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금속활자·시계·화포…세종시대 유물 무더기 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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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 금속활자 최초 출토
세종시대 과학유산 흔적도 무더기로 나와
동(銅) 제품 급박한 시기에 숨긴 것으로 추정

한글 금속활자. 문화재청 제공

 

서울 도심인 종로구 인사동에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표기가 반영된 가장 오래된 한글 금속활자를 포함해 15~16세기에 제작된 조선 전기 금속활자 1600여 점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한자 금속활자(추정 갑인자). 문화재청 제공

 

현재까지 최고(最古) 조선 금속활자로 확인된,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을해자(1455년 주조)'보다 20여 년 앞선 '갑인자(1434년)'로 추정되는 한자 금속활자도 확인됐는데 최종 확인될 경우, 1450년대 구텐베르크 인쇄기보다 앞서게 된다.

주전. 문화재청 제공

 

또한 그동안 기록으로만 전하던 조선 전기 과학유산인 천문시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부품과 '자격루'와 같은 물시계의 부품인 '주전(籌箭:작은 구슬을 저장했다 방출해 자동 물시계의 시보 장치를 작동시키는 부속품)'의 일부로 보이는 동(銅) 제품도 발굴됐다. 세종 시대 과학유산 흔적이 대규모로 발굴되기는 처음이다.

일성정시의. 주천도분환 바깥지름 42cm, 일구백각환 복원 바깥지름 37.5cm, 성구백각환 바깥지름 35.5cm.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29일 수도문물연구원이 발굴조사 중인 '서울 공평구역 제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유적(종로구 인사동 79번지)'에서 조선 전기 금속활자 1600여 점과 물시계 부속품 주전, 일성정시의, 화포인 총통(銃筒) 8점, 동종(銅鐘)을 찾아냈다고 29일 밝혔다.

동종. 문화재청 제공

 

금속활자와 주전으로 추정되는 동 제품은 깨어진 도기 항아리에 담긴 채 출토됐으며 그 주변에서 일성정시의·총통·동종이 여러 조각으로 나뉜 상태로 발견됐다.

이번에 발견된 한글 금속활자는 순경음(ㅱ, ㅸ), 이영보래(ㅭ), 반치음(ㅿ) 등 15세기에 한정돼 사용된 동국정운(東國正韻)식 표기법을 따른다. 이는 그동안 인쇄본으로만 확인됐을 뿐 실물 발견은 처음이라 그 의미가 크다.

특히 한자 금속활자의 경우, 현재까지 전해진 가장 이른 조선 금속활자인 세조시대의 '을해자'보다 20년 이른 세종시대의 '갑인자'(1434년)로 추정되는 활자가 다량 확인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옥영정 교수는 "갑인자로 추정되는 활자가 추후 연구를 통해 '갑인자'로 확인이 되면 한자 금속활자로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조선시대 금속활자로서 각종 사료 및 기록과 일치하는 중요한 실물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종 때 천문시계인 일성정시의, 세종~중종 대 물시계 주전 등도 발견됐다. 이들 역시 기록상으로만 남아있던 유물로 실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이용삼 전 교수는 "세종 시대의 과학기술의 실체를 확인한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도기항아리 내부 금속활자 출토 상태. 문화재청 제공

 

왜 항아리에서 유물이 나왔을까?

이번에 출토된 금속활자와 주전 등 동 제품은 깨진 항아리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화의 가치가 있는 동 제품들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으로 분석했다.

유물 출토를 주도한 수도문물연구원 오경택 원장은 "동은 조선시대 아주 비쌌다. 총통 등이 고의적으로 절단돼 묻혀 있는 것으로 봐서 급박한 상황에 묻었다가 다시 꺼내지 못한 것으보 보인다"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전란이 있었던 16세기 유물 등에서 이런 식으로 묻은 경우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대규모 유물이 나온 지점은 종로2가 사거리, 탑골공원 서쪽으로 종로 뒤편 작은 골목인 피맛골과 인접한 곳으로 일반 서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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