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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수로 완성된 KGC 농구, KBL 플레이오프 역대 최강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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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를 시도하는 안양 KGC인삼공사의 제러드 설린저. KBL 제공

 


공격부터 수비까지 구멍이 없었다.

김승기 감독이 이끄는 안양 KGC인삼공사가 프로농구의 새 역사를 썼다. 단일 시즌 사상 최초로 플레이오프 10연승 무패 행진을 달성했다. 어쩌면 다시 나오기 힘든 기록일지도 모른다.

KGC인삼공사는 9일 오후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전주 KCC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42득점 1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코트를 지배한 제러드 설린저를 앞세워 84대74로 승리해 파죽의 4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6강 플레이오프 3연승, 4강 3연승에 이어 정규리그 우승팀과 맞붙은 챔피언결정전 무대에서도 패배를 잊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KBL 역사상 포스트시즌 무패 우승 사례는 있었다. 2005-2006시즌 서울 삼성과 2012-2013시즌 울산 현대모비스가 4강과 챔피언결정전에서 7전 전승을 거두고 정상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6강부터 시작한 구단이 무패 행진으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플레이오프만 놓고 보면 2020-2021시즌의 안양 KGC인삼공사는 프로농구 역사상 최강의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박의 여지는 분명 있겠지만 그 여지가 크지는 않은 것 같다.

KGC인삼공사의 농구는 '설교수' 제러드 설린저의 합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김승기 감독은 "지난 시즌 싱글 포스트로 성공했다. 스틸을 강조하는 재밌는 농구를 올해도 시도했다. 시즌 초반에 그게 아니었다는 걸 바로 느꼈다. 내가 잘못했구나, 선수들의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다른 팀 외국인선수는 30득점도 하는데 우리는 외국인선수 2명이 도합 20득점도 못한 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 국내 선수들이 그 시기를 버텨줬다. 그때 버티면서 순위가 6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설린저가 왔다. 그동안 국내 선수들이 큰 역할을 했고 설린저 합류 이후 국내 선수들이 농구를 하기가 편해졌다. 나 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진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플레이오프를 압도한 KGC인삼공사 농구의 중심에는 역시나 설린저가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무대에서도 주전급으로 활약했던 설린저는 그야말로 만능 선수였다. NBA를 떠나기 직전까지 다소 과체중이었던 그는 감량에 성공해 대학 시절 수준의 몸 상태를 되찾았고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골밑 마무리 능력은 물론 외곽슛 능력 역시 뛰어났다. 수비의 움직임을 읽고 대응하는 노련함도 돋보였다. 설린저는 톱 위치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도 자주 했다. 외곽에서는 전성현을 도왔고 '하이-앤드-로우' 플레이로 오세근을 살렸다.

전성현은 김승기 감독이 부임 초기 때부터 리그를 대표할 슈터라고 점찍은 선수다. 설린저를 만나 기량이 완전히 만개했다.

전성현은 설린저와 함께 한 정규리그 막판 10경기에서 무려 55.0%(평균 3.3개 성공)의 3점슛 적중률을 자랑했다.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28득점을 올리는 등 플레이오프에서도 외곽을 지배했다.

김승기 감독은 "예전에는 수비가 약했다. 지금은 잘한다. 길을 알고 수비를 한다. 공격시에는 활동량이 많아졌고 슛이 안될 때 치고 들어가서 하는 플레이도 좋아졌다. 그만큼 본인이 연구와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설린저 효과는 백코트와의 호흡에서도 눈에 띄었다.

이번 시즌 기량이 한 단계 더 성장한 이재도는 특히 2대2 공격 전개 능력이 크게 발전했다. 이는 설린저의 합류와 시너지를 만들었다. 두 선수가 펼치는 2대2 공격은 다양한 옵션을 창출했고 그때마다 상대 수비진은 우왕좌왕 했다.

최근 KBL에서도 가드 중심의 공격이 대세로 떠올랐다. KGC인삼공사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완벽한 구성을 갖췄다.

이재도 뿐만 아니라 변준형의 역할도 컸다. 변준형은 사령탑이 1대1 아이솔레이션 옵션을 허락하는 몇 안되는 국내 가드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유현준, 이정현 등 상대 수비수를 압도하는 1대1 공격과 스텝백 외곽포로 팀 분위기를 살렸다.

KGC인삼공사의 심장 오세근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오세근은 이번 시즌 출전 기회가 다소 들쑥날쑥 했다. 그런데 챔피언결정전 들어 100% 컨디션을 되찾았다. 선수 그렇게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건강한 오세근은 곧 우승'이라는 말은 이번에도 맞았다.

오세근은 24득점을 올린 3차전 뿐만 아니라 20득점으로 활약한 전주 2차전에서 존재감이 특히 빛났다. 설린저의 득점이 침묵한 날이지만 오세근이 KCC와 4번 매치업을 압도하면서 팀 승리를 견인했다.

2차전은 이번 시리즈의 유일한 접전 경기였다. KGC인삼공사는 큰 고비를 넘겼고 이 과정에서 오세근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골밑에 오세근이 있었다면 포워드 문성곤은 코트 모든 곳에 있었다.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인정받는 문성곤은 이정현을 비롯한 상대 에이스를 철저히 견제했다. 갑자기 달려들어 낚아채는 공격리바운드는 이번 플레이오프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압도적인 활동량은 그를 KBL에서 가장 '유니크'한 존재로 만들었다.

안양 KGC인삼공사. KBL 제공

 


오세근과 문성곤이 벤치를 지킬 때는 베테랑 양희종이 출격했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문성곤 이전에 최고로 평가받았던 그의 수비력과 안정감 그리고 리더십은 KGC인삼공사의 전력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었다.

이처럼 KGC인삼공사는 화려한 선수 구성으로 폭발적인 공격농구를 구사하는 팀이 됐다. 하지만 올해 포스트시즌 돌풍의 밑바탕에는 강력한 수비가 뒷받침 됐다.

이날 안양 4차전 2쿼터 중반 KGC인삼공사 선수들은 엄청난 활동량으로 KCC를 압박했다. KCC는 스크린과 패스,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간 창출을 위해 애썼지만 늘 KGC인삼공사 선수들의 발이 더 빨랐다.

팬들은 그 수비 장면을 보면서 박수를 쳤고 "와"라는 감탄사가 경기장을 채웠다.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다.

KBL 역사상 '역대급' 전력으로 불리는 팀들은 많았다.

원년 챔피언 부산 기아, 이상민-조성원-추승균 3인방에 조니 맥도웰을 앞세운 대전 현대, 김승현과 김병철 그리고 마르커스 힉스의 대구 오리온스, '원주산성'을 쌓았던 김주성의 원주 동부, 리그 3연패를 달성했던 양동근-함지훈의 울산 현대모비스 등등 시즌을 넘어 시대를 지배한 팀들이 다수 있었다.

시대가 달랐고 외국인선수 제도 역시 달랐지만 그런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플레이오프의 KGC인삼공사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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