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숙소에서 자거나 책을 읽는다고 했지만 정작 여성들과 술판을 벌여 코로나19에 감염돼 KBO 리그 중단 사태까지 불러일으킨 NC 박석민(왼쪽부터),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 연합뉴스 프로야구 NC 내야수 박석민(36)은 KBO 리그 중단까지 불러온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또 일각에서 부도덕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냐는 소문과 거짓 진술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까지 거짓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로 팬들을 기만한 전례가 있는 데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방역 당국의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박석민은 14일 구단을 통해 사과문을 내고 지난 5일 서울 원정을 위해 묵은 숙소의 자신의 방에서 후배 3명(권희동, 이명기, 박민우)과 일반인 2명을 불러 치킨과 맥주를 먹은 사실을 털어놨다. 이로 인해 박민우를 제외한 3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프로야구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를 빚은 데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박석민은 항간의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일반인 2명이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이 아니냐는 것이다. 박석민은 "항간에 떠도는 부도덕한 상황이 없었다고 저희 넷 모두의 선수 생활을 걸고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방역 당국의 조사에서도 허위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박석민은 "여러 곳에서 역학 조사 질문이 있어 당황했지만 묻는 내용에 사실대로 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역 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서울 강남구는 전날 코로나19 확진 이후 NC 선수 등 5명이 동선을 허위 진술한 혐의(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6명이 모였던 사실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15일 CBS 라디어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선수들과 일반인들이 1차 역학 조사 단계에서 문제가 됐던 모임 자체를 진술에서 누락시켰다"고 꼬집었다. 모임은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가 넘어서까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강남구는 역학 조사에 애를 먹다가 2차 조사에서 CCTV를 확인하는 등 과정에서 이들이 동선에 대해 허위 진술을 했다는 점을 파악해 경찰 수사 의뢰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NC 선수들과 강남구 사이에 진실 공방이 벌어지게 된 셈이다.
NC 구단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 권희동이 원정 숙소에서 잔다고 답하는 모습. 다이노스 유튜브 캡처 하지만 박석민 등 선수들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꺼림칙하다. 이들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팬들을 기만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NC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다이노스 퇴근캠-우리 선수들은 원정 숙소에서 뭐해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는데 공교롭게도 이번 사태와 관련된 선수 4명이 출연했다. 박석민과 권희동은 "자야죠"라며 당연하게 말했고, 이명기는 "힘들어서 요즘에는 뭘 할 수 없어요. 코로나도 있고"라고 했다. 박민우도 "책 봐요"라면서 '모든 날 모든 순간에 위로를 보낸다'라는 책을 들어 보였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 영상은 문제의 사건이 있기 바로 전에 찍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영상에는 '수도권 원정 9연전 승리 기원'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NC는 6일부터 두산, 키움, kt 등 수도권 원정 9연전을 치르기로 돼 있었는데 영상은 출발 전인 5일 창원 NC 파크에서 제작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5일 밤 방역 수칙을 위반한 모임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것이다.
물론 박석민 등 선수들과 정 구청장의 발언을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박석민은 "여러 곳에서 역학 조사 질문이 있어 당황했다"고 했고, 정 구청장은 "1차 역학 조사 때 동선을 숨겼다"고 짚었다. 이후 조사에서 선수들이 동선을 밝혔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박석민은 "묻는 내용에 사실대로 답했다"고 했다. 거짓 진술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역 당국이 선수들을 모함하는 것일까. 구단의 공식 채널에서 천연덕스럽게 팬들에게 거짓말을 했던 선수들이기에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