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화려함의 극치…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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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빈민 혁명가 마그리드 아르노의 대조적 삶
극과 극 두 여성의 삶, 인간의 존엄성 깨닫는 과정
샤롯데씨어터에서 10월 3일까지

EMK뮤지컬컴퍼니 제공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지난 13일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극의 주무대는 루이 16세(1729~1765)가 집권하던 18세기 프랑스 궁전이다. 호화로움의 끝판왕인 궁전 무대가 360도 회전하며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고, 로코코 스타일 드레스와 다채로운 가발이 "와~" 탄성을 자아낸다.

2014년 초연한 마리 앙투아네트는 2019년 재연 이후 2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난다. 초연 당시 무대, 의상, 대본, 음악을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게 대폭 수정했다. 오리지널 버전은 허구의 인물인 빈민 출신 여성 혁명가 '마그리드 아르노'를 중심으로 서사를 풀어나갔다. 반면 한국 버전은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과 사랑을 함께 보여준다.

세간에 알려진 마리 앙투아네트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이 작품에서도 초반에는 신념이 굳건하고 정의로운 마그리드 아르노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비쳐진다. 곧 민중혁명이 온 나라를 휩쓸거라는 주변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치스럽고 안락한 왕실 생활에 젖어 산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마리 앙투아네트의 숨겨진 면모가 하나씩 드러난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공주로 태어나 루이 16세와 정략 결혼한 그는 다 가진 듯 보이지만 남모르게 번뇌와 번민에 시달린다. 연인인 스웨덴 귀족 악셀 폰 페르젠 백작과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고뇌하고, 왕권을 탐하는 정치인들의 음해와 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빈민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권력에 이용당한 마리 앙투아네트는 결국 민중의 비난 속에 단두대에서 삶을 마감한다. 비참한 최후를 맞기 전, "죄를 지은 왕비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며 페르젠 백작의 탈출 제안을 뿌리치는 장면, 혁명의 배후조종자인 오를레앙 공작이 방패막이 삼기 위해 자기 아들을 빼앗자 졀규하는 장면 등이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은 여성 서사를 넘어 인간의 존엄을 다룬다. 가진 자에 적의를 품고 이들을 심판하는 것만이 정의라고 믿었던 마그리드 아르노는 '인간'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연민하며 진정한 정의에 눈뜬다.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나락으로 떨어진 후에야 빈부와 계급에 상관 없이 모든 인간은 존엄권을 갖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서서 젼개가 촘촘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배우들의 맛깔난 연기와 웅장함과 순수함을 아우르는 넘버(음악)가 아쉬움을 메워준다.


마리 앙투아네트 역의 김소향(김소현)와 마그리드 아르노 역의 김연지(정유지)의 듀엣 장면은 폭염속 시원한 빗줄기처럼 느껴진다. 페르센 백작 역의 이창섭(민우혁·이석훈·도영)과 루이 16세 역의 이한밀은 각각 순애보적 사랑을 간직한 매너남과 소심하지만 결단성 있는 국왕 캐릭터를 십분 소화했다. 샤롯데씨어터에서 10월 3일까지.EMK뮤지컬컴퍼니 제공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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