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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마주한 녹두장군 전봉준 후손 "한때 핏줄 원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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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증손자 전장수 씨 인터뷰
"어린 시절 역적 후손이란 말에 깊은 좌절"
당당히 후손으로 인정받고 싶다던 아버지 유언
2018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 유족 등록 신청
재단 "추가 조사 필요" 보류…학계 일부 "유족 인정해야"

서울 종로구 전옥서 터에 자리한 전봉준 동상. 황진환 기자

 

"전봉준 장군의 후손이란 걸 원망하기도 했다. 후손으로 인정받고 싶다던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세상과 마주하게 됐다"

동학농민군을 이끈 녹두장군 전봉준(1855~1895)은 그 명성에 비해 자녀 등 후손에 대한 기록이나 연구가 미미하다.

전봉준 장군의 아들에 대한 단편적 기록은 남았지만 이후 그 후손의 행적은 묘연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었던 녹두장군의 직계 후손이 장군 사후 126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극히 소수의 동학농민군 후손과 연구자 사이에서 전 장군의 증손자로 알려진 전장수(63)씨.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는 코흘리개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게 "전봉준 장군의 후손"이란 말을 들었다.

전봉준 장군의 증손자로 알려진 전장수 씨

 

전 씨는 지난 9일 전북CBS와 인터뷰에서 "어릴 땐 장군의 후손이란 게 많이 원망스러웠다. 역적의 후손이니,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군인이나 교사가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그때마다 너무 속상했고, 왜 이런 집구석에 태어났는지에 대한 원망과 함께 깊은 좌절감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막일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빈궁하고 혼란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낸 전 씨는 또래보다 다소 늦은 1979년 고려대학교 농경제학과에 입학했다.

군 복무와 학업을 마친 전 씨는 198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연구원으로 취직했다.

1992년 동생 용석(당시 30세)이 이른 나이에 숨지자,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삶의 방향을 바꾸기로 하고 목회자가 되기 위해 1995년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들어갔다.

현재 전 씨는 경남 진주 주님사랑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목회자로서 짊어진 삶의 무게에 전봉준 장군을 잊고 살았던 그는 아버지(전익선·1909~1998)가 삶의 끝자락에 남긴 마지막 말에 자신의 뿌리를 돌아봤다.

전장수 씨는 "아버지께서 '전봉준 장군의 후손으로 떳떳하게 세상에 인정받기 전에는 묘에 봉분을 올리지 말라'고 하셨다"며 "자식된 도리로 아버지의 마지막 원은 풀어드리고 싶다"고 했다.

전 씨의 아버지는 봉분과 비석도 없이 전남 함평군의 가족 묘지에 가매장됐다.

전 씨는 "전봉준의 후손으로서 예우와 존중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면서 "장군의 후손으로 당당하게 종중 족보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던 아버지와 자식에게 뿌리를 찾아주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학농민군의 명예가 회복되고, 고손자까지 유족 등록이 가능해지자 전 씨는 2018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 전봉준의 후손으로 인정해 달라는 유족 등록을 신청했다.

앞서 전 장군의 후손을 자처한 몇몇 사람에 대해 재단은 "근거가 부족하다"며 유족 등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장수 씨에 대해선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관계자는 "추가 조사가 필요해 유족 결정을 보류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 씨를 만나 그의 가족사를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최근 '전봉준 장군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펴낸 송정수 전북대 명예교수는 "처음엔 장군의 후손이라는 말에 반신반의했다"고 했다.

송 교수는 "그동안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장군이 묻힌 곳과 가계에 대한 전 씨의 기억이 생생하고, 기존 기록과 일치하는 것이 많았다"며 "꾸미지 않고 담담히 풀어내는 진정성 어린 전 씨의 증언에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전북 고창의 전봉준 생가 터. 고창군 제공

 

송 교수는 전봉준의 생가에 대한 기억과 두 번째 부인이자 전 씨의 증조모인 남평이씨의 존재, 전봉준의 딸과 여동생에 대한 전 씨의 증언을 후손으로 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꼽았다.

그러면서 "전 씨의 출현으로 불완전하던 전봉준의 가계와 그 후손의 면모가 하나의 퍼즐로 맞춰졌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제는 재단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전 씨를 전봉준의 후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주관하는 제127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이 11일 오후 3시 서울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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