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어? 비틀쥬스가 9명이네…신작 '비틀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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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브로드웨이 화제작, 전 세계 라이선스 초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월 8일까지

CJ ENM 제공CJ ENM 제공
"하하하하하"

팬데믹과 후텁지근한 날씨로 인한 답답함을 잠시나마 잊었다. '팀 버튼 월드'로 꾸며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150분 내내 웃음이 넘쳐났다. 유령들은 쉴새 없이 무대를 헤집고 다니며 저 세상 텐션을 보여줬다. 이들이 내뿜는 유쾌한 에너지 덕분에 관객들은 소리 내어 웃으며 공연을 마음껏 즐겼다.

팀 버튼의 동명 영화(1988)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비틀쥬스'는 올 여름 최고 기대작이다. 2019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한다. 무대의 기술적 보완을 위해 개막을 두 차례 연기한 끝에 지난 6일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다. 길어진 연습기간 만큼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넘버·연기 모두 나무랄 데 없었다.

극의 중심에는 유령 비틀쥬스(유준상·정성화)와 유령이 보이는 소녀 리디아(홍나현·장민제)가 있다. 이승과 저승에 끼어 홀로 98억 년을 살아온 탓에 극도로 외로움을 타는 비틀쥬스는 유령친구를 만들기 위해 온갖 장난을 치는 악동이다. 비틀쥬스와 친구가 되는 리디아는 세상을 떠난 엄마를 잊지 못해 검정색 옷만 입고 슬픔에 젖어 사는 소녀다. 아빠 찰스에게 삐딱선을 타고 겁도 없이 저승행을 감행한다.  

유쾌발랄한 극 안에 따뜻한 메시지를 버무려놓았다. 나란히 결핍을 간직한 두 캐릭터가 서로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결국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장면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죽든 살든 존재는 외로운 거구나"라는 비틀쥬스의 대사가 가슴에 꽂힌다.

CJ ENM 제공CJ ENM 제공
한국 정서에 맞게 바꾼 대사와 가사는 또다른 재미다. 비틀쥬스가 이승과 저승에 낀 자신의 상황을 VIP석과 R석 사이에 낀 시야방해석에 빗대자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리디아가 넘버 '세이 마이 네임'(Say my name)을 부를 때 비틀쥬스의 이름을 부를 듯 말 듯 '비록', '비즈니스'라고 노래하며 비틀쥬스를 약올리는 장면도 웃음을 자아낸다. 저세상 법에 따르면, 산 사람이 비틀쥬스의 이름을 세 번 연속 불러주면 산 사람이 비틀쥬스를 볼 수 있다.

배우들은 각자 배역을 십분 소화한다. 실제 반 백살이 넘은 유준상(정성화)의 비틀쥬스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짠하다. 신예 장민제(홍나현)는 실제 반항기 많은 사춘기 소녀를 보듯 캐릭터에 녹아든 모습이다. 긍정 전도사 '델리아' 역의 신영숙(전수미)와 겁 많은 유령부부 김지우(유리아)·이율(이창용)은 베테랑답게 넉살 좋은 입담과 착착 감기는 노래솜씨를 보여준다.

이 작품의 최고 볼거리는 무대 연출이다. 거대한 집 형태의 무대 세트는 거실, 침실, 다락방, 게임쇼 스테이지, 미로 같은 저승 등으로 시시각각 바뀐다. 그로테스크함과 모던함, 고풍스러움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머리가 쪼그라진 유령, 모래 벌레, 왕뱀이 등 거대한 퍼펫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번 공연을 위해 브로드웨이에서 직접 공수해왔다고 한다.

갖가지 특수효과도 만끽할 수 있다. 비틀쥬스가 손을 까딱하자 불꽃이 튀고 벽난로에 불이 붙는다. 리디아와 바바라는 공중 부양하고, 진짜 비틀쥬스 외에 8명의 또다른 비틀쥬스가 갑자기 출몰해 한 무대에서 춤추기도 한다. 신기한 특수효과를 즐기는 배우들의 에너지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덩달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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