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알못]급한쪽이 찾던 '개헌 카드'…이번엔 친문인가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뉴스듣기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마지막 헌법 어느덧 34년 흘러
현실에 맞게 고치자는 요구지만
선거 때마다 '반짝'하던 뜬구름?
정치공학 계산에 불신 높일 우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개헌 제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정치권에서 개헌 얘기가 또 나오고 있습니다.

개헌이라면 정치 잘 알지 못하는 '정알못' 분들도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내년 대선 때까지, 아니 실제 개헌이 이뤄질 때까지 꾸준히 돌고 돌 이슈일 테니 이쯤에서 제대로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34년 흘렀는데 헌법은 제자리

스마트이미지 제공

 

개헌(改憲). 헌법을 고친다는 뜻입니다.

전문을 새로 쓰면 전면개정, 몇몇 조문만 바꾸면 일부개정, 특정 대목만 콕 집어 수정할 때는 어려운 말로 '원포인트' 개정이라 합니다.

제헌 이후 지금까지 개헌은 모두 9차례 이뤄졌는데 지난 1987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직선 투표로 5년 단임 대통령을 뽑는 지금의 방식이 그때 만들어진 겁니다.

그리고 어느덧 34년이 흘렀네요.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계속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던 헌법을 바뀐 현실에 맞게 수정하자는 게 개헌 요구의 핵심입니다.

뭘 바꿀 수 있을까요. 다양한 목소리가 교차하지만, 이 가운데 늘 가장 먼저 손꼽히는 대목은 바로 '권력 분산'입니다.

현행 대통령 중심제에서 국가 권력이 대통령 1명에게 과도하게 집중돼 있고, 이걸 차지하기 위한 정파 간 다툼으로 폐단이 깊다는 점을 고려한 논의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군부가 대통령 임기를 제멋대로 늘리던 시절 못 박았던 5년 단임제를 이제는 4년 중임이나 연임제로 고치는 방안, 총리 권한을 키우고 지방자치단체에도 권한을 더 주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박근혜도 급할 때 찾았던 '정국의 블랙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6년 10월 국회 본회의장서 2017년도 정부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 중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서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윤창원 기자

 

최근 불쑥 제기된 개헌론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친 문재인계, 즉 친문 진영에서 분출하고 있는데요.

친문 중심 당내 모임 '민주주의 4.0 연구원'이 16일 오전 국회 앞 호텔에서 개최한 비공개 토론회에서도 '5년 단임제 수정' 쪽에 공감대가 모였다고 합니다.

특히 발제자로 나선 '부산파 핵심' 최인호 의원은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고 대선도 2032년부터 국회의원 선거랑 동시에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추진하다 실패한 걸 보완해 24년 뒤로 맞춘 겁니다.

그런데 개헌이라는 게요, 그리 만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적 합의를 기초로 하는 도덕규범, 가치규범, 사회적 지침인 만큼 개정 절차가 워낙 깐깐합니다.

국회의원 300명 중 절반이 동의하거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 발의는 할 수 있지만, 재적 3분의 2, 즉 200명 이상 의원의 찬성을 받아야 의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국민투표를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 투표에 또 그중 과반 찬성을 받아야 비로소 확정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 차에 야심하게 띄웠던 개헌안도 당시 국회에서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좌초됐었죠.

다만 개헌은 그 자체로 정국의 다른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폭발성을 갖습니다. 정치권에 당면한 갈등을 수습하기보다 분출의 장에 매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쉽게도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쪽, 다시 말해 주도권을 잡지 못한 쪽에서 반짝 내세우다 이내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이 불거지던 2016년 10월 24일 난데없이 개헌 논의 개시를 선언해 모두를 아연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도 국면 전환용이라는 분석이 높았지만, 그날 밤 JTBC가 태블릿PC 보도를 내놓으면서 그마저도 없던 일이 됐습니다.

◇이재명 포위했지만…불붙지 않을 듯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개헌 제안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 친문 진영이 띄운 개헌론에도 정치공학적 계산이 아니냐는 해석이 따라붙고 있습니다.

선봉장으로 나선 최인호 의원은 특정 대권 주자와 무관한 제안이라고 밝혔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여의도 정가에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최 의원이 이낙연 후보 당대표 시절 수석대변인을 지낸 데다 지금도 캠프를 이끄는 핵심 참모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거든요.

과거 친문 진영이 '눈엣가시'로 여겼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여권 내 대권 지지율 선두를 굳히려 하자 경선 연기론과 개헌론으로 판을 흔드는 모습입니다.

마침 이낙연 전 대표는 토지공개념 강화 등 기본권 보장을, 또 다른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분권형 개헌을 중심으로 개헌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창원 기자

 

하지만 이재명 지사가 "지금은 경국대전을 고치는 일보다 구휼이 더 중요한 시기"라며 선을 긋고 있는 터라 개헌론에 당장 불이 붙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기본소득 등 자기 브랜드 알리기 바쁜 이 지사 입장에서는 굳이 말려들고 싶지 않겠죠.

결국 개헌 자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꾸준히 무르익어 가는 것과 달리 실제 정치권에서 절차가 진척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적잖은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꾸 뜬구름 잡는 식으로 던져지는 정치공학적 개헌 논의가 외려 본질을 흐리고 국민 불신만 더 높이진 않을까 우려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댓글로 의견이나 질문 남겨주시면 꼭 참고하겠습니다. :-)

※ [정알못] 코너는 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이른바 '정알못'을 위해 일상 언어로 쉽게 풀어쓴 뉴스입니다.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취급방침 이용약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