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왓치유' 감독들 "디지털 성범죄 사회적 논의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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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위왓치유' 통해 디지털 성범죄 추적
바르보라 차르포바·비트 클루삭 감독, 12세 소녀 가상 계정 만들어 실험 시작
계정 개설과 동시에 전 세계 남성 2458명 접촉…성 착취 과정 고스란히 기록
영화 촬영본 기반으로 경찰 수사까지 진행

디지털 성범죄 추적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스틸컷. 어쩌다필름·찬란 제공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2020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인터넷)공간에서의 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44.7%로 나타났다. 성폭력 가해자 역시 '온라인(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익명성을 바탕으로 아동·청소년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적나라한 민낯을 두 명의 감독이 파헤쳤다.

다큐멘터리 영화 '#위왓치유'의 바르보라 차르포바 감독과 비트 클루삭 감독은 주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그러나 그 심각성에 관해 많은 이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를 알리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계정 개설과 동시에 전 세계 남성이 접촉을 시작했다. 열흘간 나체사진 요구, 가스라이팅(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 협박, 그루밍(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과 사전에 친밀한 관계를 맺어두는 행위) 등을 시도한 남성은 총 2458명이었다. 감독들은 이 모든 과정을 기록했고, 이는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이번 작업을 통해 두 감독은 영화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근절을 위한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길 바랐다.

디지털 성범죄 추적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바르보라 차르포바 감독. 어쩌다필름·찬란 제공

 

◇ 대화 시작부터 노골적으로 性 언급…오늘날 아동·청소년이 겪는 문제

- 언제 '#위왓치유'에 합류하기로 결심했는가?

바르보라 차르포바 감독(이하 바르보라) : 온라인상에서의 아동 안전과 관련된 통계를 봤을 때 깜짝 놀랐다.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걱정스러운 수치였다. 이 문제를 더 깊게 알아보기 위해 12세 소녀 틴카의 계정을 만들었을 때 받은 충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계정을 만든 지 5시간도 되지 않아 83명의 남자에게 연락이 왔고, 그중 대다수는 대화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노골적으로 성적인 부분을 언급하거나 요구했다. 같이 자위하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었고 실제로 하는 사람도 있었다.

'#위왓치유' 다큐멘터리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주변에서도 이러한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10대들이 랜덤 채팅에 참여하는 이유가 또래 친구들 대부분이 랜덤 채
팅을 하고, 그 무리에 끼기 위해 아이들이 추잡한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심각하다고 생각했고, 이런 문제를 알리기 위한 영화에는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가짜 계정을 만든 방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바르보라 : 낯선 상대가 아이들과 대화를 할 때 쓰는 교묘한 수법과 속임수 같은 것을 가능한 정확하게 보여주고 싶어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았다. 우리가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의 윤리적 취약성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심리학자, 성과학자, 변호사, 경찰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고, 또 실시간으로 함께 했다. 한편으론 관객들과 같은 입장에서 진행하고 싶었다. 여러 사람의 인터뷰를 모으거나 르포르타주 형식의 영화를 찍었다면, 오늘날 아동·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이 모든 문제를 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 추적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비트 클루삭 감독. 어쩌다필름·찬란 제공

 

- 12세를 연기할 배우 세 명을 어떤 기준으로 캐스팅했는지 이야기해 달라.

비트 클루삭 감독(이하 비트) : 12세처럼 보이면서 배우 티가 나지 않는 사람으로 캐스팅하고자 했다. '#위왓치유'에서 진짜 배우는 테레자 테슈카밖에 없다. 사비나 들로우하와 아네슈카 피트하르토바는 카메라 앞에 서 본 경험이 없다. 세 배우 모두가 사춘기 이전 나이대 아이 모습을 자연스럽게 잘 보여줬다는 이야기를 관객과 기자들에게 들었을 때 정말 기뻤다. 캐스팅할 때 '관객들이 세 배우를 정말 10대라고 믿을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세 배우와 함께 카페에 들어가 와인을 시켰을 때,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실제로 영화를 촬영할 때, 처음 계획한 것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바르보라 : 처음부터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진행했기 때문에 실제 촬영할 때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다만, 촬영하면서 계속 놀랐던 점은 낯선 상대가 세 배우에게 연락해오는 속도였다.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대화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노골적으로 성적인 요구를 하는 게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세 명의 배우가 대화에 응할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연락 건수가 놀라웠다. 화상 채팅 요구를 수락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웃는 장면도 많았다.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다루면서 유머에 의한 냉소적인 웃음도 의도한 건가?

비트 : 이런 영화에 유머가 담겨있다는 게 놀랍지만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가해자들이 소녀들에게 끈질기게 요구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허접하다 느끼신 것 같다. 관객들이 안도의 미소를 짓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 정서적으로 위안이 되는 순간들이 있었기에 불편한 장면들을 잘 넘기고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게 되는 거라 생각한다.

디지털 성범죄 추적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스틸컷. 어쩌다필름·찬란 제공

 

◇ 영화 촬영본 기반으로 수사까지 시작…활발한 사회적 논의 이뤄지길

- '#위왓치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바르보라 : 편집할 때 가장 힘들었다. 프로젝트 기간 있었던 일들을 다시 자세히 살펴본다는 게 괴로웠다. 감독으로서 부담을 내려놓고 다시 차근차근 들여다봤다. 솔직히 역겨워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관객들이 보기에 괜찮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간단하지 않았으며, 불편한 부분을 어느 정도로 드러낼지 균형을 잘 맞춰야만 했다.

- '#위왓치유' 촬영본을 기반으로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안다. 경찰과의 협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비트 : 변수가 많은 실험에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어떤 모습들을 찍게 될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가해자들을 범죄자로만 몰고 가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동들에게 쓰는 교묘한 수법을 보여줌으로써 거대한 사회 담론을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촬영하다 보니 협박하고 위협하는 모습도 담게 된 거다.

어떤 남자들은 배우들에게 아동 포르노, 동물 포르노 영상까지도 보냈다. 없던 일처럼 넘어갈 수 없었다. 이 사건을 맡은 경찰들이 전문적인 대처를 잘 해줬다. '#위왓치유'가 아동 학대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반기기도 했다.


디지털 성범죄 추적 다큐멘터리 '#위왓치유' 스틸컷. 어쩌다필름·찬란 제공

 

- '#위왓치유'를 작업하며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달라진 견해가 있는지 궁금하다.

바르보라 : 달라진 건 없다. '천사 같은 아이들과 악마 같은 가해자들' 이런 이분법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래도 놀란 점은 있다. 적어도 10년 전부터 이런 문제가 일어났는데, 최근 들어 여자, 남자아이들이 자신의 벗은 몸의 가치를 인식하면서 새로운 휴대폰 앱 구매 등을 위해 별생각 없이 온라인상에서 나체 사진 및 영상을 거래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 '#위왓치유'가 어떤 변화를 일으키기 바라는가?

비트 : '#위왓치유'를 통해 사회 전반적으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좋겠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아동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들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가해자들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아동들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아이들이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위왓치유'가 복수나 금지를 불러일으키는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예방에 전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앉아서 스마트 기기를 가지고 노는 것보다 더 재미있고 나은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리 자신부터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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