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온라인플랫폼 규제 관련법(온플법)이 이르면 이번 달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공정화법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심사 중인 이용자 보호법을 각각 통과시키되 중복 규제가 있는 조항을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속도를 내는 국회와 달리 업계는 "온플법이 디지털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온플법, 이르면 이번 달 본회의 통과…공정위·방통위안 각각 통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온플법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정무위와 과방위에 각각 계류 중인 2개 온플법 최종안을 당에서 만들기로 했다"며 "추가 당정 협의를 통해 이르면 이번 달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규제 중복이나 토종기업 역차별 문제 등은 대체로 합의가 이뤄졌다"라며 "금지행위 중복 조항만 아직 쟁점으로 남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온플법은 사실상 8개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덩치가 커지면서 시장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졌고,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제대로 규율하기 위한 새로운 법체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다수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 중 대표 법안은 '온라인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정무위)과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과방위)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서울국제경쟁포럼 개회식에서 "거대 플랫폼들이 심판과 선수 역할을 겸하는 이중적 지위를 악용해 노출 순서 조작 등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경쟁을 왜곡하기도 한다"라며 거대 플랫폼 기업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런데 이들 법안은 약 1년 간 공전을 거듭했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은 공정위를,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은 방통위를 주무부처로 삼으면서 부처 간 권한 다툼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문제가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 남용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공정위에 규제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사업자에 대한 규제 행위이므로 방통위 소관 업무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당정이 회의를 통해 각 법을 통과시키되 유사‧중복 조항을 제외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크게 '공정거래 영역'은 공정위가, '이용자 보호 영역'은 방통위가 맡기로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가 제출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은 계약서 교부가 핵심이다. 연간 수수료 수입이 100억 원 이상 이거나 중개 거래금액이 1천억 원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다. 대상 기업은 입점업체와 △중개거래계약의 기간, 변경, 갱신 및 해지, △거래과정상 발생한 손해의 분담 기준 △온라인플랫폼에 노출되는 방식 및 순서 등이 필수적으로 담긴 중개거래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보복 조치행위 금지 규정 등을 위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담겼다.
방통위를 주무부처로 하는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의 경우 플랫폼과 입점업체는 물론 소비자와의 관계도 규율했다. 법 적용 대상을 일반적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구분해 의무를 차등 부과한 것이 특징이다.
높아지는 규제 리스크에 업계는 '난색'…"혁신 저해"
연합뉴스업계는 지금껏 각 법안에 독소조항이 명확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 법안이 하나도 아닌 모두 통과되는 것으로 방향이 정해지자 난감한 기색을 표하고 있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은 계약 시 필수 기재사항을 열거해 규율하고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은 사용자 반응이 즉각적이라 입점 업체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이러한 특성을 무시한 채 다양한 비즈니스적 요소들을 계약서에 필수적으로 기재하라고 강제하고 있다. 이렇게 규제 당국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게 되면 변화에 치밀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필수 기재사항 중에 노출 기준 공개가 있다는 점도 민감한 대목이다.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법도 11조에서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 등의 노출 방식 및 노출 순서를 결정하는 기준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계는 '과도한 영업 기밀 침해'라는 입장이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각 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개발한 자산이자 영업 기밀이라는 것이다. 알고리즘을 명확히 공개할 경우, 이를 악용하는 '어뷰징'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독소조항을 가진 법안 두 개가 같이 통과되면 공정위, 과기부, 방통위 등 여러 부처의 감시와 규제를 중복으로 받게 될 것"이라며 "플랫폼사업자는 방통위가 마련하는 기준에 맞춘 계약서와 공정위가 마련하는 기준에 맞춘 계약서 2개를 각각 마련해서 체결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공정거래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뿐만 아니라 약관규제법, 대규모유통업법, 표시광고법, 개인정보보호법, 전자상거래법 등 플랫폼 기업이 직면한 법이 상당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