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판]"양대 노총 왜 필요해?" 'MZ노조' 실험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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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새로운 노조가 온다?②]
블라인드·오픈카톡방·네이버 밴드로 모인 'MZ노조', 상급단체 가입은 필요없다?
MZ노조라고 모두 기존 노조 거부하진 않아…기업, 업종 등 따라 상황 달라
대기업 사무직 노조가 MZ세대를 대표한다고는 볼 수 없어
외부 연대 없는 MZ노조, 단순 이익단체 전락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무직 대변하지 못한 기존 노조도 반성의 계기 삼아야"

※우리는 일합니다.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오늘도 일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쉼없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터를 찾은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판깔아봅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MZ세대' 노조? "세대 차이로만 보진 말아줘"
②"양대 노총 왜 필요해?" 'MZ노조' 실험 성공할까?
최근 전에 없던 새로운 노조들이 나타났다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MZ세대 노조'로 불리는 이들, 과연 한국의 노사 관계를 새로 쓸 수 있을까?

언론이 지목한 'MZ노조'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는 양대노총에 대한 거부다. 같은 회사에 있는 기존 노조는 물론, 상급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꼭 밤새 술 먹어야 노조 만드나…익명의 온라인 바다에서 노조 만들어

스마트이미지 제공

 

노조를 만드는 방법은 꽤 간단하다. 법적으로 조합원 2명만 모여도 노조를 세울 수 있고, 2011년부터 한 회사에 여러 노조가 있는 복수노조 제도도 시작돼 더 문턱이 낮아졌다.

하지만 노조를 세우려면 조합원의 이름 뿐 아니라 마음까지 모아야 한다. 노동자들을 설득해 노조로 이끌려면 그동안 경험이 풍부한 상급단체 활동가의 노하우는 필수조건이었다.

하지만 이제 MZ세대 노동자들은 온라인의 익명성에 기대어 자발적으로 회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해법을 찾고 있다.

현대차, LG전자, 금호타이어 등 주요 MZ노조 설립을 도왔던 대상노무법인의 김경락 노무사는 "처음에는 익명이 보장된 블라인드에 모여서 각자 불만을 말하고, 카카오 오픈채팅방으로 옮겨 쌍방향으로 대화를 나누다 네이버 밴드, 비공개 카페를 만들어 노조를 세우는 식"이라고 묘사했다.

김 노무사는 "예전에는 상급단체 활동가가 노동자들과 밤새 술을 마시고 친해지며 노조를 세우자고 설득했는데, MZ노조는 심지어 집행부끼리도 별로 친하지 않더라"며 "노조 설립이라는 목표를 놓고 마치 회사에서 회의하는 것처럼 노조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대기업 사무직'이어서 가능했던 상급단체 거부, "MZ세대 특징 아냐"

하지만 SNS 등으로 손쉽게 노조를 세울 수 있다고 모두가 '상급단체는 필요없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2018년 네이버 노조를 필두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IT·게임업계 노조들은 대부분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에 가입했다. 20대 여성 제빵사가 주축인 파리바게뜨 노조의 정규직화 투쟁을 도운 화섬식품노조가 '젊은 노조'로 부상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MZ세대인데도 대기업 사무직과 IT계통 회사 사무직이 상급단체 가입에서는 입장이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회사의 기존 노사관계가 다르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 IT노조와 달리 애초 생산직 노조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대기업 사무직 노조들은 대부분 기존 노조가 속한 상급단체에도 부정적인 분위기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또 하나의 변수는 회사 경영진이다. 이미 각 계열사마다 대규모로 조직된 생산직 노조와 능숙하게 관계를 맺어온 대기업과 노조라는 존재 자체를 외면했던 IT·게임 회사의 반응이 같을 리 없다.

특히 사측에게도 굳이 사무직 노조 결성을 탄압하기보다는 '일단 요구사항을 들어보자'며 회유에 나서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생산직과 사무직 간의 경쟁을 노무 관리에 활용할 기회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섬식품노조 가광현 조직실장은 "초창기에 화섬식품노조에 찾아온 IT노조의 경우 대부분 노조를 처음 세울 때부터 아예 사측과의 대화에서 우위에 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IT노조 사례들을 보면서 '사무직끼리도 노조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많이 퍼지고 노동자들의 자신감도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가 조직실장은 "지금은 사측이 어느 정도 요구사항을 수용하겠지만, 관리가 불가능한 노조라고 판단하면 다른 분위기가 될 수 있다"며 "신생 MZ노조들이 상급단체의 지원 없이 단독으로 어디까지 요구사항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노조마다 상황이 다른데도, 일부 언론에서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특정 대기업 사무직 노조만을 골라 'MZ노조'로 묶어 보도하는 것 자체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동자운동연구소 한지원 연구실장은 "'MZ세대' 노조라기보다는 '대기업 사무직' 노조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며 "사무직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있는 일인데 언론에서 지나치게 과장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성신여대 권오성 법학과 교수는 "보수언론이 MZ노조를 말하면서 MZ 세대 안에서도 소외를 만들고 있다"며 "플랫폼의 20대 배달 기사들은 세대론에서조차 자신들의 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독자생존' MZ노조, 기존 대기업 노조 폐해 답습하지 않으려면…

스마트이미지 제공

 

MZ노조의 홀로서기에 대해 기존 노동계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며 평가절하하는 목소리가 많다.

성과급, 연장수당 등 조합원의 경제적 처우 개선에만 집중된 요구사항만으로는 노조의 유통기한이 짧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세우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며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기업이 성과급 보따리를 풀어놓은 뒤에도 'MZ노조' 스스로 조합원의 관심을 계속 붙들어놓을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물론 어느 노조든 설립 초기에는 조합원들의 처우개선부터 요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노조의 사회적인 역할과 계급성 등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자칫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연구실장은 "사측에 종속되지 않고 직접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물리적, 문화적으로 과격한 방식을 선택하지 않는 것을 빼면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챙기려는 기존 대기업 노조의 나쁜 모습만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는 사회적 문제와 내 직장 간의 관계를 놓치는 순간 단순한 이권단체에 그치게 된다"며 "자신의 사업장,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노동자들이 시민과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고민하는 연결고리를 찾지 않으면 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무직 대표하지 못한 기존 노조의 한계, 무겁게 받아들여야"

연합뉴스

 

반면 MZ노조의 부상은 기존 노조에게도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다. 상급 단체의 도움 없이 노조를 세울 수 있다면, 그리고 MZ세대의 노조가 점차 노동계에서 비중을 늘려간다면 앞으로 기존 노조와 상급단체는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까?

한국노동연구원 이정희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사측도, 현장 노조도 MZ노조에 대해 '노조 만들어봤자 교섭권 가질 수 있겠냐'는 반응부터 나오는데, 이렇게 좁혀서 볼 문제인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다양한 직군과 세대, 지역을 아울러 대표할 책무가 있고, 빠져나간 이들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양대노총도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표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지 못한 반면교사로 이번 사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만 같을 뿐, 업무체계부터 사내 문화, 인구 구성이 크게 다른 사무직과 생산직 간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데 대해 사업장 중심 노조의 한계이자 산별노조가 필요한 이유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본부장은 "기업별 노조를 강조하고 있는 노조법의 늪에 노사 모두 빠져있다"며 "노조를 조합원이 아닌 전체 근로자를 대표하는 조직체로서 본래적 의미를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곽이경 미조직전략조직국장은 "플랫폼 배달기사나 중소 사업장에서 일하는 MZ세대 노동자도 많기 때문에 이들이 세대를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노조의 세대 차이가 분명히 있고, 노동조합이 조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세대와 호흡하고, 새로운 세대가 더 많이 얘기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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