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럭비 사상 첫 득점 "무관중 경기, 우린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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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에 첫 골 기록, 5전 5패에 29점 득점
낮엔 일하고 밤에는 훈련…간절한 선수 생활
비인기 종목의 설움, '원팀' 정신으로 극복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연식 (올림픽 럭비 국가대표)
 
5전 5패, 실점 210점, 득점 29점. 총 12개 팀 중 12위. 글쎄요. 이번 올림픽에서 이런 성적표를 얻었다면 '에이, 별로네.' 하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기립박수를 받은 팀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국가대표 럭비팀입니다. 실업팀은 전국에 단 3개 있고요. 국가대표인데도 일을 하면서 운동을 해야 하는 선수도 많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100년 만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고 100년 만에 첫 득점이 나온 겁니다. 그야말로 1등보다 값진 꼴등. 100점보다 아름다운 29점. 그중에서도 첫 번째 골을 터트린 그 선수를 한 번 연결해 보죠. 럭비 국가대표님 정연식 선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정연식 선수 안녕하세요.
 
◆ 정연식>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축하합니다.
 
◆ 정연식> 감사합니다.
 
◇ 김현정> 축하인사 많이 받으셨죠?
 
◆ 정연식> 네, 연락이 많이 오더라고요.
 
◇ 김현정> 그것도 100년 만에 첫 번째 골을 넣은 선수잖아요.
 
◆ 정연식> 네.
 
◇ 김현정> 그 첫 골 넣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럭비 대표팀 정연식이 26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조별리그 A조 뉴질랜드와 첫 경기에서 트라이로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럭비 대표팀 정연식이 26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조별리그 A조 뉴질랜드와 첫 경기에서 트라이로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정연식> 솔직히 정말 짜릿했어요. '어, 간다 간다.' 이러고 이제 뛰다 보니까 어느새 안드레진 선수와 포옹을 하고 있더라고요.
 
◇ 김현정> 간다, 간다 하고 있는데 정신 차려 보니 포옹하고 있어요. 다른 동료랑?
 
◆ 정연식> 네네. (웃음)
 
◇ 김현정> 설명만 들어도 꿈같은데 그 꿈같은 100년 만의 첫 골 장면, 여러분, 잠깐 보고 오시겠습니다.
 
◇ 해설> 측면입니다. 정연식 선수가 돌파해 들어갑니다. 정연식, 정연식. 정연식 달립니다. 정연식! 또 한 번의 트라이 성공.
 
◇ 김현정> 이게 그러니까 전반 한 5분경, 7:0일 때였죠?
 
◆ 정연식> 네.
 
◇ 김현정> 딱 들어갔을 때 아예 지금 기억도 안 나요?
 
◆ 정연식> 네. (웃음) 꿈인지 진짜 생시인지.
 
◇ 김현정> 꿈인지 생시인지.
 
◆ 정연식> 아무래도 상대편이 (럭비) 랭킹 2위의 뉴질랜드였거든요. 다들 득점을 못 할 거라고 생각을 많이 했었고 이제. 근데 현실이 됐으니까. 감독님도 되게 당황하셨다고 들었는데. (웃음)
 
◇ 김현정> 감독님도 당황하셨다고. (웃음) 전체가 다 당황하고 전체가 다 꿈인지 생시인지 했던 첫 골. 사실 우리 럭비팀은 럭비 국가대표팀이 있다는 자체도 모르는 분들이 계세요. 그래서 정 선수, 우리 국가대표팀 소개부터 좀 해 주시겠어요?
 
◆ 정연식> 선수는 일단 13명이었고요. 저희 실업팀 3팀 중에 이제 선발돼서 모인 선수들이었고 제일 나이가 많은 주장 형은 서른여덟.
 
◇ 김현정> 서른여덟. 박완용 선수.
 
◆ 정연식> 네, 박완용 선수. 막내가 22살 아니 23살이요.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오롯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면서요.
 
◆ 정연식> 네, 한국전력 소속 선수들은 일을 병행하면서 선수 생활을 해야 되거든요.
 
◇ 김현정> 국가대표 선수인데 일만 직장인처럼 일을 하면서 훈련을 해요?
 
◆ 정연식> 네.
 
◇ 김현정> 이게 지금 럭비의 환경이라는 게, 여건이라는 게 녹록지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드실 텐데 100년 만에 첫 출전권 땄을 때 그게 재작년이죠?
 
◆ 정연식> 네, 재작년.
 
◇ 김현정> 그때 팀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 정연식> 그때 팀 분위기는 되게 좋았어요. 다 간절했고, 조금 좋은 느낌이 있었어요. 시작하기 전부터.
 
◇ 김현정> 그때도 꿈이냐, 생시냐 했겠는데요.
 
◆ 정연식> 네. (웃음) 그때 생각만 하더라도 가슴이
 
◇ 김현정> 뛰죠?
 
◆ 정연식> 네. (웃음)
 
◇ 김현정> 그렇게 따낸 출전권인데 도쿄올림픽이 한 번 연기됐잖아요. 게다가 아예 무산될지도 모른다. 막 이런 얘기까지 들려오고.
 
27일 일본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7인제 럭비 A조 예선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 이성배 선수가 공을 쫒아가고 있다. 이한형 기자27일 일본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7인제 럭비 A조 예선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 이성배 선수가 공을 쫒아가고 있다. 이한형 기자◆ 정연식> 처음에 1년 미뤄진 게 확정됐을 때는 조금 안도를 했어요. 부상 선수들이 워낙 많았dj서, 그때. 좋은 기회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없어질 수 있다는 말이 도니까 이제 조금 불안했죠. 올림픽 하나만을 위해 이렇게 달려왔는데 없어진다고 하니까 다들.
 
◇ 김현정> 뭐라 그랬어요? 그때 모이면.
 
◆ 정연식> 일단 주장 박완용 선수가 그런 거에 연연하지 말고 신경 쓰지 말고 우리 할 것만 하자. 운동에만 집중을 많이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여기저기 붙어 있던 표어가 '하나가 되는 순간 우리는 정점으로 간다.' 이거였다면서요?
 
◆ 정연식> 네, 그랬어요. 원팀을 중요시 했거든요.
 
◇ 김현정> 원팀.
 
◆ 정연식> 한 팀으로 뭉쳐서 한 마음 한 뜻으로 가자.
 
◇ 김현정> 이 표어를 그냥 화장실부터 락커룸까지 도배를 했다면서요? 주장이.
 
◆ 정연식> 네, 맞아요.
 
◇ 김현정> 서른여덟 살 형님, 박완용 선수.
 
◆ 정연식> 네.
 
◇ 김현정> 벌금도 걷었다고 들었는데 그건 무슨 얘기예요?
 
◆ 정연식> 이제 팀 규율을 좀 어기고 이러면 조금씩 벌금을 내서 지각하면 1분당 1000원 이런 식으로. 체중관리 못 하면 3000원이었나. (웃음)
 
◇ 김현정> 체중관리 때문에 야식도 금지된 거로 알고 있는데 야식을 먹다가 걸리면 얼마?
 
◆ 정연식> 그거는 1만원이었나 조금 컸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여러분, 그렇게 해서 100년 만에 올림픽에 출전을 했고, 첫 득점, 29점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조금 서운한 것도 있었을 것 같아요. 다른 경기는 중계도 하고 또 많은 기자들이 몰려와서 사진도 찍고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데 럭비 선수들은 사실상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올림픽 무대에서도 좀 관심 밖의 종목이었잖아요. 설움 같은 게 있었을 것 같은데.
 
◆ 정연식> 이번에 도쿄올림픽이 무관중이었잖아요. 그런 자체가 이제 익숙해졌다는 게 조금 어떻게 보면 서운한 일이죠. 관중이 없는 거에 이제 익숙해진 거니까.
 
◇ 김현정> 도쿄가 무관중이었는데 오히려 그게 익숙한 우리 팀.
 
◆ 정연식> 네. (웃음)
 
◇ 김현정> 29점이라는 기적의 점수의 힘은 어쩌면 낯설지 않은 익숙함이었다는 굉장히 역설적인 상황이기도 하네요.
 
◆ 정연식> 네. 그렇죠.
 
◇ 김현정> 웃픈 상황. (웃음)
 
◆ 정연식> 네. (웃음)
 
◇ 김현정> 보니까 우리 정연식 선수도 그렇고 굉장히 다들 긍정적이네요. 우리 팀 분위기 그런 거 맞죠?
 
◆ 정연식> 네, 맞아요.
 
◇ 김현정> 그럴 것 같아요. 보니까. 제가 볼 때는 앞으로의 미래가 더 밝은 팀인 것 같은데요.
 
◆ 정연식> 네, 그렇죠.
 
◇ 김현정> 앞으로의 꿈은?
 
◆ 정연식> 앞으로 남은 시합들이 많거든요. 내년에 아시안게임도 있고, 럭비월드컵도 있고. 일단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따고 싶고 그다음 올림픽에서도 이제 출전권을 따내는 게 목표입니다.
 
◇ 김현정> 아시안게임 금메달?
 
◆ 정연식> 네. 금메달이요.
 
◇ 김현정> 와, 금메달. 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따고 나서 우리 인터뷰 다시 하면 좋겠네요. (웃음)
 
◆ 정연식>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웃음)
 
◇ 김현정> 선수들한테만 무조건 잘해라, 힘내라 이럴 것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도 관심 가지고 응원하고 지원할 수 있는 그래서 선수들이 낮에 일하고 밤에 훈련하고 이게 아니고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관심 가지고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 정연식>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정연식>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100년 만에 첫 출전. 우리 럭비팀 정연식 선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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