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통신연락망의 복원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이 복원시점을 10월 초라고 했으니, 오늘(1일)이나 4일(월요일)이후에 통신연락망 복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해 6월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단절한 남북연락채널은 지난 7월 남북정상의 합의로 13개월 만에 복원됐으나, 북한이 다시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면서 2주를 못 가고 계속 불통상태에 놓여있었다.
이에 정부는 남북연락채널의 우선적인 복원을 북한에 요구했고, 이에 김 위원장이 호응한 셈이다.
남북연락채널은 남북관계의 기본이다. 여러 현안에 대한 남북의 초보적인 협의가 통신연락망을 통해 시작되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이미 지난 7월 29일 코로나19 속에서도 남북 대화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영상회담 시스템 구축 문제와 관련해 협의하자는 내용의 문건을 북측에 전달한 바 있다.
따라서 남북통신연락망이 앞으로 연결되면 가장 먼저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 제안에 대한 북측의 답변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2일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김 위원장은 남북연락채널 복원 방침을 밝히면서 "남북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조선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남조선에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며 유화적인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남북관계 회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단 통신연락망을 복원한다는 언급인 만큼, 통신망 이후의 후속 조치도 어느 정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북화상회의 시스템 구축과 이를 토대로 남북대화는 어느 정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도 "김 위원장이 직접 복원 방침을 표명한 만큼,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에 대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대화의 의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생각하는 의제의 우선순위와 입장도 있을 수 있으니 (남북이)같이 협의하며 논의할 의제들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복원된 남북연락채널을 토대로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까지 개선될지는 불투명하다. 남북통신망은 그야말로 남북대화의 기본 수단일 뿐 남북관계의 진전을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이번 연설에서도 언급했지만 북한은 기본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선결조건으로 군사안보분야의 이중기준 철회와 적대시 정책 철회 등 근본문제의 우선적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의한 종전 선언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라며,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25일 담화에서 남북관계 논의 사안으로 거론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와 남북정상회담"의 실행 조건도 바로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의 철회 등 근본문제였다.
북한이 제기하고 있는 근본문제의 선결은 사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등 새로운 무기 개발과 군사행동을 용인하라는 뜻이기도 한다.
북한이 이중기준 철회 등 근본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는 것도 오는 10월 10일 북한의 당 창건 기념일 등 주요 계기에 실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략무기의 시험과 관련해 미리부터 명분을 쌓은 측면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남북연락채널은 남북관계의 중요한 동맥이나 정맥이라기보다는 한반도 정세에 따라 단절과 복원을 반복하는 실핏줄 정도의 역할을 하는데 그쳤다"며, "향후 연락채널이 복원된다고 해도 개시통화 마감통화를 실무적으로 반복하는 선에 그친다면 큰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남북통신선이 곧 복원되고 남북한 간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겠지만 북한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근본적인 문제', 즉 한미연합훈련과 한국의 미국 첨단무기 도입 중단 요구 등에서 남북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남북대화 재개는 북한의 이중기준 철회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면서, "북한이 제기하는 남북 전력증강 문제는 남북이 합의한 대로 남북군사공동위를 실행해 포괄적으로 풀어나간다는 원칙적 입장으로 대응해 남북관계 제도화에 방점을 찍어야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