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KB스타즈. WKBL 제공"우리은행을 상대로 시즌 초반에는 이겨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우승한 시즌 때도 그랬다. 이를 깨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슬로우스타터라는 타이틀이 너무 싫었다"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의 간판 센터 박지수가 마침내 목표를 이뤘다. KB스타즈는 가장 강력한 우승 경쟁 후보로 평가받는 아산 우리은행을 상대로 우여곡절 끝에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KB스타즈는 4일 오후 충남 아산에서 열린 우리은행과 정규리그 1라운드에서 종료 4.1초 전에 터진 김민정의 역전 골밑 득점에 힘입어 71대70으로 승리했다.
박지수는 25득점 21리바운드 3블록슛을 올리며 골밑을 장악했다. 우리은행과 첫 맞대결이었고 시즌 초반에는 늘 졌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각오가 다부졌다.
박지수는 "우리은행은 접전에 정말 강한 팀이다. 이 부분을 넘었다는 게 의미가 크다. 넘어갔던 분위기를 다시 잡아왔기 때문에 저와 선수들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은 KB스타즈의 일방적인 우세 속에 진행됐다.
우리은행은 전반 한때 15점 차로 밀렸다. 핵심 전력 박지현은 발 부상 여파로 4쿼터 막판까지 코트를 밟지 못했다.
초반 성공의 열쇠는 매치업 형태의 지역방어에서 비롯됐다. 김완수 KB스타즈 감독이 경기 전 예고한 변칙수비였다.
박지수를 최대한 페인트존 안에 머물게 하는 대신 4명이 나머지 전 지역을 활발한 움직임으로 커버했다.
수비는 통했다. 우리은행은 경기 초반 공격에서 해법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에게는 위성우 감독과 노련한 코칭스태프 그리고 최정상급 가드 박혜진이 있었다. 박혜진은 상대 수비를 읽기 시작했고 여기에 베테랑 김정은이 공수에서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김완수 감독은 같은 수비를 끝까지 고수했다. 그는 "준비한 수비가 초반에 잘 통했는데 나중에는 우리은행이 공략을 잘했다. 수비를 바꿀까 고민했지만 다음에 또 써야 할 수비이기 때문에 더 맞춰보자는 생각에 계속 썼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KB스타즈 사령탑을 맡은 신임 감독은 우리은행과 시즌 첫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 무대에서 보다 멀리 보고 큰 그림을 그린 것이다.
하지만 위험했다. KB스타즈는 4쿼터 중반 60대60 동점을 허용했다. 박혜진의 득점이 폭발하면서 우리은행은 종료 2분여를 남기고 69대63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KB스타즈는 포기하지 않았다. 박지수와 강이슬의 자유투로 69대70까지 추격한 KB스타즈는 종료 4.1초 전 김민정의 골밑 득점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우리은행이 순간적으로 스위치 수비 실수를 했다. 김민정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골밑으로 파고 들었다. 박지수는 도움수비를 가는 우리은행 선수를 몸으로 막아내며 기록지에 적히지 않는 기여도를 보였다.
김완수 감독은 "(김)민정이가 여유를 갖고 플레이를 했다. 예전 같았으면 슛을 그냥 날렸을텐데 끝까지 보고 레이업을 쐈다. 여유가 생겼다고 느꼈다"고 칭찬했다.
강이슬은 16점을 올렸고 최희진은 14점을 보탰다. 최희진은 우리은행이 후반 추격하는 과정에서 고비 때마다 알토란 같은 득점을 올렸다.
최희진은 "역전된 상황에서 감독님이 작전타임 때 천천히 해도 된다, 괜찮다고 했을 때 선수들의 마음이 침착해진 게 정말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