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금메달리스트' 코너에 고 손기정 선수를 소개하는 모습. 서경덕 교수 제공 일본이 이번엔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 고(故) 손기정 선수를 '일본인'으로 왜곡했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17일 본인의 SNS에 "일본 올림픽 박물관에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을 일본인처럼 전시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독도를 일본의 영토인 것처럼 표기해 논란이 일었던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역사를 왜곡한 것이다.
'Gold Medalist'라고 적힌 코너 아래 고 손기정 선수의 사진(오른쪽). 서경덕 교수 제공 서 교수가 첨부한 사진을 보면, 박물관 내 'Gold Medalist'라고 적힌 코너 아래 고 손기정 선수의 사진이 최상단에 걸려있다.
이를 본 서 교수는 "일본 관람객들이 역대 '일본인 금메달리스트'를 소개하는 공간에서 손기정 선수를 마주하게 되면, 현재로서는 일본인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 손기정 선수는 1912년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선수 은퇴 후에도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상임위원, 제5회 아시아경기대회 한국 대표 선수단 단장, 서울올림픽경기대회조직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대한민국 체육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이다.
고 손기정(왼쪽에서 두번 째) 선수와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 선수. 손기정기념관 제공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홈페이지 역시 그를 '한국의 국민적 영웅(A national hero in Korea)'으로 소개하고 있다.
IOC는 고 손기정 선수를 설명하는 페이지에서 "당시 한국은 일제 강점기 시기를 겪었다"며 "(손기정 선수가) 일본식 이름을 채택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광복 후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출전한 1948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손기정 선수는) 태극기를 드는 영예를 안았다"며 "40년 후에는 76세의 손기정이 올림픽 성화를 들고 서울 올림픽 경기장 트랙을 돌았다"고 명시했다.
1936년 열린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시상식에서 고 남승룡(왼쪽)선수와 고 손기정(가운데)선수의 모습. 독립기념관 제공 서경덕 교수는 이날 고 손기정 선수를 일본인으로 오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박물관에 전시한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일본 올림픽위원회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일본 선수단으로 출전한 건 역사적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손기정 선수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제대로 알려야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