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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EN:]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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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 기자간담회
강유가람 감독, 오매(김혜정), 흐른(강정임) 참석
"페미니스트, 뿔 달린 괴물 아닌 우리 옆 누군가"

다큐멘터리 '우리는 매일매일' 스틸컷. ㈜인디스토리 제공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담아내고 있는 강유가람 감독이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을 통해 삶터, 일터, 가족 형태 모두 다른 친구들을 찾아가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건 뭘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매일매일'(감독 강유가람)은 어제와 오늘, 내일을 이어가며, 보다 나은 여성으로서의 삶을 위해, 세상을 위해 페미니즘 다이어리를 함께 쓰자고 제안하는 본격 페미니즘 다큐멘터리다.

미투운동이 한창이던 어느 날, 옛 친구들이 떠오른 감독은 1990년대 말 함께 페미니즘을 외쳤던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지 찾아 나섰다.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우리는 매일매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강유가람 감독은 "영화 만들 때는 개인의 고민에서 기획에 들어가다 보니, 페미니스트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 안에서 페미니스트가 머리에 뿔 달린 괴물이 아니라 우리 옆에 있는 누군가로 보이길 원했다"고 말했다.

강유 감독은 "페미니스트가 페미니스트로 살아서 힘든 게 아니라 다양한 고민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문제를 다양화, 다각화시키면 좀 더 사람들이 보이겠다고 생각했다. 편집할 때 그런 부분을 고민해서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우리는 매일매일' 스틸컷. ㈜인디스토리 제공

 

1990년대 말 인터넷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페미니즘 문화는 온라인을 통해 보다 빠르게 퍼져 나갔고, 한국 페미니즘 운동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등장했다. 그 안에서 보다 다양한 의견이 형성해갔고, 여성들은 연대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어가는 방법을 배우며 성장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른바 '영페미니스트'라고 불린 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의제를 이끌었고, 한국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크게 일조했다. 그리고 당시 영페미니스트들은 지금 각자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성주의적인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흐른(강정임)은 반성폭력 학칙을 만드는 데 큰 힘을 기울였고, 음악이 좋아 곡을 만들다가 인디씬에서 10년이 넘은 뮤지션이 됐다. 또 청소년기관에서 일하면서 끊임없이 젠더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흐른은 "영화 속 다양한 모습의 페미니스트가 나온다"며 "화장하는 페미니스트도 있고, 성폭력상담소에서 활동가로서 집회를 준비하고 정책 제안하는 페미니스트도 있고, 의료 생협을 여성주의적으로 운영하는 페미니스트도 있고, 수의사를 하면서 소싸움을 반대하는 페미니스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있는 공간에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며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사람도 있다. 얼굴도, 하는 일도 다르고, 하는 일의 밀도나 강도가 다 다른 거 같다. 사람이 100명이 있으면 100개의 얼굴이 있듯이 영화도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페미니스트는 특별하고 다른 존재가 아닌 우리가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존재이자, 우리의 매일매일이 보다 나아지길 바라며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모든 사람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자원 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매(김혜정)는 "지금은 법들이 많이 생겼는데, 함께 만들어온 성과이자 사회가 나아졌다는 증거라고 본다"며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법이 모든 걸 해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변화와 움직임,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며 "법과 제도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우리 안의 존엄, 안전과 평등을 향한 여성이나 페미니스트의 열정을 영화를 통해 같이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다큐멘터리 '우리는 매일매일' 스틸컷. ㈜인디스토리 제공

 

이들 영페미니스트가 활동했던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에도, 그리고 지금도 현실에서는 페미니즘을 향한 날 선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이란 과연 어떤 무엇일까.

강유 감독은 "'페미니즘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되는 거 같다. 페미니스트로서 산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생각을 영화 만들기 전부터 했다"며 "조금이라도 사회를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 특히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2등 시민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여성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게 페미니즘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흐른은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론이나 삶의 방향성이자 실천이라 생각한다"며 "여성의 눈이라고 했을 때는 생물학적 여성이 아니라 가부장제에서 소외받고 차별받고 비가시화 된, 여성화 된 존재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론이자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오매는 "요새 공정에 관해 많이 이야기하는데, 공정은 최소한 특정 계층에 사회적 자원이 몰리거나 이유 없이 세습되고 그로 인해 차별과 불평등, 폭력, 배제가 계속 발생하는 건 최소한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라며 "그러려면 어떻게 권력이 누구에게 쏠리고 어떤 식으로 재생산됐는지 연구하고 이를 바꾸기 위한 신념과 사상, 관점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런 오래 쌓여온 전문적인 연구이자 실천이 페미니즘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이처럼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란 무엇이며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1990년대 말 페미니즘 운동의 주역들을 통해 그들의 어제와 오늘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만날 수 있다.

강유 감독은 "페미니스트 영화, 페미니즘 영화라고 했을 때 상상할 수 있는 전형에서 조금 비껴가게 만들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며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 그 안에서 해결을 찾으려 하는 사람들,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부분을 관객들도 느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분이 남긴 '마음이 헛헛했는데 이걸 보고 나서 보약을 먹은 느낌이었다'는 댓글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관객들에게도 그런 영화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큐멘터리 '우리는 매일매일' 포스터. ㈜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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