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박나래 성희롱 수사를 통해 드러난 한국 사회의 성별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12일 '그녀는 남성 인형을 개그에 사용했다. 이제 그녀는 성희롱 혐의로 기소됐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나래 성희롱 수사 논란을 다뤘다.
먼저 뉴욕타임스는 "개그맨 박나래가 남자 인형을 잡고 플라스틱 팔을 다리 사이에 끼우며 선정적인 발언을 했다. 서구 코미디 기준으로 볼 때 이는 모욕적으로 보이지 않았겠지만 한국에서는 스캔들이 됐다. 불만을 품은 청년 남성들이 그녀를 성희롱으로 고발했다"고 인형을 대상으로 한 박나래의 선정적 발언이 성희롱 수사로까지 번진 개요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나래 지지자들은 이러한 현상은 남성들이 종종 성적 정복에 대해 자랑하고 성희롱이 만연한 문화에서 이중 잣대를 보여주고 있으며 공공장소에서 감히 성을 언급하는 여성들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라고 해당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을 전했다.
서울 소재 한 회사에 재직 중인 디지털 콘텐츠 매니저 석모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남성들에게 성적인 것은 멋진 일이지만 여성들에게는 숨겨야 하는 것"이라며 "박나래 개그는 인형에게도 무례했지만 그 비난과 경찰의 반응은 노골적으로 부당하다. 만약 박나래가 경찰 조사를 받는다면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거나 더 심각한 혐의로 기소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박나래 성희롱 수사 사건을 지켜 본 국내 문화인류학자,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등의 전문가 의견을 소개했다.
문화인류학자 모현주 박사는 "박나래의 촌극은 한국 여성들이 그들 자신의 성적 충동을 자유롭게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했기 때문에 청년 남성들의 신경을 건드렸을 수도 있다"면서 "일부 한국 여성들은 박나래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청년 남성들도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여성 혐오적 활동을 고려할 때 '그들이 박나래를 고발할 권리가 있느냐'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한국과학기술원 이원재 교수는 박나래를 향한 비판 여론이 '여성 혐오적이고 극우적인 남성들이 아니라 주류 사회의 일반 남성들'에게서 촉발됐음을 짚으면서 "선진국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높은 한국의 청년 남성들은 양성평등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 및 특정 젠더 트렌드에 위협을 느낀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남성들은 여성들이 취업에 있어 경쟁자로서 성장하면서 결혼시장에서 보다 큰 주도권을 갖게 됐다고 본다. '왜 여성을 더 지원하려고 하는 거냐. 나는 군복무를 하고 있는데 날 위해 하는 건 뭐냐'라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이러한 종류의 젠더 갈등, 여성 혐오,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는 일상생활'이라는 모 박사의 말을 인용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성차별주의도 언급했다.
뉴욕타임스는 "성차별은 한국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공중 화장실과 탈의실 안에 숨겨진 카메라를 이용해 여성을 훔쳐보는 남자들이 만연해 있다. 성차별적인 게시글들은 레딧과 비슷한 (한국의) 포럼들을 규정하는 특징"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