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2' 스틸컷. ㈜스마일이엔티 제공
※ 스포일러 주의사람들 사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긴 지도 2년, 그렇기에 소중한 사람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더욱 간절해졌다.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2'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기는 뭉클한 시간여행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몰래 숨겨둔 0점 시험지를 발견한 엄마에게 혼난 진구는 시무룩해 있던 와중에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낡은 곰 인형을 발견한다. 진구는 할머니가 보고 싶은 마음에 도라에몽의 비밀도구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향하고, 훌쩍 커버린 미래의 진구를 보고도 할머니는 자신의 손자 진구라고 믿어준다.
그런 할머니는 진구에게 한 가지 소원을 말한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 볼 수 없는, 미래 진구의 아내를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할머니에게 결혼식을 보여드리고자 도라에몽과 진구는 미래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맞닥뜨린 건 도망간 신랑 진구에 난감해 하는 이슬이와 퉁퉁이, 비실이의 모습이다.
이에 도라에몽과 진구는 할머니의 소원을 위해, 그리고 도망간 진구가 꼭 나타날 거라 믿는 가족과 친구들, 좋아하는 이슬이와의 약속을 위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대모험을 시작한다.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2' 스틸컷. ㈜스마일이엔티 제공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2'(감독 야기 류이치)는 지난 2015년 개봉한 전작에 이어 6년 만에 돌아온 두 번째 3D 작품이다. 도라에몽 사상 첫 3D로 화제를 모은 '도라에몽: 스탠바이미'는 국내 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시리즈 최고 흥행 스코어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 영화는 특히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시국에서 사람의 소중함,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작품이다.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어릴 적 추억으로 남게 된 할머니와의 애틋한 조우.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존재하는,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인 '나'에 대한 실망에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가고 싶은 진구. 영화에서는 이 세 갈래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이를 하나로 묶는 것은 바로 '소중함'이다.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2' 스틸컷. ㈜스마일이엔티 제공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는 도라에몽과 진구의 모험은 이미 지나가 버려 돌이킬 수 없는 것, 아직 오지 않았기에 설레는 것, 지금 여기에 존재하기에 소중한 것들에 대해 잊고 있던 우리 마음을 일깨운다. 그리고 그 과정은 따뜻하고 유쾌하다.
또한 타임슬립 과정에서 소년 진구와 성인 진구가 서로 만나는 등 도라에몽과 진구가 시공간을 오가는 것을 단순하게 그려내지 않고 영화의 시작부터 큰 틀에서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를 짜서 보여준다. 후반부로 다다를수록 초반부의 장면이 나온 이유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데, 웬만한 타임슬립물 못지않은 복잡한 시간 역행 구조를 갖고 있다.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2' 스틸컷. ㈜스마일이엔티 제공
여기에 도라에몽의 주머니 속 기발하고 상상력 넘치는 아이템을 구경하는 재미는 여전하다. 진구와 친구들의 좌충우돌 역시 귀엽고 명랑하다. 성인이 된 진구와 이슬이, 퉁퉁이와 비실이는 물론 그토록 기다린 진구와 이슬이의 결혼식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미래의 그들이 여전하다는 것도, 그들의 관계 역시 변함없다는 것도 반가운 지점 중 하나다.
3D 기술은 전작보다 정교해졌다. 표정과 질감이 더 풍부해진 덕에 도라에몽과 진구를 비롯한 캐릭터들이 스크린 안에서 더욱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전작을 본 관객들은 볼거리 측면에서도 발전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도라에몽과 진구를 아는 사람은 물론 그들을 알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어릴 적 기억으로만 남은 소중한 사람에 대한 마음을 그려보고 싶은 이들, 문득 잊고 있던 내 주변의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마음을 밖으로 꺼내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한다.
96분 상영, 5월 19일 개봉,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2' 포스터. ㈜스마일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