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이를 충격해 다치게 했더라도 순간적으로 짧은 시간에 벌어진 사고라면 운전자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유석철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상(일명 민식이법)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차량을 몰고 대전 유성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던 중 보도에서 도로로 나온 아이를 치었다.
이 사고로 아이는 전치 10주의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고 당시 사고 현장 양쪽에는 차량들이 연달아 주차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어린이의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운전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를 위반해 달렸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피해 아동이 주차돼 있는 차량들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짧은 시간에 나타나 A씨가 전방 및 좌우 주시를 했다 하더라도 이를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주행 중 운전자가 전방의 위험상황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실제 제동이 걸리기 시작할 때까지의 시간인 '공주시간'을 근거로 들었다. 공주시간은 통상적으로 0.7~1초로 보는데, 이번 사고에서 도로로 진입하는 피해 아동이 현장 CCTV 및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출현하는 시간부터 차량과 충돌하는 시점까지 소요된 시간은 0.5~0.6초 정도에 불과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를 인지한 이후 물리적으로 가능한 최단 시간 내에 차량의 제동조치를 취했다고 하더라도 사고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전방 등 주시 의무나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 등의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