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포수이자 4번 타자 강민호가 24일 SSG와 경기에서 타격하는 모습. 대구=삼성'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삼성-SSG의 시즌 마지막 16차전이 열린 2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경기 전 삼성 허삼영 감독은 전날 1위 등극에 대해 담담한 표정이었다.
허 감독은 121일 만의 1위 탈환에 대한 소감에 대해 "별 감흥이 없습니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주변에서 축하 인사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전날까지 1위를 달리던 kt를 5 대 0으로 완파했다. 대구 2연전을 쓸어담으며 1경기 차 1위로 도약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매 경기 순위가 요동치고 정해진 게 없다"면서 "kt전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어제로 끝났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장점 많은 팀이고 홈런 1위의 OPS 어떻게 저지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덧붙였다.
선수들도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감독은 "1위의 성취감이 생길 수 있지만 끝이 아니라서 선수들이 자만하거나 나태하게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 "(정규 시즌 최종전인 NC와 원정이 열리는) 창원까지 간다는 생각 갖고 오늘 경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과연 삼성의 집중력은 놀라웠다. 경기 후반까지 밀리던 흐름을 막판 가져오며 패배를 막아냈다.
삼성은 이날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이 등판했지만 후반까지 고전했다. 4회 수비 실책으로 선취점을 헌납했다. 무사에서 추신수의 땅볼 때 유격수 김지찬의 악송구, 최정의 내야 안타로 무사 1, 3루에 몰렸다. 1사에서 박성한의 땅볼 때 추신수가 홈을 밟았다.
호투를 이어가던 뷰캐넌은 7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2사 2루에서 대타 한유섬에게 2점 홈런을 내준 것. 시속 140km 몸쪽 컷 패스트볼을 한유섬이 잘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0 대 3으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삼성에겐 '약속의 8회'가 있었다. 구단 레전드 이승엽(은퇴)이 숱하게 명장면을 만들어낸 8회 구자욱과 강민호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구자욱은 8회말 2사에서 상대 필승 불펜 김태훈을 우월 1점 홈런으로 두들기며 추격의 신호탄을 쐈다.
이어 강민호가 2사 2루에서 상대 마무리 김택형으로부터 통렬한 동점 홈런을 날렸다. 시속 146km 4구째 복판 직구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비록 승리를 거두진 못했으나 삼성은 1위를 지켰다. 이날 kt가 키움을 꺾었지만 삼성이 무승부를 거두면서 0.5경기 차 1위를 유지했다. 뷰캐넌의 등판에도 승리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패배보다는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