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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평범한 일상이 그리운가요"…'천 만 개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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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천 만 개의 도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9월 19일까지

서울시극단 제공서울시극단 제공
인구 1천 만 명이 거주하는 거대 도시 서울. 이 곳에는 1천 만 개의 삶이 존재한다. 서울시극단이 제작한 연극 '천 만개의 도시'는 서울 시민의 평범한 일상을 독특한 방식으로 무대 위에 구현했다.

연극은 주인공 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나 있다. 대신 47개의 단편적인 장면과 100개 캐릭터(13명의 배우가 연기)를 만들어 숏폼(short-form) 형식으로 보여준다.

'시민들의 사소한 순간이 모여 거대 도시 서울을 채운다'는 것이 이 연극의 모토다. 이에 맞게 등장인물도, 이들이 나누는 대화 주제도, 공간적 배경도 지극히 평범하다.

여학생들이 광장에서 수다 떨고, 직장 선후배가 옥상 테라스에서 대화하고, 소비자와 매니저가 헬스장에서 가격 상담하는 모습 등 소소한 일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47개의 장면과 등장인물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이들은 같은 시공간을 살지만 스치듯 지나치는 인연일 뿐이다. 그런데 160분 동안 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나면 묘한 친근감이 든다. 관객은 마치 자신이 무대에서 연기하는 서울 시민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연극은 특별한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흐른다. 하지만 곳곳에 배치한 웃음 포인트 덕분에 지루하지 않다. 무대 한 켠 스크린에서 등장인물의 대사와 독백(속마음)을 자막으로 보여주는데, 배우가 독백할 때 오토튠(음성정보장치)를 쓰는 덕분에 겉다르고 속다른 등장인물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서울시극단 제공서울시극단 제공
모든 서울 시민의 일상을 담은 공연답게 연극에는 외국인, 장애인, 동물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들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기 실제 외국인, 청각·휠체어 장애인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모두를 위한 공연'에 걸맞게 무대 세트에 경사로를 설치하기도 했다.

연극은 1년의 사전 준비와 4개월에 걸친 서울 시민 인터뷰를 통해 완성했다. 인터뷰에서 인물, 장소, 스토리 등을 가져와 해체하고 재조립했다. 원칙은 국적과 성별, 장애 유무를 가리지 않는 것.

박해성(제22회 감상열 연극상) 연출가는 "1천 만 명이 사는 서울은 각자의 맥락과 시선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것이 연극의 시작점이다. 서울은 1천 만 명을 포함한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 1천 만 명이 삶의 순간을 스쳐가는 각자의 도시"라고 말했다.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시대. 그래서 '천 만 개의 도시'의 장면들이 가슴에 더 와 닿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본 관객의 반응도 흥미롭다. 한 관객은 "라디오 사연을 듣는 것 같았다. '서울에서의 하루'를 주제로 한, 라디오 쇼에 접수된 갖가지 사연이 생각났다"고 했다. 또다른 관객은 "이렇게 순수하게 우리 시민의 일상을 무대 위로 올린 작품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서울시극단 제공서울시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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