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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여군숙소 무단침입·불법촬영' 가해자 부대 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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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추가폭로…"피해자 이름별 동영상 폴더 적발"
하사부터 상급자까지 계급 다양…"軍경찰 오히려 비호"
"극단선택 여성부사관 등 군 성폭력 대처 '전시행정' 불과"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오른쪽)과 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 김숙경 소장(왼쪽)이 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내 다수의 여군을 상대로 한 불법촬영 등 성폭력 범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은지 기자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선임의 강제추행 이후 군내 '2차 가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공군 다른 부대에서도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군인권센터(센터)는 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초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서 군사경찰 소속 남군 간부(하사)가 여군을 상대로 불법촬영 범죄를 저질렀다 현행범으로 적발됐다"고 말했다. 센터는 실제 피해자와 제보자 등으로부터 받은 다수의 제보를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가해자인 A 하사는 영내 여군 숙소에 무단침입해 여군들의 속옷이나 신체를 불법촬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사경찰은 A 하사의 이동식 저장장치(USB)와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많은 양의 불법촬영물을 확보했다. A 하사의 USB에는 심지어 피해여군들의 동영상 파일이 '이름별 폴더'로 정리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사실이 알려지면서 적잖은 여군들은 두려움과 불안 증세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불법촬영물의 유포 여부와 현황 등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같은 계급인 하사부터 상급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 김숙경 소장은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피해자가) 5~6명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보자도 전체 규모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 아마 '(추가피해자가) 더 있지 않을까'라는 합리적 추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태훈 소장은 "피해자들의 강력한 문제제기와 공론화는 피해자들의 동의를 받은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저희 같은 군 외부기관의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굉장히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다. 최근 일어난 사건들을 보며 공군 내 여군들의 문제인식이 하늘을 찌를 수준인데 '계급이 깡패'다 보니 말도 못 하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절대 간과해선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센터는 신고 이후 성폭력 사건에 대처하는 기본 매뉴얼인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즉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임 소장은 "소속부대는 가해자의 전역이 올 8월로 얼마 남지 않았으며, 전출시킬 부대도 마땅치 않다는 핑계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도 하지 않고 있다. 사건 식별로부터 1개월이 다 되어가는 때가 돼서야 피해자와 마주치지 않을 곳으로 보직을 이동시켰다고 한다"며 "군사경찰은 가해자를 구속하기는커녕 같은 부대에서 그대로 근무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병소 정문 초소를 지켰던 A 하사는 최근 후문 쪽으로 근무지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임 소장은 "피·가해자 분리란 건 한 부대 안에서 분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울타리 안에서 마주치지 않게 하기 위해 울타리 밖으로 가해자를 방출시키는 것"이라며 "결국 피해자가 어떤 게이트를 가기 위해선 가해자가 있는 곳을 돌아가야 하는 상황인데 이런 것들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고통이고 스트레스인지 군 수뇌부가 전혀 인식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폭력'의 특성상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신속한 수사가 생명임에도 군 당국의 수사가 미온적일 뿐 아니라 도리어 가해자를 은근히 비호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센터는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고 정의했다.

센터에 따르면, 군 경찰은 'A 하사를 충분히 교육시키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 '가해자에게도 인권이 있으니 좀 봐 달라' 등 이 문제를 적당히 덮고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에서 동료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오른쪽)과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장이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성범죄 사건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즉각 구속 및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임 소장은 "'(가해자가) 8월에 전역하니 그럼 그냥 '끝' 아니냐. 조용히 넘어가자'는 이야기인 것"이라며 "(A 하사가) 전역하게 되면 민간인 신분이라 사건을 이첩해야 하는데 민간이 군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았을 경우 기계적 기소 등을 하게 된다는 것을 군 경찰은 잘 알고 있는 거다. 엄밀히 보면 직무유기에 가까운 불법적 행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를 방출하지 않고 군사경찰대 소속으로 두는 것 자체가 굉장히 안일한 인식"이라며 "성범죄의 경우 굉장히 지나칠 정도의 인사조치가 있어도 저는 무방하다 생각한다. (대처가) 지나칠수록 오히려 피해자가 조직을 불신하지 않게 되고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방부가 이미 지난 2018년 군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무관용 원칙에 따른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을 도입해 시행 중인 점을 들어 '보여주기 식' 행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임 소장은 "올 1월 9일, 공군은 인권나래센터를 개소했고 당시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은 인권나래센터가 인권친화적 병영문화 조성에 기여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는 이같은 공군의 노력이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인권을 새긴 간판을 단다고 성폭력이 근절되고 인권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군사경찰과 군 검찰이 조직 내 '솜방망이 처벌'을 조장하고 있다고도 짚었다. 이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일반 경찰과 검찰이 군 전담부서를 두고 군 내 성폭력 등을 수사·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보통 일반사회의 성폭력은 권력관계로 인해 일어나 하급자가 상급자를 상대로 범행을 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군이란 조직은 기본적 계급관계뿐 아니라 남성-여성의 성별 권력도 작용한다"며 "여군 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피해상황도 알음알음 퍼지게 되고, 피해자들은 (신고)해봤자 (제대로 처벌이) 안되니까 '참자', '떠나자'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군 당국에 대해 "가해자를 즉시 구속해서 수사하고 그에 합당한 엄중 처벌을 내릴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아울러 가해자를 비호하며 피해자들을 방치하고 있는 소속부대 군사경찰대 관련자들을 조사해 엄중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위해 사건을 상급부대로 이첩할 것, 피해자 보호조치를 우선적으로 실행할 것 등도 요구했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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