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말(言)을 듣지 않은 말(馬)' 때문에 5년을 기다린 올림픽 메달의 꿈을 접은 근대5종 여자 개인전 아니카 슐로이(31·독일)의 눈물이 스포츠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7일(한국시간) "슐로이의 근대5종 메달 희망이 변덕스러운 말 때문에 끝났다"라며 "쇼비즈니스 세계에서 어린이와 동물과는 절대 함께 일을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올림픽 무대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슐로이의 속상한 사연을 전했다.
2016년 리우 대회 근대5종 여자 개인전에서 4위를 차지한 슐로이는 이번 대회에서는 수영(24위)과 펜싱을 중간합계 551점을 받아 선두로 치고 나서면서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의 꿈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그의 꿈은 6일 일본 도쿄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승마 종목에서 산산이 깨졌다.
근대5종은 수영, 펜싱, 승마, 육상, 사격으로 구성된다.
승마는 장애물 비월로 치러지고, 육상은 사격을 함께 치르는 복합 경기(레이저 런)로 펼쳐진다. 레이저 권총으로 10m 거리의 표적을 사격하고 800m를 달리는 과정을 4차례나 반복한다.
근대5종의 승마는 자신의 말이 없는 만큼 랜덤으로 추첨해 배정돼 짧은 시간 안에 말과 친밀감을 완성해야만 한다.
하지만 슐로이는 경기 시작 20분 전에 만난 '세인트 보이'라는 이름의 말과 뜻이 맞지 않았다.
'세이트 보이'는 슐로이가 탈 때부터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고, 이때부터 불길한 기운이 엄습한 슐로이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결국 어렵게 경기장에 들어선 '세인트 보이'는 장애물 앞에서 잇달아 멈추는 사고를 쳤다. 슐로이는 펑펑 울면서 경기를 이어갔지만 결국 장애물 넘기를 거부한 '세인트 보이' 때문에 0점을 받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슐로이는 승마에서 점수를 챙기지 못해 순위가 곤두박질했고, 결국 31위로 대회를 마쳤다.
다행스럽게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말 때문에 속상한 일을 당하지 않았지만 2004년 아테네 대회에 나섰던 한도령도 장애물 앞에서 갑자기 멈춰버린 말 문에 낙마하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