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들이 지난 9일 제주 머체왓숲길을 찾아 걷고 있다. 이인 기자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있는 머체왓숲길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오히려 여행객들이 늘었다.
지난 9일 기자가 찾은 머체왓숲길 주차장은 오전인데도 이미 만차였다. 모두 70대를 세울 수 있지만 휴일에는 인근 도로까지 차량들로 가득찬다고 한다.
지난 9일 오전 차량들로 가득 찬 머체왓숲길 주차장. 이인 기자머체왓숲길영농조합법인 고철희 대표는 "위드 코로나 이후 하루 500~600명의 여행객이 찾아 숲길을 걷거나 귤효소차와 족욕 체험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머체왓숲길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부터 오히려 여행객이 늘어 모두 16만 명이 찾았고 올해는 20만 명을 예상하고 있다. 2019년에는 10만 명이 찾았는데 코로나19 이후 여행객이 2배나 늘어난 것이다.
'머체'는 돌이 쌓이고 잡목이 우거진 곳을, '왓'은 제주어로 밭을 각각 의미하는데 한마디로 '머체왓숲길'은 돌과 나무가 한껏 우거진 숲길을 뜻한다.
마치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듯한 조록나무와 동백나무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머체왓꽃동산이 있고 소롱콧길(6.3km, 2시간 20분)과 머체왓숲길(6.7km, 2시간 30분) 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샷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는 머체왓동산. 이인 기자머체왓꽃동산은 현재 유채꽃을 파종해 싹을 틔우고 있었는데 유채꽃은 물론 메밀꽃과 해바라기 등 4계절 내내 화려한 꽃들이 만발하는 장소다.
또 피크닉장소로 유명한 숲유치원, 힐링과 숲멍공간인 편백나무 쉼터, 선녀가 머문다는 올리튼물, 또다른 사진 명소인 머체왓전망대, 옛집터가 있는 삼나무숲까지 어느 하나 그냥 지나칠 곳이 없다.
숲멍과 힐링이 가능한 제주 머체왓숲길. 제주생태관광 홈페이지기자와 만난 오은희(62, 여), 권중자(61, 여)씨는 "서울에서 함께 제주에 와 2주간의 일정으로 곳곳을 둘러보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선 제주가 휴양지로는 최고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언제 오든, 어디를 가든 사계절이 다 예쁘다. 걸을 곳도 많고 볼 곳도 많아서 오래 머물 수 있는 장소"라며 "특히 머체왓은 확 트인 느낌이 있어 올레길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고 각각의 장소가 힐링할 수 있는 공간들이다"고 전했다.
제주 머체왓숲길의 피크닉장소인 숲유치원. 제주생태관광 홈페이지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아 치유와 건강을 되찾으려는 위드 코로나 시대 최적의 장소로 머체왓숲길이 손꼽히는 이유다.
고철희 머체왓숲길영농조합 대표는 "실내보다는 실외를, 기존 사람들이 몰리는 관광지보다는 조용히 힐링할 수 있는 마을관광지를 선호하면서 머체왓숲길은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여행객들이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머체왓숲길이 각종 방송에 소개되면서 최근에는 20대와 30대의 젊은 여행객들이 절반을 차지한다"며 "기존에는 50대 이상의 연령층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머체왓숲길 입구. 이인 기자숲길을 걷고 나면 편백 족욕을 즐 길 수 있고 건강약재차와 귤효소차도 맛볼 수 있다.
주민들이 직접 편백나무 잎을 말려 가루를 낸 재료로 족욕을 하고 역시 주민들이 머체왓에서 채취한 각종 약재로 차가 만들어져 제공된다.
머체왓길다방에서는 머체왓 약차와 청귤커피를 판매하고 피크닉 세트까지 대여한다. 잠시 쉴 수 있는 해먹정원과 정글체험, 목공체험은 덤이다.
걷기만 해도 치유가 되는 숲길과 더불어 각종 체험까지 가능하기에 머체왓숲길은 코로나19 이후 여행객들의 사랑을 더 받고 있는 것이다.
머체왓숲길 안내도. 이인 기자무엇보다 머체왓숲길이 제주의 대표 마을여행지가 된 건 마을 주민들이 머체왓숲길영농조합법인이라는 전담조직체를 만들어 흔들림 없이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골프장 등 각종 개발 유혹을 뿌리치고 숲길을 보존하는데 앞장선 주민들은 영농조합을 통해 숲길 해설사로도 나서고 각종 운영과 관리 업무도 도맡아 하고 있다.
박시혜영 머체왓숲길영농조합 실장은 "주민들이 숲길 해설과 안내는 물론 머체왓길다방에서 판매하는 꿀과 감귤도 직접 양봉하거나 재배한 것들"이라며 주민 소득증대에도 머체왓숲길 마을여행은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