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자료사진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돌풍의 주인공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보수진영 텃밭인 TK(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면 돌파를 선택하면서 현재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전 최고위원은 3일 대구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04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무명이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 통합 메시지를 던지며 주목을 받았단 점을 강조하며 "오바마가 외친 통합의 시발점은 관대함"이라며 "여러분은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이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를 영입한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지만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준석의 생각을 대구‧경북이 품어주실 수 있다면 더 이상 배신과 복수라는 무서운 단어가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 27살 나이로 박 전 대통령에게 발탁되며 정계에 입문한 이 전 최고위원은 2016년 탄핵 사태 당시 김무성‧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이후 바른미래당과 새로운보수당을 거쳐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야권 대통합 과정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합류했다.
탄핵을 주도하며 TK 지역에서 '배신자'로 낙인이 찍힌 유 전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이 전 최고위원에게 탄핵 논란이 매번 약점으로 꼽혔다. 대구 합동연설회를 앞두고 이 전 최고위원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정면 돌파를 선택한 셈이다.
탄핵 사태 당시 이 전 최고위원과 함께 탈당해 바른정당 초대 원내대표를 지낸 주호영 의원은 연설회 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 언급'에 대해 "본인(이 전 최고위원)이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자기를 발탁한 사람(박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 탄핵 찬성했다(는) 이것에 대한 본인에 대한 입장 밝힌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역시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나 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 대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그립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어떤 야권후보와 불편하거나, 특별히 가까운 경우 그 불신의 씨앗이 야권통합을 깨뜨릴 수 있다"고 재차 '유승민계' 배후설을 암시하며 이 전 최고위원을 견제했다.
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1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최고위원이 '탄핵 정당성'을 주장하며 정면 돌파를 선택한 데 대해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당하게 소신을 드러낸 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민감한 사안을 재차 거론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맞선다.
울산 지역 한 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탄핵은 이미 역사적인 사실이라 당원들도 큰 반감은 없다"면서도 "구태여 이 시점에 탄핵을 거론해 자꾸 상처를 파헤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경남 지역 중진의원도 "탄핵 언급으로 과거로 돌아가는 건 별로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남 지역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유불리를 떠나 소신을 말했단 점에서 오히려 이 전 최고위원이 더 당당하게 비춰질 것"이라고 했고, 당내 한 관계자도 "탄핵을 부정하는 목소리는 원래 극소수였는데 그동안 과대 평가됐다. 이 전 최고위원도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고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최고위원은 4‧7 재보궐선거를 끝으로 당을 떠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원외 지원 사격을 받는 모습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대구 경북대 초청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예비경선 당시) 일반여론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51%를 획득했단 것에 대한 의미를 간단하게 생각하면 안된다"며 "국민들이 보기에 과거 정치인들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사실상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