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우리 사회 '청년' 베짱이와 '노인'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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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졸업자 10명 가운데 3명은 '청년 백수'
3년 이상 장기 미취업 청년 28만 명
55세 이상 연금 수령자 비율 48.4% 불과
'쥐꼬리 연금'에 은퇴후 저임금 일자리 전전
강요된 '청년' 베짱이와 팍팍한 '노인' 개미의 삶

이한형 기자·스마트이미지 제공이한형 기자·스마트이미지 제공
이솝 우화 가운데 유명한 <개미와 베짱이>가 있다.
 
겨울을 대비해 열심히 일하며 음식을 모으는 개미와 따뜻한 계절 일은 안하고 노래만 부르며 시간을 보내는 베짱이에 관한 얘기다.
 
겨울이 되자 배고픔에 지친 베짱이는 개미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고, 개미는 열심히 일하지 않고 놀기만 한 베짱이를 비난한다.
 
이 우화의 교훈은 단순하다.  '불투명한 앞날에 대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라'
 
그런데 만약 베짱이는 일자리가 없어서 놀 수밖에 없고, 개미는 굶어죽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만 한다면….
 
최근 우리나라 청년과 노인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통계 자료가 잇따라 발표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5월 기준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최종학교를 졸업한 청년 470만 명 가운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미취업자가 155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면접차례를 기다리는 구직자들. 연합뉴스면접차례를 기다리는 구직자들. 연합뉴스
졸업자 10명 가운데 3명은 학교 졸업 후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여전히 취업 준비를 하고 있거나 집에서 쉬고 있다는 얘기다.
 
또, 청년들이 졸업 후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0.1개월로 나타났고, 3년 이상 장기 미취업 상태인 청년은 28만 명에 육박해 전체 미취업자 가운데 18%를 차지했다.
 
게다가 취업에 성공해도 초봉이 월 2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73.3%로 나타나 취업자 4명 중 3명은 200만원도 못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취업준비생 10명 중 3명은 일반직 공무원 즉 '공시생'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추구하는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청년 백수'들 만큼이나 노인들의 현실도 막막하다.
 
지난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5월 기준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는 누구나 우아하고 행복한 황혼을 바라지만 대다수 노인에게 그 건 이루기 힘든 꿈일 뿐이라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사 대상인 55~79세 인구 1천476만여 명 가운데 공적연금과 개인연금 등 연금 수령자 비율은 48.4%(714만 명)로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64만원으로 연금을 받아봤자 소득 대체율이 2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109만6천원인 것과 비교하면 '쥐꼬리'만한 연금에 의지해 노년을 행복하고 우아하게 살아가기는 애초에 그른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지난 2018년 기준 4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8%의 3배에 달한다.
 
이는 미국(23.1%)과 일본(19.6%), 영국(14.9%), 프랑스(4.1%)보다 턱없이 높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노인들은 어쩔 수 없이 죽는 날까지 '개미'처럼 일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것도 몸으로 때우는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면서 말이다.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의 연령대별 인구 구조 상 고령층으로 편입되는 인구는 급속하게 증가하는 반면 이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이나 복지 유지는 갈수록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노후 생활의 '생명줄'로 여겨지는 국민연금의 경우 20년 후인 2041년에 적자로 전환한 뒤 2056년에는 기금이 소실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 사회 '청년 백수'는 이솝 우화 속 즐겁게 노래부르는 베짱이가 아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수백 통의 자기소개서를 써 본 구직자들은 베짱이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다.
 
우화 속 개미는 '쥐꼬리' 연금으로는 버틸 수 없어 한 여름 땡볕 속에서도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우리네 '노인'들의 모습이다.
 
우리 사회 <개미와 베짱이> 우화는 놀기를 강요당한 '청년'들과 고단한 '노인'들의 우울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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