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탁 기자
양산부산대병원 건너편 약국 단지 앞 환경보호구역인 공공공지에 철제 울타리가 불법 철거된 이후 4년째 특정 약국들의 불법 통행로로 쓰이고 있다.
언론의 지적으로 경찰 재수사 끝에 2년 만에 핵심주동자들이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약식기소돼 모두 벌금형의 유죄를 받았는데도, 양산시의 관리 부실로 인해 현장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26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부산대학교병원 건너편 약국 단지. 반듯이 세워진 건물 1층에 입점한 약국 여러 곳이 줄지어 손님 맞을 준비에 분주해 보였다.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쏟아져 나온 환자들의 발길은 자연스레 건너편 약국으로 향했다.
이들이 마주한 건 1미터 높이의 잔디밭 둔덕. 돌계단을 밟고 둔덕에 놓인 통행로를 지나 약국에 들어가 처방을 받고 이들은 자리를 떴다.
환자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동선 같지만 사실 길이 160미터, 폭 10미터의 이 잔디밭 둔덕은 양산시가 원칙상 출입을 금지시키는 구역이다. 현장에는 양산시장 이름으로 '공공구역 출입금지' 안내 푯말도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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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구역은 지난 2007년 국토계획법 등에 따라 공공공지로 지정돼 지자체가 환경과 안전성 등을 이유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어서다. 이를 근거로 지난 2008년 한국토지공사가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철제 울타리를 설치했고 10년 동안 양산시가 관리해왔다.
그런데 2018년 11월 30일 약국 관계자와 주민 수십 명이 이곳 울타리를 무단으로 불법 철거해버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그런데 양산시의 미적지근한 대처 등으로 피의자는 증발했다.
언론이 경찰의 수사 의지를 비판하자 재수사에 착수했고 2년 만에 핵심 주동자 9명이 검거됐다. 이어 지난해 11월 이들 전원은 법원으로부터 벌금 50~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문제는 지난 2018년 울타리가 무단 철거된 이후 4년째 제대로 된 해결책을 양산시가 내놓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약국들이 둔덕을 보호하기 위해 심은 나무와 수풀을 훼손시키커나 뽑고 통행로를 불법으로 만들어 놓아 이날처럼 시민들이 밟고 지나가는 상황인데도 양산시의 대처는 사실상 방관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양산시가 600만 원대(철거 당시)의 철제 울타리를 재설치하면 해결될 문제를 환경개선사업으로 수천만 원을 들여 돌계단을 놓고 나무를 심는 행위만 수차례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약사회 한 약사는 "나무만 계속 심으면서 불법 통행로를 눈감고 있다"며 "예전처럼 울타리만 재설치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도 울타리 설치에는 문제가 없다고 확인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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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9월 대법원(재판장 박병대)은 해당 구역과 관련해 한 약국이 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했다. 환경과 안전 등을 이유로 한 울타리 설치는 위법하지 않다는 상고심을 유지했다.
결국 이 문제를 양산시가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하자 불법 통행로는 난립, 공공공지는 훼손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약국과 시청 등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민형사상 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약국관계자 A씨는 전날 울산지방법원(정제민 판사)에서 열린 공판에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으로, 전현직 공무원 4명이 증인으로 출석해 재판이 진행됐다. 재판 쟁점은 해당 구역 민원 내용과 폭행 사실 여부 등이었다.
A씨는 지난해 7월 양산시청에 찾아가 해당 구역 통행로 관련 민원을 담당공무원 팀장 B씨에 제기하다 실랑이가 벌어져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 측 변호사는 "해당 민원 부분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걸 알면서도 특정 민원을 들어주는데 불만이 있어 A씨가 시청에 찾아가 일이 벌어졌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B씨는 "약국 관련 민원은 수도 없이 많다. 피고인 A씨의 저 덩치를 보면 내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것 아니겠냐"며 "강한 처벌을 원한다"고 반박했다. B씨는 또 판사가 재판 중 자신(판사)이 이곳을 갔던 경험을 소개하며 "통행로가 아니냐"고 묻자 "임의적으로 약국에서 호객행위를 하려고 한 것"이라며 양산시가 정식으로 길을 내 준 통행로가 아니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양산시가 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무의미한 사업으로 혈세를 낭비하며 법적 공방이 발생하는 사이 공공공지는 훼손되고 불법 통행로를 이용한 약국들의 배짱 영업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