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금리 인상 움직임에도 성장주가 다시 뜨고 있다. 이는 금리 인상에는 경기 민감주가 뜨고 성장주가 지는 기존 문법에서 다소 벗어난 현상이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이틀 동안 진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신호가 읽혔다. 기존 2024년에서 2023년으로 1년이나 금리 인상 스케줄이 빨라진 것.
통상적으로 금리 인상기에는 경기 민감주가 뜨고 성장주가 지는 게 일반적이다. 성장주는 현재 실적보다 미래의 실적이 주목받는 종목이다. 미래의 실적이 할인을 거쳐 현재 기업 가치로 환산돼 주가에 반영되는데, 금리가 높으면 할인율이 높아져 성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성장주의 평가 가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카카오와 네이버, 2차전지 주 등 성장주는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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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네이버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68조 8091억 원) 자리에 우뚝 섰다. 전날 종가 기준 15만 5천 원으로 마감해 전일 대비 7천 원(4.73%) 올랐다. 카카오 주식은 지난 3월 9일 최저가(8만 7211원)를 찍고 4월 15일 액면분할한 뒤 고공행진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는 17일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해 다음 달 중 상장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계열사들도 상장을 준비 중이어서 기업가치 증가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2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2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1792억 원, 1조 348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23%, 41.5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가총액 4위로 한 계단 내려오기는 했지만 네이버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 39만 8천 원에 마감해 전날보다 8500원(2.18%) 상승했다. 지난 3월 18일 최고가(41만 원)를 기록하고 지난달 13일 최저가(33만 4500원)를 찍은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가총액 9위(46조 3473억 원)인 삼성SDI는 전날 종가 기준 67만 4천 원에 장을 마쳐 전일 대비 2만 4천 원(3.69%) 올랐다. 지난달 13일 최저가(60만 원)로 떨어졌으나,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회복하고 있다.
반면, 얼마 전까지 강세를 보인 철강·화학 등 경기 민감주는 연이은 코스피 지수 상승에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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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은 완연한 하락세다. 전날 종가 기준 27만 2500원에 마감해 전일 대비 4500원(-1.62%)가 빠졌다. 지난 3월 2일 최고가(33만 8천 원)를 찍은 뒤 지난 10일 최저가(26만 5천 원)까지 내려앉았다. 현재는 최고가 대비 15.11% 하락했다.
시가총액 12위(29조 6435억 원)인 포스코도 주춤하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 34만 원으로 거래를 마쳐 전날보다 1천 원(-0.29%) 하락했다. 지난달 11일 최고가(41만 3500원)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이며 최고가 대비 무려 17.78%나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 기대 인플레이션이 모두 하락세를 보이는 점을 꼽았다.
삼성증권 정명지 투자정보팀장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났을 때 긴축 신호로 해석해 성장주들이 움찔했는데, 이번에는 매파적 발언이 나왔음에도 기대 인플레이션이 떨어져 '안도 랠리'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주식을 선호하는 환경, 'FANG'(페이스북,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 미국 대표 커뮤니케이션 부문 주식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성장주도 같이 올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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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동안 시장이 FOMC를 전후해 과열된 점을 언급하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 팀장은 "한두 달가량 눌렸던 주식 시장의 투자 심리가 일주일 만에 폭발하는 것으로 보여 과열 시그널이 명확하게 나타난다"며 "그 다음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7월 하반기부터는 시장 색깔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 FOMC에 따른 안도 랠리는 이번 주~다음 주 초반 정도가 정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연구위원은 "철강 등 상품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경기 민감주들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채금리가 상승하지 못한 영향이 있고, 선물옵션 만기일인 18일 이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다음 주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