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D2SF 양상환 리더. 연합뉴스
"현업 조직 실무자들은 굉장히 단기적인 핵심성과지표(KPI) 자체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지난 8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스타트업 육성센터인 D2SF의 출범 6주년을 맞아 투자 현황과 향후 계획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네이버 D2SF는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만든 경영진 직속의 사내 조직이다. 지난 6년간 70개 스타트업에 총 400억원을 투자했다.
네이버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은 총 337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가 평균 6배가량 늘었다. 현재 총 1조 3천억원으로 평가받는다.
후속 투자 유치 성공률은 70%, 생존율은 99%를 기록했다. 대부분은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펼치는 초기 스타트업으로, 인공지능(AI) 연구 개발하는 분야가 과반이다.
다른 벤처캐피털(VC)과 달리 네이버와의 사업 협력 가능성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투자팀 중 71%가 네이버와의 접점을 찾고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양 리더는 이같은 성과를 밝히면서도 네이버 스타트업 투자 담당자의 어려움으로 "네이버가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원론적·이상적으론 외부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실제로 실무에 적용하고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애로 사항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현업 실무자들은 단기적인 핵심성과지표(KPI) 자체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른 궤를 갖고 결이 다른 스타트업을 소개하거나 교류를 유도하면 KPI에 매몰된 분들이 다른 시야로의 확장을 어려워하는 경험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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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D2SF는 올해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한다. 특히 쇼핑·웹툰 등 현재 주력 사업과 관련한 분야를 유심히 보고 있다.
양 리더는 "네이버에서 가장 공들이고 있는 쇼핑·웹툰 등 영역에서의 갈증이 많다"며 "아직 가지지 않은 자산·역량이 많아서 그런 쪽에서 활발히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구체적 금액과 숫자를 밝힐 수 없지만 지난해보다 더 많은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할 것"이라며 "네이버가 첫 투자한 스타트업에 후속투자까지 하는 것이 시장에 중요한 의미를 던진다고 보고 후속 투자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의 M&A도 추진한다. 네이버에 따르면 D2SF는 기업형투자사(CVC) 성격을 갖고 있어서 처음 투자할 때부터 M&A를 고려한다. 이같은 M&A는 경영진에서 요구하는 하향식과 실무자가 제안하는 상향식이 모두 진행되고 있다.
양 리더는 "투자할 때부터 M&A를 검토한다. 모든 팀은 잠재적 M&A대상이라고 보는 게 합당하다"며 "자본만 투자해놓고 '알아서 커라'는 관점보다는 어느 지점, 조건이 충족되면 M&A에 들어갈지를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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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네이버 D2SF의 강점으로는 투자 스타트업과 네이버 간 활발한 협업이 꼽힌다.
지난 6년간 D2SF를 통해 네이버 내 각 조직과 직간접적으로 교류한 스타트업만 670여 팀에 이른다. 현재 네이버와 시너지를 만들었거나 진행 중인 스타트업은 97팀,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네이버 조직은 30팀이다.
일례로 창업 직후 D2SF 투자를 유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라이는 네이버랩스의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를 구축했고, 네이버랩스는 이를 활용해 고도화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ALT에 탑재했다.
양 리더는 "당장 단기간에 네이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팀에 대한 투자 비중이 초기엔 80% 수준이었지만, 그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며 "당장은 네이버 내부 협력 가능성이 작지만, 점 찍듯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투자 이후 네이버 다른 기술 조직들과 선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웃라이어'들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D2SF는 기본적으로 좋은 스타트업 팀에 가급적 많은 투자를 하면서 장기적으로 네이버와의 시너지를 낸다는 입장이다.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수익을 회수하는 일반적인 벤처캐피탈(VC)과 달리 네이버가 가진 자본으로 투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네이버는 연내 완공 예정인 제2 사옥에도 1개 층을 스타트업 수십 곳이 입주하는 공간으로 꾸릴 예정이다. 양 리더는 "콜라보라토리라는 이름의 기술친화적인 스타트업 전용 공간을 만들어 스타트업들이 네이버와 다양한 기술 시험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