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에서 유미 남자친구 구웅 역의 배우 안보현. FN엔터테인먼트 제공무서운 성장세다.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을 마친 안보현은 요즘 쉴 새가 없다. 1년 동안 작품이 끝나면 2~3일 밖에 못 쉬고 다음 촬영에 들어갈 정도로 빠르게 달려왔다. 그러다 보니 차기작인 tvN 새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서는 첫 타이틀롤까지 맡게 됐다.
누적된 피로로 에너지는 이미 소진됐다. 작품이 잘된다고 해서 에너자이저처럼 지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안보현은 자신을 향한 채찍질을 쉬지 않는다. 노는 법을 까먹었다고 멋쩍은 웃음을 흘린다. 조급한 마음이라기 보다는 맡은 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고집 때문이다.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안보현은 결코 쉽지 않은 시절을 지났다. 홀홀단신 서울살이를 하면서 연기 학원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단역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나갔다. 간절함 없이는 극을 이끌어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올라갈수록 첫 마음만은 지켜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그가 선택한 작품들의 흥행은 그런 '꾸준함'의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유미의 세포들'에서 안보현은 장발에 수염도 불사해 웹툰과 싱크로율 200%를 자랑했다. 그러면서도 유미를 대하는 구웅의 태도에는 누구보다 솔직하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제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인물조차도 그는 매력적으로 소화할 줄 아는 배우로 성장해 있었다. 다음은 신사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안보현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Q 원작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엄청났다. 한 여름에 가발을 써가면서 연기하느라 고생했겠다A 굳이 긴 머리로 안 가도 된다, 싱크로율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이태원 클라쓰' 당시 싱크로율을 최대한 맞추고 임했을 때 좋은 에너지가 나오고, 원작 본 시청자분들도 굉장히 좋아하셨다. 당시 캐릭터가 정말 입체감 있게 살아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긴 머리 가발을 쓰는 게 맞는 것 같다, 그것과 턱수염이 구웅의 시그니처로 가져가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외적으로 만화를 '찢고 나왔다'고 해주셔서 다행이었다. 좀 다르게 찢은 것 같다. (웃음) 제가 특히나 머리 위로만 땀이 많아서 한여름 가발은 죽을 뻔했다. 늘 냉모밀처럼 시원한 음식을 먹으면서 작품에 임했던 것 같다. 장발이신 모든 분들을 '리스펙'(존경) 한다.
Q 구웅과 내면의 싱크로율도 잘 맞았을까A (구)웅이가 담답하고 자존심도 너무 강한 아이다. 그래서 저와 내면의 싱크로율이 맞지 않는다. 저는 아픔이 있거나 슬픔이 있거나 공유를 잘 안한다. 누군가와 공유를 한다고 해서 반이 되고 치유를 받고 나눠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 사람까지 힘들게 만드는 거 같고 나로 인해 신경 쓰이는 거 같기도 해서 그 부분은 비슷하다. 혼자 독단적으로 살아와서 표출 잘 안하고 뭔가 해내야겠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에서 유미 남자친구 구웅 역의 배우 안보현. FN엔터테인먼트 제공Q 그렇다면 구웅의 연애 스타일에는 공감했나
A 이것도 제로(0)에 가까운 것 같다. (웃음) 저는 화를 불러일으키거나 오해 살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게 본인에게 득이 될 게 없다. 유미가 좋아하는 마음이 진실인 게 확실한데 자존심 때문에 순위가 바뀌지 않고 계속 갔으면 어떨까 싶다. 구웅의 행동이 너무 미화돼도 좋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유미가 세희한테 답답한 마음을 쏟아낼 때 '유미야 그만해'라며 자신의 잘못을 남탓하는 것 같아서 별로였다. 내 사람한테 소중함을 못 느끼는 거 같더라. 다만 진실한 사랑을 느껴 유미가 1순위가 되고, 자기 마음을 알게 되면서 애잔하고 안타까운 면을 보게 되긴 했다. 만약 제 힘든 상황 때문에 여자친구까지 힘들거나 궁핍하게 된다면 저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 공감대는 있다.
Q '이태원 클라쓰'가 OTT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잘 된 케이스다. 티빙 '유미의 세포들', 넷플릭스 '마이 네임'까지 OTT 시리즈 필모그래피가 탄탄하다. 배우로서도 OTT 시리즈가 시청률 압박 등이 없어 마음이 편하기도 할까A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방송사 드라마들이 OTT로 유입돼 K-콘텐츠를 전세계적으로 보시는 게 있는 것 같다. 그럴 때는 제가 한국 사람이니까 정말 너무 좋고 국위선양하는 느낌도 든다. 그렇다고 해서 OTT를 우선시하는 건 아니다. 어쨌든 한국 시청자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작업물을 만드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물론 결과물이 좋으면 전세계에 나갈 수 있고, 육안에 보이지 않아 (성적) 부담은 덜하다. 순위는 계속 변동이 되니 막 와닿지는 않더라. '이태원 클라쓰'가 이번에 일본에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도 팬들이 '태그'를 걸어주셔서 계속 보고 있다. 그런 걸 보면 한국에서만 끝날 작품이 아니겠구나 싶더라.
Q 상대 배우 복도 많은 것 같다. 정말 다들 현재 '핫'한 배우들이다. '마이 네임'에서는 한소희와 '유미의 세포들'에서는 김고은과 호흡을 맞췄다. 직접 겪어 본 두 사람의 모습을 세포로 비유한다면A 둘다 털털한 세포가 공존한다. 일단 한소희 배우는 액션 장르라서 더 그랬던 것 같고 김고은 배우는 다른 작품에서 귀엽고 보호심리를 일으키는 사랑스러운 역할을 많이 맡았었다. 유미 성격은 털털하지 않은데 김고은 배우는 실제로 되게 털털하다. 3살 차이가 나는데 배울 게 많은 '나이스'한 친구다. 정말 김고은이 김유미였기에 캐릭터적으로 이만큼 빠져들었던 것 같다. 이런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에서 유미 남자친구 구웅 역의 배우 안보현. FN엔터테인먼트 제공Q '이태원 클라쓰' 이후 정말 급부상했다. 주연급 배우에서 이제 tvN '군검사 도베르만'에서는 타이틀롤까지 맡았다.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본인 생각은 어떤가. 김수현이나 송중기, 박서준 같은 배우들의 성장세가 떠오르기도 한다 A 부담감이 제일 크다. '유미의 세포들'만 해도 주인공은 '유미'였고, '마이 네임'에서는 조력자였다. '이태원 클라쓰'도 저는 네 번째 남자 배우였다.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신 게 운이 좋았던 거다. '도베르만'은 첫 타이틀롤 주연의 부담감이 정말 피부로 와닿는다. 에너지와 체력관리를 안하면 큰일나겠다 싶어 계속 스스로 채찍질 하고 있다. 성장세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너무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물론 제가 생각했던 그래프 보다는 빠르다.
Q 무엇이든 참 간절한 것 같다. 그런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A 언젠가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빨리 올라왔다. 그래서 압박감이나 부담감이 상당히 큰 것 같다. 연고도 없이 무일푼으로 서울에 와서 연기를 해보고 싶은데 학원 다닐 돈을 구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지금의 대표님을 만났다. 단역부터 일하면서 배우고 이 위치가 얼마나 높은 위치인지 알게 됐다. 8년 전부터 난 언제 저기 올라갈까, 그게 너무 높게 보여서 간절함과 목마름이 있었다. 저 위치가 돼도 이 느낌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초심을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지만 그 간절함이 더 나오는 것 같다.
Q 평소 운동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지금 몸을 좀 더 키운 것 같다. '군검사 도베르만'의 캐릭터 이미지 때문인가A 운동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있다. 안하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근육통이 싫어서 하게 된다. 닭가슴살도 몇팩씩 먹는다. 다만 저에 대한 장점을 살리는 것도 배우로서 제가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관리와 노력을 안하면 무너지니까 연기도 중요하지만 관리도 그런 일부라고 생각한다. 압박이 있다. 볼을 깨물거나 손목 둘레 재보면서 살이 쪘는지 스스로 체크한다. 육체적으로 지쳐 있는 상태이긴 하다. 나도 원래는 진짜 잘 먹는다. 비빔면을 4개씩 먹을 수 있다. '치팅데이'에 그렇게 먹어도 다음 날 후회하고 그런다. 연기를 위해 몸무게를 엄청 증량하고 감량하고 이런 부담감은 전혀 없다. 연기에 임할 수 있으면 무조건 그렇게 할 수 있다. (몸이)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건 당연하다.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에서 유미 남자친구 구웅 역의 배우 안보현. FN엔터테인먼트 제공Q 정말 관리를 안하면 한 순간이긴 하다. 최근 연예인들 사생활 문제도 그렇다A 모든 부분에서 조심스러워지는 게 사실이다. 법의 선을 벗어나는 건 당연히 말이 안된다. 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생활 논란은) 사실 휘말리면 안되겠지만 저 또한 만약 그런 상황이 된다면 얼마나 힘들까, 그런 생각을 한다. 코로나19가 터지고 피부로 느끼지 못한 지점이 많아서 스스로 연예인 같다는 생각이 덜하다. 그냥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 내 억울함을 말한다고 해서 해소되는 것도 아니고 공유한다고 해서 아픔과 진실됨을 알아주기도 어려울 것 같다. 말한다고 한들 뭐가 나아질까 싶다.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고, 어떤 잣대나 시선으로 봐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시한폭탄 같은 거니까.
Q 평소 취미가 캠핑인 걸로 아는데 요즘도 자주 다니나. 새로운 취미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A 캠핑 안 간지 너무 오래됐다. 매니저 친구와도 차에 가스버너와 낚싯대 싣고 다녔었다. 현장에서 야식타임에 야식 먹으면 저희는 스태프들 불러서 라면 끓여 먹고 고기 구워 먹었다. (웃음) 코로나19로 그렇게 하지 못하기도 하고 이미 방송에 출연한 제 캠핑카는 숨어 있다. 아이를 차 위에 올려서 사진을 찍으시거나 따라오시다가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다. 그러다 잘못되면 큰일나니까. 또 제가 생각보다 집에 갚아야 될 게 많다. 예전에는 취미가 되게 많았다. 가수 콘서트 가는 것도 좋아했고,혼자 멍때리면서 낚시하거나 해질 때 목적지 없이 가는 것도. 시국이 이래서 요즘은 쉽지 않다. '이런 걸 해야 될 때가 아니다'라는 부담감도 있어서 노는 법을 까먹었다. 술도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와 이참에 끊어보자 싶어 세 달 정도 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