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출범 168일 만 조사개시…'형제복지원' 등 300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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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학원·서산개척단 등 수용시설 외 화성연쇄살인 사건도 포함
"사회적 약자 대상 인권유린 多…진실서 소외된 이 없게 할 것"
아직은 '신청사건 위주' 조사방침…"한국전쟁 등 직권조사도 검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이 27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사건' 등 총 300여 건에 대한 조사개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과거 권위주의 정권 당시 인권침해 및 의문사 사건 등을 조사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출범 168일 만에 본격 조사를 개시했다. 1차로 선정된 사건들은 '제1호' 사건으로 접수된 형제복지원 사건 등 총 300여 건의 규모다.

진실화해위는 27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6층 대회의실에서 제8차 전체위원회를 열고 총 328건(신청인 1330명)에 대한 조사개시 결정을 의결했다. 출범 당시 진실화해위 정근식 위원장이 직접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받은 '형제복지원 사건'뿐 아니라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전남·화순지역 군경 및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 △서산개척단 사건 △선감학원 사건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인권침해 사건 △실미도 사건 등이 포함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에 따르면, 진실화해위는 조사개시일을 기준으로 3년간 활동할 수 있고 필요 시 1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실제 활동기간은 이날부터 셈해지게 된다.

정 위원장은 회의 직후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그간 위원회 구성이 약간 늦어지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 이제 본격적인 조사활동을 시작하고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에 부응할 수 있게 된 점을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서산개척단 등의 사건은 한국사회의 비약적인 인권감수성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진상규명의 필요가) 제기된 사건들"이라며 "사회로부터 강제로 배제된 이들이 (스스로의) 인권을 자각하고 진실규명 활동에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접수된 신청 건수는 모두 3636건(신청인 7443명)에 달한다. 정 위원장은 당초 시행령 상 진실규명 신청 후 '90일 이내'에 조사개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는 "위원회가 완전히 구성되는 것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진 조항"이라며 "(그동안) 물리적으로 사실 이 조항을 지킬 수 없었다. 오늘부터 격주로 최대한 빨리 밀린 숙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까지 들어온 신청사건들에 대한 조사여부는 6~7월 내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오는 8월부터 시행령 규정 준수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우선적으로 '신청사건'에 중점을 두고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도 확인했다.

진실화해위 정근식 위원장이 27일 총 328건의 사건에 대한 조사개시 의결 후 기자들을 상대로 결정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진실화해위 제공

 

정 위원장은 "우리 위원회는 (진실규명) 신청이 접수된 사건을 순차적으로 검토해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며 "첫걸음을 조금 더디 뗀 만큼 앞으로 잰걸음으로 진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지난해 대전 골령골 유해발굴 현장을 방문했을 때 '70년 전 희생된 아버지의 뼛조각 하나라도 찾고 싶다'며 노구를 끌고 산을 매일 찾던 유족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그 모든 분들의 오랜 기다림, 간절함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30여년 만에 진범이 이춘재로 밝혀진 '화성 연쇄살인사건'도 조사대상에 오르며 관심을 모았다. 앞서 지난 1988년 8차 사건 당시 범인으로 몰려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 '초등생 실종사건'의 피해자 고(故) 김현정 양(당시 8세)의 유족 등은 올 1월 진실화해위에 경찰의 강압 수사로 인한 피해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위원장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관심이 많은 사건이어서 신중하게 사건을 검토했다. 그 분들의 아픔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과거의 무리한 수사관행, 어려움을 정확히 파악해내는 작업을 할 것"이라며 "저희는 공소시효와 별도로 진실규명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경찰 관련 사건은 경찰 출신이 아닌 다른 분들로 팀을 짜서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사안상 조사 확대 또는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조사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조사를 결정하는 '직권조사'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김광동 상임위원(나라정책연구원장)은 "올 6~7월부터는 몇 가지 검토하고 있는 직권조사 사항에 대해 본격적인 심의와 조사개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항들은 연해주 지역의 한인동포 피해, 한국전쟁 당시 집중적인 피해를 입은 (전남) 영광·고창 등이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한국전쟁 관련 피해지역들은 해당 지자체나 광역단체와 협조해 피해자들의 직접적 신청이 없는 부분까지 포함해 직권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 또한 "형제복지원 사건·선감학원 사건 등 (개별적으로) 돼있지만 한국전쟁 이후 1960~80년대 시기 아동수용시설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조사가 직권조사 영역에 해당한다"며 "어느 정도 수용시설 진상조사가 진행된 이후 조금 더 '완벽한 진실'을 위해 필요하다 싶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활동했던 1기 진실화해위보다 신청사건은 많은 데 비해 인력이 부족하지 않냐는 지적에는 "시행령상 전체 인원이 188명으로 돼있고 현재 약 120~130명이 충원돼 기본적 조사들은 감당할 수 있다"며 "다음달 정도면 188명 정원이 모두 충원되지 않을까 싶다"고 답변했다.

진실화해위 정근식 위원장은 27일 "마지막 하나의 사건까지 과거의 진실을 끝까지 밝혀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진실화해위원회가 될 것"이라며 "진실을 찾아 화해와 평화의 길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진실화해위 제공

 

정 위원장은 1기 당시 활동인원이 230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들어 "188명으로는 주어진 기한 내 조사를 완료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된다. 추이를 보면서 정부부처와 상의해 인원을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조사관 1인당 처리사건이 많을수록 잘못하면 부실조사로 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사개시 사건 중 신청인이 가장 많았던 사건은 '형제복지원 사건'(303건)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서산개척단 인권침해 사건(281명) △전교조 탄압사건(247명) △강제징집 및 녹화·선도공작 사건(134명) △선감학원 아동인권 침해사건(132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 위원장은 "조사개시가 결정된 사건 중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인권유린 사건이 많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침묵을 강요했다는 점에서 이중적 피해를 당한 분들"이라며 "이들의 침묵을 깨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드리고 진실을 밝혀드리는 게 중요한 책무라 생각한다. 하나하나 끝까지 진실로부터 소외되는 사람 없이 성실하게, 신중하게 밝혀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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