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동안 4G 132구' 이영하, 가을 역적 씻어낸 혼신의 속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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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두산 투수 이영하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두산 투수 이영하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우완 이영하(24)는 최근 2년 동안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2018년 10승, 2019년 17승을 따내고 프리미어12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으로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로 거듭났지만 지난해 5승 11패, 올해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에서도 6점대 평균자책점(ERA)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별히 몸이 아픈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는 선발에서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그나마도 한국시리즈(KS)에서 2경기 ERA가 무려 40.50으로 치솟는 바람에 계륵 신세가 됐다.

그런 이영하는 올 시즌 막판 불펜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9월 이후 정규 시즌 24경기에 등판, 4승 1패 1세이브 2홀드 ERA 1.60의 엄청난 활약으로 팀 가을야구 진출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경기 중반 이후 전천후 불펜으로 맹활약했다.

포스트시즌 들어 이영하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키움과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는 부진했지만 2차전에서 다시 등판해 1⅓이닝 2탈삼진 무피안타 무실점 역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1차전 24개, 2차전 17개의 공을 던졌다.

그런 이영하는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값진 투혼을 펼쳤다. 지난 4일 1차전에서 1⅔이닝 1탈삼진 3피안타 1실점으로 홀드를 따내며 승리의 발판을 놨다. 선발 최원준에 이어 2 대 0으로 불안하게 앞선 6회 등판해 승기를 이어갔다.

그러더니 7일 3차전에서는 무려 4이닝을 소화했다. 선발 김민규가 1이닝 만에 물러난 뒤 조기 투입돼 5회까지 2피안타 4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투구 수는 66개. 어지간한 선발 역할을 해낸 것이다.

1 대 1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 등판한 이영하는 2회말 2사에서 1루수 실책과 볼넷으로 1, 2루에 몰리기도 했지만 상대 주장 김현수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 이닝을 마쳤다. 이영하는 3회말에도 2루타와 볼넷으로 1, 2루 위기를 자초했으나 시리즈 2경기 4할대 타율을 보이던 문성주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포효했다. 시속 151km를 찍은 혼신의 역투에 문성주도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허사였다.

이영하가 LG 타선을 막아주는 사이 두산은 3회 2점, 4회 1점을 내며 승기를 잡았다. 5회는 대거 6점을 뽑아내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이영하는 승리 투수와 함께 이날 경기 MVP에 선정됐다.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10 대 3로 승리한 두산 베어스의 이영하가 데일리 MVP를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10 대 3로 승리한 두산 베어스의 이영하가 데일리 MVP를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후 이영하는 "생각보다 일찍 올라왔다"는 말에 "미리 듣고 준비하고 있었어서 힘든 점은 없었다"면서 "올라가서 던지는데 (호수비를 펼친 중견수) 정수빈 형, (포수) 박세혁 형 모두 잘해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이어 2회 정수빈이 구본혁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한 데 대해 "아무도 없어서 안타인 줄 알았는데 아웃돼서 기분이 좋았다"면서 "그런 수비가 나올 때마다 투수 입장에서 이닝을 최대한 빨리 끝내주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시즌 중간 불펜 전환 뒤 살아난 데 대해 이영하는 "계기가 필요했는데 불펜으로 전환하면서 좋은 계기가 됐다"면서 "그런 계기들로 인해 선수 입장에서 분위기를 타고 자연스럽게 좋아진 거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팀에 미안한 마음을 털어냈는지에 대해 "그냥 계속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선발 때 잘했으면 와일드카드 안 갔을 텐데 그냥 그런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속죄의 심경을 드러냈다.

이날 4이닝 투구에 대해 이영하는 "3이닝 정도일 줄 알았는데 5회 워낙 점수가 많이 나서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면서 "그 전에는 무조건 막아야 된다 생각했는데 이후 맘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초반 타이트하게 가져가는 것이 야수들이 점수 뽑아줬을 때 그 리드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초반 점수를 많이 내주면 어린 선발 투수들이 여유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잘 맞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시리즈를 분석했다.

삼성과 플레이오프(PO)에 대한 각오도 다졌다. 이영하는 "삼성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초반 잘 버텨주고 야수들이 잘 쳐주고 잘해준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은 상대 주포 오재일에 대해서도 "똑같을 거 같다"면서 "그냥 다른 선수들 상대하듯이 집중한다면 충분히 잘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선전포고했다.

올해 포스트시즌 8일 동안 4경기 132구를 던진 이영하. 그의 속죄투에 두산의 가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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