉴스로 다뤄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중군 군용기들은 제집 드나들듯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고 대만섬 상륙을 가정한 훈련을 실시하면서 보라는 듯 관련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7월 1일 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대만독립 시도를 단호히 분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데 이어 10월 9일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는 조국통일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대만 차이잉원 총통도 지난달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실은 기고문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만 중국이 양안 관계의 현상을 변경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신호를 거의 매일 베이징에 발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만이 독립을 선포하는 날, 다시 말해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하는 날은 올까?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양안 간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대만이 독립을 선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만의 정치적 움직임에 대해 베이징이 걱정할 게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SCMP는 그 이유로 대만 열렬 독립진영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을 꼽았다.
대만독립은 2016년 대만 총통선거에서 민진당이 내건 주요 화두였다. 하지만 앞서 민진당은 1999년에 대만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현상유지'에 대한 모든 변경은 모든 국민투표를 통해 대만 유권자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연합뉴스차이 총통은 집권 이후 강경파 독립세력으로부터 대만을 공화국으로 선호하는 새로운 헌법을 도입하라는 압박을 받았지만 이미 독립 주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독립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는 민진당의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2019년에 설립된 강경 독립 정당인 대만연맹의 쉬청펑 전 주석은 "천수이벤 전 총통과 마찬가지고 차이 총통은 집권하고 나서 베이징의 지속적인 경고를 고려했을 때 대만이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의 모든 독립세력이 차이잉원에 의해 누그러졌고 차이 총통은 대만의 현상 유지만을 말한다"며 "시진핑은 대만의 독립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의 현상 유지에 불만이 가득 담긴 어투지만 대만 전체의 여론도 차이 총통의 스탠스와 다르지 않다는 데서 독립파들은 또 한 번의 실감하게 된다.
지난 19일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기구인 대륙위원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는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었고 6.8%만이 즉각적인 독립을, 1.6%만이 즉각적인 통일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페이에 있는 싱크탱크 전망재단(Prospect Foundation·遠景基金會)의 라이충 회장은 "차이 총통은 중국이 대만 독립을 구실로 섬에서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현상유지를 시도했을 뿐"이라며 "오늘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상유지를 선택하고 있고, 그의 정책은 일반 대중의 이익에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차이잉원 총통의 현상유지 정책은 '대만 해협에 걸쳐 현상을 변경하거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일방적 행동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에 거의 완벽하게 포개진다.
연합뉴스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 16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의 한 행사장에서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장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만과 미국의 기본적인 입장을 이해한다면 중국 관영매체를 통해 매일 전해지고 있는 대만 관련 호전적인 언동은 다른 목적도 띄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만 문제를 고리로 미국이라는 적대세력을 만들어 놓고 국가적 단결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다보면 내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들에 대한 불평·불만은 힘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대만에 대한 엄포와 미국에 대한 경고는 내년에 3년임이 확실시 되는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 플랜에 불가결한 요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