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목동에 있는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퇴근이 늦어지면 치매에 걸리신 어머니가 딸만 바라보고 굶고 계신다던지, 밤에 '석양 증후군'이라고 해서 밖에 나가시려고 하셔서 항상 걱정이 됐어요."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신모(50·여)씨는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 박모(84)씨가 혹시나 실종되지 않을까 늘 전전긍긍했다. 잠시 한눈을 팔면 집을 떠나 배회하기가 일쑤. 굽은 허리와 느릿한 발걸음으로 대체 어디로 종적을 감추는지, 골목길을 구석구석 살피는 날들이 늘어갔다
실시간 위치를 어떻게 하면 파악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양천구청과 양천경찰서에서 무상 지원하는 스마트 지킴이(위치 추적 기기)와 이를 결합 사용할 수 있는 '세이프 깔창'을 받게 됐다. 이후로 실종이 되더라도 찾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빨라졌다. 신씨는 "치매 어르신이 계신 가족들에게는 참 안심이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스마트지킴이·세이프깔창. 출처 양천구청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세이프 깔창과 스마트 지킴이를 사용했을 경우 약 1시간 이내 실종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발달장애인 실종이 발생했을 경우 발견까지 약 48시간, 치매 환자는 7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것에 비해 시간이 대폭 단축된 셈이다. 수색에 동원되는 평균 32.3명의 경찰력도 상당 부분 아낄 수 있다.
스마트 지킴이에는 GPS 위치추적기가 내장돼 있다. 이를 시계 줄에 부착하면 '위치 추적 시계'가 된다. 이를 넘어 '세이프 깔창'은 스마트 지킴이를 뒤축에 삽입해 특수 제작한 깔창이다. 발달장애인이나 치매 환자 등이 평소 손목시계나 목걸이 등을 착용하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고, 항상 같은 신발을 신고 밖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착안됐다. 이를 개발한 양천구와 양천경찰서는 올해 7월부터 발달장애인과 치매 환자 558명을 대상으로 세이프깔창 등을 무상으로 보급했다.
보급 이후 현재까지 실종 사건이 조기 해결된 건수는 총 7건으로 파악됐다. 지난 8월 실종된 90대 치매 노인의 경우 새벽 3시 25분에 실종신고를 접수했으나 6분 만에 위치를 확인해 발견했고, 9월 실종된 70대 치매 노인 역시 6분 만에 소재를 파악해 보호자 인계 조치를 하기도 했다.
세이프 깔창 내부에 있는 스마트 지킴이는 소지자가 자택 등 '안심 구역'을 이탈하면 보호자에게 알리도록 되어 있다. 이후 경찰에 신고하면 수색과 함께 양천구 통합관제센터와 공조를 하는 체계로 이뤄져 있다.
특히 치매 환자와 함께 스마트 지킴이와 세이프 깔창이 효과를 보는 부분은 발달 장애인 실종 추적으로 파악된다. 연령대가 높은 치매 환자에 비해 발달 장애인은 연령대가 다양하고 이동 반경이나 속도 면에서 추적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지난 7월 양천구에서 실종된 40대 지적장애인의 경우 위치 추적을 통해 북한산으로 향한 것을 파악했고, 4시간 만에 발견에 성공한 사례가 있기도 했다.
세이프 깔창이 지자체 차원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지원 및 보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시 행주산성둘레길에서 어머니와 산책하던 중 실종된 20대 발달 장애인은 전혀 행방을 찾지 못했고, 3개월 만에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위치 추적을 통해 수색의 '골든 타임'을 확보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양천구와 양천서의 스마트 지킴이, 세이프 깔창 보급 사업의 경우 서울시 스마트시티 지원 공모사업 선정으로 확보된 1억 원의 예산으로 시행됐다.
한편 경찰청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아동, 발달장애, 치매 환자 등의 실종신고 접수 건수는 모두 12만 3878건으로 이중 발달장애인은 2만 4319명(미발견 77명, 사망 141명), 치매 환자 3만 6882명(미발견 15명, 사망 345명)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