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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헬기 접수한 탈레반, 옷가지도 못챙긴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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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전쟁' 막내리던 날 카불 풍경


아프간의 미군 격납고를 접수한 미군 복장의 탈레반 대원들. CNN 캡처아프간의 미군 격납고를 접수한 미군 복장의 탈레반 대원들. CNN 캡처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라고 해서 '영원한 전쟁'이라는 별칭이 붙은 아프가니스탄전쟁이 31일(현지시간) 마침내 막을 내렸다.
 
막대한 물적 인적 비용을 치르며 20년을 끌어온 전쟁의 종전일의 풍경은 미국에겐 또 다른 치욕으로 남게 됐다.
 
미국 당국은 그 동안 아프간 철군 데드라인을 31일 24시라고 못박아왔었다.

그러나 현지시간 30일 23시 59분에 마지막 공군기가 카불공항을 이륙하면서 모든 군 병력의 철군이 완료됐다.
 
예정했던 시간보다 24시간 1분 앞선 '조기' 철군인 셈이다.
 
30일 23시 59분 철군은 말 그대로 '1분 1초'라도 철군을 앞당겨야 했던 미군의 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간이다.
 
미국으로서는 IS(이슬람국가)의 26일 테러와 같은 비극의 재발을 가장 두려워했다.
 
이슬람국가(IS) 대원 1명이 터뜨린 자살폭탄으로 200여명의 사망자가 났던 터에 그 같은 '강경' IS대원 2000명이 카불에서 활동하던 중이었다.
 
카불에서의 마지막날 미국의 감정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아프간 철군 관련 성명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그는 "공수 임무를 계획대로 끝내는 것은 합동참모본부와 현장 지휘관들 모두의 만장일치 권고였다"며 "그것이 우리 부대의 생명을 보호하고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러다보니 한시가 바빴던 '종전일'은 그야말론 긴장과 혼돈의 도가니였다.
 
CNN은 이날 미군이 완전 철수하고 난 직후의 아프간 미군 격납고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영상을 보면 야간 투시 고글이 장착된 헬맷을 착용한 미군 복장의 군인들이 미군 헬기에 접근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락없이 미군이지만 이들은 미군 복장을 한 탈레반 대원들이다.
 
미군이 옷가지도 챙기지 못하고 줄행랑을 치자 탈레반이 재빨리 미군 복장을 하고 '전리품' 수거에 나선 것이다.
 
헬기는 미국 국민이 낸 혈세로 구입한 것이었을 테지만 미군은 이런 장비들을 수습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이날 철군작전 완료를 공식 선언한 케네스 맥킨지 미군 중부사령관은 브리핑에서 "그 항공기들은 다시는 하늘을 날지 못할 것"이라며 "그 누구도 다시 작동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 병사들을 보호하는 게 그런 장비를 회수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26일 자살폭탄 테러 공격으로 13명의 병사를 잃은 지휘관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패장의 변명으로도 들린다.
 
미군은 이런 헬기 뿐 아니라 자동 방공요격체계(C-RAM), 지뢰방호장갑차(MRAPS) 70대, 전술차량 험비 27대, 항공기 73대도 카불 공항에 남겨두고 떠났다고 한다.
 
맥킨지 사령관은 이런 장비들에 대해서도 "그 장비들을 해체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절차라서 군사 용도로 절대 다시 쓰지 못하도록 불능화했다"고 설명했다.
 
바로 그 시간에 아프간에서는 전쟁의 승리와 독립을 축하하는 탈레반의 축포가 카불 하늘에 수를 놓았다.
 
탈레반이 승전을 표방했듯 미국 언론은 아프간전쟁을 '패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CNN의 앵커 파리드 자카리아는 이날 "미국이 탈레반을 이기지도 못했고 아프간에 민주정부를 수립하지도 못했다"는 논평을 하면서 참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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