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단역 설움→'펜하' 양집사…김로사표 반전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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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러울 정도로 믿음…보답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해"
"단역 배우 시절엔 짐짝이나 소품 취급에 서글펐던 적도"
"대본 철통 보안? 양집사 사망 방식도 여러 번 바뀌어"
"첫 촬영은 친분 있는 박은석과 해서 마음 놓였다"
"40대 접어드니 연극 여자 캐릭터 사라져 매체 연기로"

'펜트하우스' 시리즈에서 양집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로사. 레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얼핏 보면 순종적인 집사이지만 눈에는 광기가 숨어있다. SBS '펜트하우스1'부터 '펜트하우스2'까지 주단태(엄기준 분)의 무한한 조력자였던 양집사(김로사 분)의 이야기다. 비록 다른 '펜트하우스' 주연들보다 등장은 짧았지만 그 활약상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후반으로 갈수록 주단태를 향한 양집사의 뒤틀린 집착이 드러나며 긴장감을 끌어 올렸을뿐만 아니라 살인사건에 연루된 핵심인물로 급부상했다. 마지막까지 양집사는 미련과 집착을 버리지 못한 채 충격적 죽음을 맞는다. 조연 캐릭터 중에서 유독 깊은 인상을 각인시킬 수 있었던 이유다.

배우 김로사는 완전히 새로운 얼굴의 양집사를 만들어 냈다. 신뢰를 쌓는 진중한 목소리 사이 은근하게 묻어나오는 광기와 집착, 순수한 애정이 뒤섞여 극의 절정을 이끌었다. 이미 베테랑 연극 배우인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김로사는 '펜트하우스'를 통해 늦깎이 드라마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렇다면 김로사는 어떻게 '펜트하우스'로 인생의 전환점을 돌게 된 것일까. 수많은 조연 중 하나였던 양집사가 입체적인 캐릭터로 재탄생하기까지는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여전히 4050 여성 배우들 역할은 한정적임에도 왜 그는 방송 데뷔를 결심한 것일까. 다음은 CBS노컷뉴스와 김로사의 일문일답.

▷ 오디션을 보고 양집사 역에 캐스팅 됐을 것 같다. 당시 현장에서는 어땠나

- 감독님이 '뭘해도 될 사람이라 믿고 간다'고 해주셨는데 이게 사실 에피소드가 있어서 그랬다. 오디션에 대본이 8개 정도 있었다. 제 나이 또래 여자 배우용 대본은 2개뿐이었는데 다른 배우 한 명이 준비가 안됐다고 해서 시간이 주어졌다. 그래서 남자 역할도 해보고 20대 여자 역할도 해보고 그냥 까불었다. 그런 다양한 모습을 보시고 그렇게 생각을 해주신 것 같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너무 믿어주셔서 저도 너무 잘하고 싶었다.

▷ 그러면 끊임없이 현장에서 감독님과 소통하면서 양집사 캐릭터를 만들어갔나

- 원래 저는 혼내고 이러면 오기가 없어서 쪼그라든다. 그런데 반대로 칭찬을 받으면 신이 나서 열심히 한다. 새롭게 찍을 장면 리허설도 어떻게 할지 제게 아이디어를 물어보시더라. 여러 경우의 수를 제가 준비해 갈 수 있으니까 공부를 더 하게 되더라. 그냥 보답하는 마음가짐이었고, 황송하기도 했다. 몸둘 바를 몰랐다. 사실 단역 배우는 짐짝이나 소품 취급돼 현장에서 존중받는 느낌을 못 받아서 서글플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매체 배우가 된 것 같았다.

'펜트하우스' 시리즈에서 양집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로사. 레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양집사를 보면 '펜트하우스' 여타 캐릭터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광기가 있는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그 감정 자체가 굉장히 맹목적이면서도 순수하기도 한데 다소 비현실적이면서도 과장된 이 캐릭터를 어떻게 납득 가능하게 풀어나갔는지도 궁금하다

- 제가 생각한 광기가 50이라면 감독님은 모든 게 허용되는 100이었다. 저도 정말 그걸 끼워 맞추느라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저런 도덕성을 가진 남자를 사랑할 수 있나? 그래도 일단 맹목적인 사랑에 마음이 병들어 있는 인물로 생각했다. 점점 가면서 만약 주단태가 살인하는 장면을 봤어도 양집사는 끝까지 사랑할 사람이라는 게 명확해지더라. 그를 위해 죽음도 불사할 수 있고, 최악의 순간 늘 자폭을 대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주단태 곁에 있을 수 없게 되면 삶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 시즌2 초반에 결국 끝까지 주단태를 지키기 위해 죽는 결말이다. 아쉽지는 않았나

- 아쉽고 슬펐다. 작가님에게 밉보였나 싶기도 하고. (웃음) 서글픔이 컸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늘 죄송합니다'만 하다가 끝내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제 이름을 알리는데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런 광기 어린 역할은 배우라면 누구든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나는데 여기서 정말 끝까지 해봤다. 그러니까 너무 신나고 재미있었다. 양집사가 10회차 조금 넘게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 적은 분량에서도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건 작가님과 감독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캐릭터 비중에 비해 제게 많은 분량을 할애해주셨다고 생각한다.

▷ 타 드라마에 비해서도 대본 유출이나 스포일러 보안에 철저했다고 들었다. 때문에 양집사 캐릭터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 여러 추측이 생겨나기도 했는데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 보안차원에서 이야기하기는 그렇지만 원래는 양집사에 다른 설정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없어지고 주단태를 사랑하는 인물로 바뀌었다. 그 설정을 어디에 쓰실지 몰라서 말하기는 어렵다. 쌍둥이 엄마일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중요한 인물을 제게 맡길 것 같지 않았다. (웃음) 30년 전 첫사랑까지 전화가 왔으니 말 다했다. 어머니한테도 말을 못했다. 대본을 나눠줄 때 번호를 매기고, 한장 한장에 다 이름을 새겨서 유출되면 누가 그랬는지 알 수 있다. 제가 죽는 방법도 여러 번 바뀐 걸로 알고, 오늘 내일이 다르게 상황이 바뀌어서 돌아가더라.

'펜트하우스' 시리즈에서 양집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로사. 레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비중 있는 드라마 배역은 처음인만큼 첫 촬영은 정말 설레고 떨렸을 것 같다.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도 궁금하다

- 12회부터 촬영에 들어가서 분량이 몰아쳤다. 제가 심수련을 흉내내는 게 첫 촬영이었다. 정말 다행히 박은석 배우랑 합을 맞췄는데 은석이가 저와 공연을 같이 한 적이 있다. 여기 배우들 중에 제가 유일하게 친분이 있고 아는 배우가 은석이다. 정말 떨면서 갔는데 첫 촬영에서 은석이와 붙으니까 마음이 놓이더라. 제작진의 배려인지 아니면 신이 재량을 펼치라고 도우신건지 모르겠다.

▷ 연극 배우로 정말 오래 무대에 서왔다. 굵직한 공연 경험도 많더라. 40대면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나이지만 이 시점에 방송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을까

- 30대 초에는 연기를 6개월 이상 쉬어본 적이 없었다. 바쁠 때는 연극을 3~4개씩 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40대가 되니 할 역할이 없었다. 당시에는 여자 주축인 작품이 적었고, 여자 캐릭터는 누군가의 여자친구 정도로 쉽게 쓰이는 그림이 많았다. 그래서 2015년 영화 '카트'에 출연했는데 가보니 연극하는 배우분들이 정말 많았다. 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선후배들이었다. 그분들도 누가 써주길 기다리지 않고 배낭 매고 오디션을 다니시더라. 그전까지는 저도 매체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못해봤고, 통로도 몰랐다. 그걸 보고 용기를 내봐야겠다 생각했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단역 활동을 시작했다.

▷ 연기를 못할 수도 있었던 위기를 극복했고, 그렇게 하나 하나 포트폴리오를 쌓아 여기까지 왔다. 어찌보면 또 다른 시작일 수 있겠다

- 시작하는 단계라 이미지가 한정적이어도 사실 크게 관계는 없다. 다만 어깨를 펴고 연기하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양집사는 늘 어깨를 말고 위축돼 있어야 해서 오십견이 올 것 같았다. (웃음) 집에서 수건돌리기를 엄청 했다. 다작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가 제 희망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는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늘 신선하고 새로운 자극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저도 늘 새로운 연기를 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통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제가 정말 현장에서 연기만 하고 천성적으로 낯간지러운 말을 잘 못한다. 목 끝까지 차올랐다가도 말로는 안 되더라. '펜트하우스' 김순옥 작가님과 주동민 감독님께 마음을 전한 적이 없는데 너무 감사했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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