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브이]이스라엘 '하늘의 방패' 아이언 돔, 그리고 한국의 '요격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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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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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충돌이 확산되면서 양측 희생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스라엘군은 자체개발한 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 돔'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단체 하마스가 쏜 로켓포를 90% 이상 요격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전세계에 자체개발 단거리 MD시스템의 위력을 과시했습니다.

2000년대부터 가자지구에서 활동한 팔레스타인계 무장단체 하마스는 약 10년간 4000발에 달하는 로켓과 박격포탄을 이스라엘 남부로 발사하며 갈등을 이어왔습니다. 이와 더불어 2006년에는 남부 레바논을 거점으로 한 이란 연계 테러단체 헤즈볼라가 등장했는데요. 헤즈볼라는 2006년 한 해에만 4000발이 넘는 로켓을 이스라엘로 발사해 시민 44명이 사망하고, 25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러한 위협에 2000년대 초반 이스라엘군은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모방한 자체적인 단거리 미사일 방어체계의 개발을 추진했지만, "끝도 없이 계속되는 로켓포의 공격을 방어해봤자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냐, 차라리 공격 원점을 타격하자"는 내부 반발에 막혀 좌절했습니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2004년 이스라엘 국방안보개발국장에 취임한 다니엘 골드 준장이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의 방산업체인 라파엘(Rafael Advanced Defense Systems)사를 찾아 "우리만의 MD가 있어야 합니다. 남의 무기를 한번 들이면 평생 그것만 써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로켓 맞을 걱정 없이 살게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설득하는데요. 이것이 훗날 '아이언 돔'으로 불리는 이스라엘 자체 단거리 MD시스템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2006년 7월 14일 2차 레바논 전쟁이 발발하며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로켓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고, 로켓 공격을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거세지게 됩니다. 이에 이스라엘 정치권은 공격당한 후에서나 공격 원점을 타격하는 무기보다, 애초에 피해를 없애 전면전 위협을 줄이고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1년 뒤인 2007년, 이스라엘 국방부는 아이언 돔의 개발을 승인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언 돔은 2011년 실전배치 되어 2012년 11월에 벌어진 가자 겨울전쟁, 2014년 7월에 벌어진 가자 여름전쟁 등에서 주요자산의 90%를 방어하는데 성공합니다.

미국은 아이언 돔 개발 초창기부터 엄청난 관심을 보이며 개발비를 투자했는데요.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아이언 돔 사랑이 유별났습니다. 2010년엔 2억 5백만 달러를 투자했고, 재선에 성공한 2012년부터는 매년 투자를 해 재임기간 동안 총 13억 2600만 달러에 달하는 돈을 개발비로 지원했습니다. 그 뒤를 이은 트럼프 행정부 역시 2018년 가장 큰 규모인 7억 5백만 달러를 승인하며 이스라엘 아이언 돔을 향한 무한 애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이언 돔의 가장 장점은 단거리에서 적의 포탄과 로켓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선택에 집중한다는 점인데요. 아이언 돔의 레이더는 다수의 적 포탄과 로켓을 발견하면, 위협 수준이 높은 표적부터 순차적으로 요격을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표적의 탄착지점이 굳이 방어를 하지 않아도 되는 무인지대라면 가차없이 요격을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언 돔은 계속해서 발전을 해 최근에는 무인항공기 요격용으로도 운용되고 있으며, 씨-돔(C-Dome)이라 불리는 해상용 포대도 있는데요. 설치에 필요한 공간이 작아 소형 호위함이나 경비정에도 장착돼 뛰어난 효율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는 어떨까요? 한국에 최초로 미사일 요격시스템이 도입된 것은 1994년인데요. 북한의 핵 전력을 견제하기 위해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패트리어트 PAC-2 1개 포대를 도입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우리 정부는 2000년 이후 미국제 MD 도입을 검토하며 다각도로 미사일 방어에 대한 대비를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MD체계에 한국이 포함되는 것에 대해서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주변국들의 반대가 심했는데요.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 '미국제 MD 불가론'이 퍼지며 독자시스템 개발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이에 우리 군은 2006년에 '한국형 공중 및 미사일방어체계(KAMD:Korean Air and Missile Defence)'라는 개념을 정립해 탄도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공중의 조기경보 위성과 조기경보기, 지상의 레이더와 해상의 이지스 구축함 등이 미사일을 탐지합니다. 탐지된 정보는 탄도유도탄 작전통제소(AMD-cell)에서 분석해 요격부대에 전달하는데요. 이렇게 정보를 전달받은 요격부대가 고도 50km 내의 대기권에 돌입한 종말단계의 미사일을 격추시킨다는 것이 KAMD의 개념입니다.

우선 KAMD의 탐지를 위하여 우리 군은 2012년 8월에 5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이스라엘제 슈퍼 그린 파인(Super Green Pine) 레이더 2식을 도입해 실전 배치했습니다. 요격시스템으로는 자체개발한 천궁 지대공미사일, 패트리어트 PAC-2/PAC-3, SM-2 함대공미사일 등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한국형 사드(THAAD)라 불리는 고고도 지대공 미사일 L-SAM에 대한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KAMD의 한계는 명확한데요. 최대 고도가 80km로 알려진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스커드B의 경우는 정상각도인 30~40도로 발사되기 때문에 현재의 요격시스템으로도 충분히 방어가 가능합니다. 반면 2019년 8월 북한이 깃대령 미사일 기지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정점고도가 25km에 불과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20도의 저각으로 발사되어 마하 6.9의 속도로 220km를 비행했는데요.

깃대령 미사일 기지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는 약 163km. 북한 미사일이 마하 6.9의 속도로 비행할 경우, 1분 내외의 시간이면 서울 상공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이렇게 된다면 고도 50km내의 종말단계에서 미사일을 격추한다는 KAMD의 개념으로는 북한 미사일의 요격이 불가능 해질 수 있습니다. 저고도로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은 종말단계가 없기 때문이죠.

아울러 유사시 수도권에 핵무기급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북한의 장사정포의 위협도 문제입니다. 북한은 사거리 40km 이상의 야포와 방사포, 장사정포 등의 무기를 1만 4100문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서울과 수도권을 사정권으로 하는 300~600mm의 초대형 방사포도 시험 중입니다. 이러한 무기들은 모두 탄도미사일 방어에 기준을 두고있는 KAMD의 개념에는 해당되지 않는 무기들입니다.

아이언 돔의 개발자 다니엘 골드 준장은 2014년 가자 여름전쟁 당시 하마스의 로켓 공격 속에서도 편안한 차림으로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레몬민트 음료를 마셨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 군도 2030년 초 전력화를 목표로 '한국형 아이언 돔'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는데요. 계획대로 성공하더라도 개발 기간 10년간은 '요격 공백'의 위험이 남는 만큼, 남북 당국간 긴장완화 노력이 절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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