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경선 예비후보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선전을 다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홍준표, 하태경, 유승민, 최재형, 원희룡, 안상수, 윤석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국민의힘 1차 컷오프(예비경선)를 통과한 대선후보 8명이 16일 첫 TV토론에서 격돌한 가운데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 경쟁자들은 '고발 사주' 의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손발 노동' 발언 등을 거론하며 윤 전 총장을 압박했지만, 후보 난립으로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첫 TV토론은 시작부터 윤 전 총장에게 화력이 집중됐다. 특히 여론조사상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을 향해 2‧3위 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주도권 토론에서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며 압박 공세를 가했다.
홍 의원은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회동 당시 '동석자' 논란을 꺼내들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
특정 캠프가 관련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으면 최소한을 사과해야 하지 않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 캠프가 조 전 부위원장과 박 원장, 성명불상 1인을 고발했는데, 성명불상으로 지목된 홍 의원 캠프 소속 인사가 동석한 것으로 의심 받는 지난달 11일 하루 자신의 동선을 공개한 점을 들어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우리 캠프 사람들이 어디 가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진 모르겠는데 성명 불상이라고 하는 것은 그 행위가 (박지원과 조성은 등) 두 사람만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수사가 시작을 안 했는데 뭐가 밝혀졌다는 것이냐"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대선경선 황교안, 홍준표 예비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하태경 의원도 "고발사주 사건이 발생했을 때 윤 전 총장은 '왜 증거도 없이 저러냐'고 버럭했다"며 "
이번 고발장에서 성명 불상자를 끼워 넣었는데 증거는 없고 '카더라 통신'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아니냐"고 윤 전 총장을 몰아붙였다. 윤 전 총장은
"(동석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만 (박지원, 조성은 등) 두 사람으로 완결될 수 있는 행위가 아니기에 그렇게 고발한 것"이라고만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가세했다.
유 전 의원은 "만약 증거가 계속 나와 손준성 검사 등 윤 전 총장의 최측근 간부들이 고발장을 만들어서 전달한 게 사실이라면 후보 사퇴 용의가 있냐"고 물었고, 윤 전 총장은 "
제가 관여하지 않았다. 지휘‧감독은 그 경위를 봐야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하며 박 전 대통령과 보수정권 인사들을 구속시킨 윤 전 총장의 이력도 도마에 올랐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보수진영을 궤멸시키는 데 앞장을 서고 200여명 구속, 그 중 5명이 자살을 했다"며 "그렇게 했으면 우리당에 들어올 때 대국민 사과라도 하는 것이 맞지 않냐
"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법리와 증거에 기반해 일처리를 했는데 이것에 대해 제가 검사로서의 한 일에 대해서 사과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사과 요구를 거절했다
. 최근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등 언급을 두고 윤 전 총장의 노동관을 문제 삼기도 했다. 홍 의원은 "
손발 노동하는 젊은 세대들이 자신은 '아프리카 한국계'라고 한다. 자벌레처럼 몸통만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냐"고 하자, 윤 전 총장은 "
산업의 국제 분업화 때문에 소위 단순노동의.."라고 해명하던 도중 시간 초과로 답변이 끊어졌다.
경쟁자들의 파상공세에 맞서 윤 전 총장은 일부 후발주자들에게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을 할애하며 공격을 분산시켰다. 후발주자들을 향해 다소 우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집단 전선을 형성해 집중 타격을 회피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윤 전 총장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향해선 "검찰이라는 분야에서는 26년 간 한 길을 팠지만, 여의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우리 최 전 원장님과 마찬가지로 다른 분들 보다 적다"며 최 전 원장이 언급한 '정치 교체'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 4‧15총선 불법선거를 주장하는 황교안 전 대표의 질의엔 "저도 검토를 해보겠다"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예비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약 100분 간 진행된 이날 토론에 대한 총평은 엇갈렸다.
8명의 후보가 난립하면서 사실상 1인당 주어진 시간이 약 10분 안팎에 불과해 심도 있는 토론이 진행되긴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홍 의원은 토론 후 페이스븍에서 "
다소 싱거운 토론이었지만 4강 토론 때는 본색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 측 박용찬 대변인은
"한정된 시간에 단답식으로 발언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아쉬움을 보였다. 유 전 의원 측 권성주 대변인도
"다음 토론에선 후보들의 철학과 해법을 국민들 앞에 가감 없이 검증 받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윤 전 총장 측 김병민 대변인은 "일부 후보의 네거티브 시도가 있었지만 윤 전 총장의 시선은 시종일관 국민을 향했다"고 호평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가 끝난 후 윤 전 총장 지지자들로 보이는 이들 4~5명이 귀가 중인 홍 의원을 향해 달려들며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홍 의원 캠프 소속 인사가 홍 의원을 보호하던 중 물리적 충돌로 인해 출혈 등 부상을 입었다. 해당 인사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 지지자 겸 유튜버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갑자기 홍 의원에게 달려들어서 '역선택', '역준표'라고 소리쳤다"며 "큰 부상은 없었지만 자칫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 김 대변인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선거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될 수 없다"며 "불미스러운 사안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