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무엇이 청년들의 고독한 죽음 부르나

  • 2021-05-31 06:00
지난 4월 1일부터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됐습니다. 법률상 고독사(孤獨死)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합니다.
해당 법안은 고독사 위험에 노출된 국민을 보호하고,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정되었습니다.
독거노인이나 고령층에 국한되는 문제인 것만 같았던 고독사. 최근엔 2030 세대에서도 그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청년들은 왜 외로이 스러지는 걸까요?
◇늘어나는 고독사 추정 '무연고사'
지난 2019년 7월 부산에서 홀로 살던 30대 여성이 숨진 후 40여 일 만에 발견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월세 때문에 찾아온 집주인이 빌라 관리인과 함께 거실 창문을 열어 숨진 A씨를 발견해 신고했는데요.
A씨는 수년 전부터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냈다고 합니다. 집에서 공과금 체납 통지서가 많이 발견되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고, 신경 안정을 위한 약물 치료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영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무연고 시신 처리 현황'에 따르면 고독사 의심사례로 추정할 수 있는 무연고 사망자는 2018년 2447명에서 2019년 2536명, 2020년에는 2880명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65세 이상 노인이 1298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45.1%를 차지하는데요. 이어 60~64세 499명, 50~59세 623명, 40~49세 256명 순이었습니다. 더불어 2030의 젊은 층을 포함한 40세 미만의 사망자도 전국적으로 97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혼자 사는 이들은 늘고, 먹고 살기는 어렵고
청년층의 1인 가구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게다가 취업난 등 경제적 어려움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청년들의 우울감과 부담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비율은 전체 가구 대비 2015년 27.2%에서 2019년 30.2%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20대가 전체 1인 가구의 18.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30대가 16.8%로 그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통계청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4.0%로 전년동월대비 0.2%p 하락했지만,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0%로 전년동월 대비 0.7%p 늘었습니다.
청년층 실업률은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10%대를 기록하고 있어, 2017년 2~4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장 기간입니다. 30대 실업률은 3.6%로 전년 동월 대비 0.1%p 증가했습니다.
    
잡코리아가 신입 및 경력직 구직자 760명을 대상으로 '구직자 취업 스트레스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상자 절반에 이르는 55.5%가 '요즘 취업 스트레스가 매우 높다'라고 답했습니다.
구직자들은 취업 스트레스가 높을 땐 피곤하고 무기력해지거나 우울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취업 스트레스에 따라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복수 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피곤하고 무기력해진다'가 69.5%로 가장 높았습니다. 다음으로 '계속 우울하다'(58.4%), '예민해져 화를 자주 낸다'(41.0%)가 이어졌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0년 10~11월 만 19~34세 청년 657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청년들의 경제적 여건, 심리적 어려움 등이 악화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 56.6%, 남성 52.0%가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답했습니다. 여성의 45.7%가 우울감, 무력감, 절망감을 자주 느낀다고 응답했고, 12.7%는 자살 충동이 든다고 답했습니다.
남성은 여성보다는 덜했지만, 각각 31.4%, 8.7%로 적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청년 중 지난 1년간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는 응답은 여성 32.8%, 남성 19.4%가 응답했습니다.
    
◇고립되는 청년들
청년 1인 가구의 증가, 경제적 부담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모두 고독사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청년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의 '2020 고립청년 발굴 및 지원을 위한 미취업 청년 고립실태 분석 연구'에서는 사회적 고립을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없거나 어려울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는 상태"로 정의했는데요.
해당 연구는 2020년 5월 4일부터 14일까지 서울특별시 청년수당 참여자 2만 285명을 대상으로 '연락 및 대면 빈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 수' 등을 통해 사회적 고립 실태를 조사하고 외출, 휴식 등을 통해 일상 생활에서의 고립 정도를 파악했습니다.
설문 대상자 중, 1주일간 외출 횟수가 전혀 없는 대상자는 421명(2.1%)이고, 지난 2일간 식사를 하지 않은 대상자는 1521명(7.5%)이었습니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고립 정도가 높아 고립 위험군으로 분류했습니다.
휴식시간에 함께 시간을 보내는 대상은 혼자가 8501명(41.9%)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구체적으로는 혼자, 친구, 가족, 반려동물 순이었습니다. 사회적 고립 단계가 심화할수록 '심리정서/진로구직 취약성'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청년에 맞는 지원 늘어나야
청년은 사회적 관심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젊고, 건강하며,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말들이 외려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을 위축시키기도 합니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 체계에서 청년은 '근로능력자'라는 인식에 따라 고용정책 위주로 정책대응이 이뤄졌습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취약한 청년들을 보호하거나 개입이 필요하지만 사회정책에서 배제되어 왔는데요.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의 실태조사와 정책이 절실합니다. 청년들의 고립 상태 완화 혹은 예방을 위해 고립 위험이 큰 집단을 사전에 발굴해 개입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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