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29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열리는 도쿄올림픽 B조 조별리그에서 승부치기 끝에 승리하자 환호하고 있다. 요코하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디펜딩 챔피언이 하마터면 호되게 당할 뻔했다.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야구가 첫 판에서 진땀승을 거뒀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29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조별 리그 B조 이스라엘과 1차전에서 6 대 5로 이겼다. 연장 10회 승부치기에서 거둔 끝내기 승리였다.
이겼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안 킨슬러 등 전 메이저리거들이 8명이 포진해 있다고는 하나 전력상 한국이 우위라는 평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경기라는 긴장감과 생소한 상대, 낯선 환경 등의 변수로 고전을 펼쳤다. 일단 요코하마 경기장의 특성이 이날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 홈에서 좌우 펜스까지 95m 정도로 작은 구장인 데다 이날은 바람까지 내야에서 외야로 강하게 불었다. 선발 원태인(삼성)과 최원준(두산), 오승환(삼성)까지 이날 홈런을 내주며 힘겨운 경기를 펼친 이유였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뛴 적이 있는 오승환은 경기 후 "경기를 한 적이 있어 유의했는데 오늘 특히 바람이 많이 불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다음 경기부터는 잘 준비해서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상대 선발이 부상으로 갑자기 교체된 점도 대표팀에게는 악재였다. 이스라엘 우완 선발 존 모스코트는 1회 공 9개만 던지고 부상으로 내려갔다. 황급히 제이크 피시먼이 올라왔는데 한국에서 보기 드문 좌완 사이드암의 까다로운 구질에 대표팀은 고전했다.
피시먼은 1회부터 4회 투아웃까지 한국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대표팀은 2회 2사 1, 2루와 3회 무사 1루 등 기회는 왔지만 범타와 병살타 등으로 살리지 못했다. 4회도 4번 강백호(kt), 5번 오재일(삼성) 등이 땅볼로 물러나는 등 피시먼의 느린 공에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그 사이 원태인이 3회 킨슬러에게 선제 2점 홈런을 내주며 끌려갔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오지환이 29일 일본 요코하마 야구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의 조별리그 1차전 4회말 2사 1루에서 동점 투런포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요코하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다행히 오지환(LG)이 4회 2사 1루에서 피시먼을 2점 홈런으로 두들기며 공격의 혈을 뚫어줬다. 원태인 이후 호투하던 최원준이 6회 라이언 라반웨이에게 중월 2점 홈런을 맞으며 또 끌려갔지만 대표팀도 7회 이정후(키움), 김현수(LG)의 백투백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데 이어 오지환의 2루타로 전세를 뒤집었다.
하지만 믿었던 마무리 오승환이 9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1사에서 라반웨이에게 다시 홈런을 맞고 블론 세이브를 올렸다. 다만 오승환은 무사 1, 2루에서 시작하는 연장 10회초 이스라엘 공격을 탈삼진 3개로 틀어막았다. 이후 대표팀은 똑같은 무사 1, 2루에서 시작된 10회말 공격 2사 2, 3루에서 상대 좌완 제레미 블라이히가 잇따라 몸에 맞는 공을 던져 밀어내기로 이겼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첫 경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했는데 사실 그거보다도 훨씬 어려웠던 경기였던 거 같다"면서 "내용 자체도 감독으로서 이런 경기가 몇 번 있었나 할 정도로 굉장히 어려웠던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시작하자마자 이스라엘 선발이 부상을 당하면서 우리가 왼쪽 투수를 생각하긴 했지만 그 선수가 너무 빨리 들어와서 우리 계산에는 힘들었던 거 같다"고 분석했다. 오지환도 "뜬공이라 생각한 게 홈런으로 넘어간 것이 있었다"면서 "선발이 내려가면서 타자들이 조금 더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미국과 첫 경기에서 앞서다가 9회초 역전을 허용한 뒤 9회말 극적으로 끝내기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쓸 수 있었다.
13년이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첫 경기를 예상 외의 접전 속에 이긴 대표팀. 과연 베이징 때처럼 액땀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대표팀은 31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미국과 2차전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