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면서 초저금리 시대가 이제 저물고 있다. 향후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돼 조금이라도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출자들의 고민도 시작됐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 한번 더 유력…이자부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p 인상했다. 지난해 5월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금리를 내린지 15개월 만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초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금리 인상기로 접어들었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실제 증권사 20곳 가운데 16곳이 당장 올해 안에 한차례 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805조 9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800조원을 돌파했다. 1년 사이 무려 168조원(이 폭증했다. 예금은행 잔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72.7%에 달한다. 대출금리가 0.25%p 오른다고 가정했을때 추가 이자 부담이 3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이자 부담도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대출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주담대는 향후 금리인상 폭.속도 살핀 뒤 갈아타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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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탈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대출자가 늘고 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금리 인상이 가파르지 않다면 당장 갈아타기 보다는 향후 금리 상승 속도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기준 코픽스(COFIX) 연동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2.49~4.03%이다. 반면, 5년 고정금리 뒤 금리가 변동되는 대표적인 고정금리 상품인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2.89~4.48%로 현재는 변동형과 혼합형의 금리차가 꽤 크다.
통상 현재 대출금리에 기준금리 인상분이 어느정도는 선반영 돼 있다. 또,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한 예적금 등 수신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분은 향후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에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당장 몇달 사이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은 낮다.
서성원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팀장은 "코로나19 변이확산과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금리가 단기에 급등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므로 이미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경우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내년 이후 코로나 19 상황이 완화되고 경기상승에 대한 기대가 더해지면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를 수 있으므로 변동금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면서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3년이 지났고 10년 이상의 만기가 남은 장기대출은 연말까지 시장상황을 꼼꼼히 체크한 후 금리조건 비교를 통해 유리한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재출시된 금리상한특약에 가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금리상한특약은 대출자가 연 0.15~0.2%p의 금리를 더 부담하는 대신 연간 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금리상한을 제한하는 상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상황이라면 성급하게 고정금리로 갈아타기 보다는 향후 추이를 지켜보는게 낫다"면서 "그래도 불안감이 크다면 금리상한특약에 가입해 안정장치를 마련해 두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제2금융권 대출 금리인상 직격탄…상환계획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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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소위 '영끌', '빚투'에 모두 활용되고 있는 신용대출의 경우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딱히 대안이 없다. 대부분의 신용대출이 이자만 내며 1년 단위로 만기를 연장하는 상품으로 초단기간에 금리가 급격히 오르지 않는 이상 변동.고정형 여부가 금리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아 갈아타기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
한은에 따르면 7월 은행권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3.89%로 4%에 육박했다. 1년전에 비해 1% 가량 높아진 수치로 시장금리 상승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대출총량 규제에 따라 각 은행의 각종 금리우대 혜택이 사라지면서 더 급속하게 금리가 오르는 모양새다.
서성원 팀장은 "대출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세대는 통상 대출을 받을때만 금리에 민감하고 일단 대출을 받은 이후에는 금리수준과 조건 변화를 체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주기적으로 거래중인 금융권과 다양한 대출비교 서비스앱을 통해 대출조건을 꼼꼼히 체크하고 상환계획에 대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저축은행 대출이나 보험대출, 카드론 등 제2금융권 대출 상품의 경우 금리인상기에 제1금융권 보다 금리인상 폭도 크고 속도도 더 빠른 만큼 제1금융권 대출에 앞서 상환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2금융권 등은 금리인상기에 시중은행 비해 조달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대출금리도 더 크고 빠르게 오른다"면서 "향후 일부라도 상환을 염두해두고 있다면 금리가 높은 상품부터 이자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상환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