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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선고날, 법원 앞 시민들 "경종 울리는 판결해야"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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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1시 50분 양부모 선고공판
서울남부지법 앞에 시민 250명가량 모일 예정
"강력 처벌", "정부가 시스템 손봐야" 시민들 한 목소리

양천 아동학대 사건의 선고 공판을 앞두고 한 시민이 정인양의 영정 사진을 끌어 안고 있다. 김정록 수습기자

 

16개월 정인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선고가 14일 나온다. 선고를 앞두고 시민들은 법원 앞에 모여 응당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판사님, 저희 진정서 읽어보셨습니까.", "사람 죽이고 쓰는 게 반성문입니까."

이날 오전 11시, 서울남부지법 앞. 시민 60명가량이 모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50분에 열리는 선고 공판에 앞서 한 자리에 모였다. 검은색 상복을 입고 정인양 영정을 끌어안고 있는 이도 있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법원 정문 양쪽에는 근조화환 수십개가 일렬로 나열돼 있었다. 화환에는 '사랑하고 사랑한다, 정인아.'와 같은 각 지역 회원들의 문구가 담겼다.

양천 아동학대 사건 선고공판이 열리는 서울남부지법 앞에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정인양에게 보내는 메시지 등이 적힌 근조화환이 나열돼 있다. 오른쪽은 '입양모를 살인죄로 처벌하라', '정인양을 기억해달라'는 등의 내용이 적힌 팻말이 나열된 모습. 김정록 수습기자

 

해외에서 보내온 메시지들도 이어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켜본 기관들도 처벌하라'(일본 아빠), '다음 생에는 꼭 행복하거라. 네가 그립구나'(중국 엄마), '전세계 수억만의 엄마, 아빠가 널 지켜주고 있어'(캐나다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에 따르면 이날 250명가량이 법원 앞에 모일 예정이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지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시민들도 있었다.

시민들은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했다. 경기 성남에서 온 이소영(55)씨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중 (가해자에게) 실형을 선고한 경우가 (전체의) 1%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아동학대에 관대한 대한민국을 바꾸고 싶다. 형량이 약한 것은 국가가 제 책임을 다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재판 방청에 참여해온 진혜영(62)씨는" 양부도 양모와 같이 극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1인 시위를 하게 됐다"며 "극형을 선고해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등 시민들이 양천 아동학대 사건 선고공판을 앞두고 남부지법 앞에 모여있다. 김정록 수습기자

 

정인양이 숨지기 전 있었던 3차례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학대 신호'로 제대로 읽히지 않은 것을 두고 시스템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회사 연차를 내고 왔다는 대아협 남성 회원 박모(32)씨는 "세 번의 신고에도 어린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이 슬프고 화가 난다"며 "아동학대 예방 차원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크게 신경 써야 한다. 아동학대 시스템이 정착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소영(55)씨는 "(경찰이) 방임했다고 생각한다"며 "시스템과 시스템 안에 있는 사람들이 무너져 있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시민들은 정부가 아동학대 사건이 공론화된 뒤 내놓은 대책이 '행정 편의주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개정 아동복지법에 따라 정부는 지난 3월 30일부터 1년 안에 2회 이상 학대 신고가 된 경우 피해 아동과 가해자를 즉각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대아협 공혜정 대표는 "즉각 분리하려면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대책들이 쏟아지는 건 현장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은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아동학대를 예방하겠다고 하지만, 관련 예산은 오히려 삭감했다. 과연 정부가 아동학대를 막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지 의심된다"고 했다.

정인양을 방임한 혐의를 받는 양부에 대한 검찰의 구형량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모(32)씨는 "7년 6개월 구형은 많이 적다고 생각한다"며 "살인 공동정범인데, 짧은 형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한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아협은 지난해 12월 14일부터 법원 앞에 근조화환을 설치하고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재판부에 양부모에 대한 강경한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다량 제출했다. 3차례의 학대 의심 신고를 부실하게 처리해 정직 3개월 등의 징계처분을 받은 경찰관들이 징계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제기한 것에 항의하는 집회도 매일 경찰서 앞에서 열고 있다.

공혜정 대표는 "아이가 유가족이 없어서 (검찰이 초반에)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하려는 것 같아 가슴 아팠다"며 "엄마들이 나와서 매일 시위를 하고 공론화하다 보니,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 등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안해만 하지 말고,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내야 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엄벌 의지가 있는지 현장에서 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모 장모씨는 정인양을 입양하고 상습적으로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 기소됐다. 양부 안모씨는 정인양을 학대하고, 방임한 혐의(아동학대 등)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장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봤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결심 공판에서 양모와 양부에게 각각 사형과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는 생후 7개월 (양부모에게) 선택을 당했다. 피해자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선택 당한 피해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양 초기부터 귀찮은 존재가 돼 8개월 동안 집 안에 수시로 방치됐고, 어린 몸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폭행을 당했다"며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무자비한 폭행, 방관으로 16개월 짧은 생을 마감했다"고 했다.

장씨 측 변호인은 정인양을 상습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망에 이를 만한 강한 충격을 가한 사실은 없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안씨 측은 일부 학대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아내의 폭행 사실은 몰랐다고 부인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공판은 이날 오후 1시 5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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