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 흰수리 헬기. 연합뉴스바다 소금기를 씻어내기 위해 고압세척을 하면 연료탱크에 물이 새는 문제가 지적됐던 KUH-1 수리온 계열 헬기에 대해 해양경찰이 구조적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군은 이러한 해결책이 아니라 여전히 교범대로 테이프를 붙인 뒤 세척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실이 방위사업청과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해경은 자신들이 운용하는 수리온 계열 헬기 '흰수리'를 고압세척할 때 연료탱크에 물이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해경은 수리온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함께 정밀점검을 진행한 결과, 연료통기구와 압력저감밸브 통기구를 통해 연료탱크에 물이 샐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 6월 말 샤워기를 통해 최대 출력으로 물을 뿌리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5ml 정도 수분이 들어온다고도 확인됐다.
해경은 바다에서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헬기가 염분에 계속 노출되고, 임무 특성상 해난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 환경에서 출동할 수도 있다. 비행을 하고 나면 염분을 제거하기 위해 고압으로 세척해야 한다.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약 4억 2천만원을 들여 KAI와 협의해서 연료통기구 등 구조를 개선하기로 했고, 관련 용역계약까지 체결했다.
국방규격과 군수품 품질보증을 책임지는 국방기술품질원도 "인적 에러를 방지하고 편의성, 운용성, 정비성을 고려해 운용자 기술변경요청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비행 전 수분을 빼는 작업(드레인)을 하지만, 운용 중 악천후를 만날 수 있고 정비성을 최대한 향상시키기 위해서로 보인다.
KAI는 지난 6월 관련 언론보도 뒤 "기술교범에 고압세척시 테이핑을 한 뒤 물을 분사하도록 명시돼 있다"며 "절차를 지킬 경우 수분 유입은 없다고 확인했지만, 편리하게 헬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통기구에 테이핑 없이도 고압세척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고 설명했었다.
해경은 용역계약 특수조건으로 구조 개선 부위에 직접 물을 뿌리는 시험을 해서 물이 새지 않는지 확인하고, KAI가 하자보증 책임까지 지도록 했다.
수리온 헬기 교범 내용.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세척한 뒤 떼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김병기 의원실 제공 군은 육군에서 '수리온'과 '메디온', 해병대에서 '마린온' 헬기를 운용한다. 그런데 군은 해경과 달리 이런 구조적 문제를 따로 고치지는 않고, 세척을 할 때마다 해당 부위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해경이 적극적으로 개선에 나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쉽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해병대 마린온 헬기 운용 환경은 해경과 공통점이 많다.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똑같이 염분을 제거하기 위해 고압세척 등을 진행해야 한다.
KAI 측은 "고압세척 전 테이프를 붙이는 일은 UH-60 블랙호크 등 다른 헬기도 똑같이 하고 있지만, 해경은 자체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KAI와 협의했다"며 "다른 운용처에서는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헬기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편의성 등을 위해 해경이 자체적으로 비용을 들여 이같은 방법을 선택했다고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방위사업청은 "구조 개선을 진행하더라도 고압세척을 한다면 테이프는 여전히 붙여야 하기 때문에, 해경과 달리 군에서는 운용 대수가 많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비용 대비 효과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병기 의원은 "우리 군인들 생명과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문제인데 방위사업청이 소극적인 태도로 구조 개선을 하지 않은 점은 큰 문제"라며 "적어도 작전환경이 해경과 비슷하고 험한 바다에서 운용하는 해병대 마린온에는 반드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