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방송센터에서 진행된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당대표 토론배틀에 출연해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공직후보 자격시험 관련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마이웨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가 당론과 다소 결이 다른 주장을 고수하다보니,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 대표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는 21일 SBS가 주관해 열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토론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여전히 협상 테이블에 놓여 있다고 시사했다. 이 대표는 "
지금도 저희 원내 지도부랑 합의한 것은 추경 총액이 늘어나지 않는 선에서는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저희가 양해할 수 있는 부분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송 대표와 만찬 회동에서
조건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가 원내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물러섰지만, 여전히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과 달리 원내 입장은 강경하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보수정당이 추구하는 이른바 '선별 복지'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추경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선별복지는 기본적으로 보수정당의 철학이기에 국민의힘 입장에선 협상 과정에서 이 사안은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 대표가 계속 결이 다른 말을 해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방송센터에서 진행된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당대표 토론배틀에 출연해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전국민 재난지원금 문제가 결국 '보편 복지'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그 파급을 고려해 당내에선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협상 카드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여야 대표에게)
어느 정도 교섭의 여지는 주고 저희가 만나야 되는 것이지, 저희가 무슨 외교관들도 아니고 본국의 훈령을 받아 협상을 하고 이럴 순 없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당대회 출마 당시 이 대표가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직후보 자격시험도 불씨가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선 공직후보 자격시험 관련 TF를 구성하기 위한 안건을 두고 한시간 이상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 지도부 인사들이 선출직 후보자들에게 '시험'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주권 원리에 반한다며 반대 의견을 개진하자, 이 대표가 이를 수용해 명칭을 '공직후보자 역량강화 TF'로 변경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단체를 감사하는 지방의원들의 역량이 치열하게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의 노력과 열정에 비해 부족하다면 우리는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썼다. "조금 상황이 나아졌다고 해서 쇄신이 아닌 세신으로 끝내려는 사람들이 있어선 안 된다"며 사실상 시험 도입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달초
여가부‧통일부 폐지 논란에 이어 이 대표가 당내 다수 기류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른바 '당 대표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장외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을 당내로 흡수해 야권 통합 대선후보를 만들어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 대표가 향후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여가부 폐지나 재난지원금 문제는 원내 인사들과 사전에 상의를 했다면 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선 판이 펼쳐지기 전에 당 대표의 메시지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