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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백지영(33)이 2000년 불거졌던 동영상 스캔들에 관해 입을 열었다.
백지영은 11일 오후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 코너에 출연해 당시 사건으로 인해 느꼈던 고통과 다시 정상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동영상 사건에 대한 강호동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백지영은 "그 때는 그냥 쇼크 상태였고 그 상태가 오래 지속 됐다. 기자회견 당시는 이미 모든 일이 일어난 후였다"며 "당시엔 어떤 생각도 없었다. 소속사 직원이 써준 서류를 읽고 왠지 모르게 나오는 눈물을 흘린 것 말고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오로지 가족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을 이은 백지영은 "사건 이후 인터뷰를 하며 그 때 얘기가 나오면 ''나는 가지고 있는 게 많았다''고 했지만 사실 그건 거짓말이 보태져 있었다. 당시 내겐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고 했다.
백지영은 사건 이후 죽음을 생각할 정도의 고통을 느꼈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사건 후 호텔에 숨어 지내는데 방이 9층이었다. 9층 난간에서 밖을 내려다보며 ''죽고 싶다''가 아니라 ''여기라면 깨끗하게 죽을 수 있겠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고백했다.
백지영은 이어 "나보다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남은 게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는데 딱 세 가지가 남아 있었다. 가족, 신앙, 노래였다"며 "이 세 가지를 버리고 삶을 포기할 정도로 힘든지 내 자신에게 물었다. 세 가지가 나를 버티게 해줬다"고 말했다.
백지영은 방송을 통해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도 전했다. 그는 "엄격하신 부모님이 딸이 그런 스캔들에 휘말린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기자회견 전에는 아예 집에도 못 갔다. 혼자 숨어 지낸 지 2주 만에 집에 갔는데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니''라고 하시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으셨다.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백지영은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퇴직을 하려 했다는 얘기도 전했다. 딸이 스캔들에 휘말린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회사에 사직서를 냈지만 아버지 상사의 반려로 남게 됐다는 것.
가족 얘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 백지영은 "사건의 상처가 남아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저를 그렇게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 날을 생각하며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다. 전에 돌랐던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지영은 "밑바닥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승승장구하고 있었을까 생각한다. 20대에 그런 일을 겪으면서 인생이 평탄해졌다. 나에게 굴곡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일은 없어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백지영은 이날 방송에서 클라리넷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한 일, 남자친구의 권유로 가수가 된 일, 전 남자친구 조동혁에 대한 이야기 등을 가감없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